[인터뷰] 카이스트가 바꾼 인생 궤적…벤처 사업가로 변신한 구혜선 “접었다 펼치는 헤어롤 개발”
카이스트 진학이 전환점…3학기 조기 졸업
특허 등록 후 창업까지 4년
中·日 등 아시아서 사업 제안 잇따라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구혜선이 벤처 사업가로 변신했다. 구혜선 대표는 지난해 7월 ‘스튜디오 구혜선’을 설립하고 헤어롤 시장에 뛰어들었다.
둥근 헤어롤 모양에 의문을 품은 구 대표는 접었다 펼치고 둥글게 말 수 있는 헤어롤 개발에 착수했고, 2021년 특허 등록까지 받았다. 지난해부터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기술 완성도를 높여 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지난 10일 국내에서 ‘쿠롤(KOOROL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쿠롤은 손쉽게 일자로 펼치고 접을 수 있도록 웨이브(주름) 몰드 구조로 성형한 후, 실리콘 라미네이팅으로 마감한 고기능성 고분자 복합소재를 적용했다. 필요에 따라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휴대성을 극대화했다. 벨크로의 특정 부분에만 최소한의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해 기존 헤어롤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80% 이상 절감했다.

구 대표는 2002년 ‘삼보컴퓨터 슬림PC’ 광고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논스톱5’ ‘서동요’ ‘꽃보다 남자’ ‘왕과 나’ ‘열아홉 순정’ 등에서 열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배우라는 작은 틀은 그의 재능을 가둘 수 없었다. 구 대표는 본업 외에도 감독, 싱어송라이터, 화가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멀티테이너’로 자리매김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쇼트쇼츠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자신이 감독한 ‘유쾌한 도우미’로 화제상을 수상했고, 2022년에도 동일 영화제에서 ‘다크 옐로우’로 관객상을 받았다.
바쁜 활동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구 대표는 2020년 성균관대 영상학과에 재입학해 2024년 2월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대학원에 진학했고, 올해 1월 1년 반 만에 조기 졸업했다.
갑자기 벤처 창업가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그는 “카이스트 진학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조선비즈는 지난 9일 구 대표를 만나 창업을 하게 된 동기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구 대표와의 일문일답.
―카이스트 진학이 어떻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건가.
“카이스트에 입학한 게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된 기회가 됐다. 탈모 샴푸 그래비티를 개발한 ‘폴리페놀 팩토리’ 대표인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를 만난 것도 벤처 창업의 단초가 됐다. 특허를 받은 헤어롤 샘플을 작년 4월 이 교수께 보여줬는데, 갑자기 같이 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도 그래비티 샴푸로 시너지를 낼 헤어롤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카이스트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시제품을 만들고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 처음엔 사업을 할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데, 이 교수와 카이스트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제품 특허는 이미 2021년에 받았다.
“성균관대 졸업 요건 중 하나가 특허를 받는 것이었다.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2020년에 쿠롤 특허를 출원했고, 2021년에 등록을 마쳤다. 평소에 헤어롤 모양이 둥근데 접었다 펼칠 수 있으면 휴대하기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형 헤어롤과 달리 직사각형의 납작한 형태를 고민했다. 플라스틱이 없는 벨크로 테이프형 헤어롤을 만들면 친환경 제품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기존 헤어롤은 90% 이상 플라스틱으로 가공하는데 쿠롤은 5%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제품 가격 결정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헤어롤은 플라스틱 소재라 가격이 높지 않다. 5000원대 미만이 대부분이다. 플라스틱 대신 접었다 펼칠 수 있고, 모양을 고정할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서 제조 원가를 낮추기가 어려웠다. 4차 가공까지 외주로 제조하다 보니 원가 부담이 큰 편이다. 일단 국내 출고가는 1만3000원으로 책정했지만, 할인 정책 등을 통해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는 15% 할인한 1만105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지금은 초도 물량이 10만 개에 불과하지만, 추후 사업이 확장돼 생산량을 늘리거나 외주 대신 직접 생산을 한다면 제조 원가를 더 낮출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에서도 사업 제안을 받았다던데. 투자 유치 현황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에서 사업 제안을 받았다. 리서치앤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헤어 케어 시장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8.3%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투자 유치를 받은 곳은 아직 없다. 사업을 시작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아서 투자를 유치 중인 단계다.”

―제품에 자체 제작 콘텐츠를 담은 QR 코드를 넣었다.
“상품과 콘텐츠를 결합해 소비 경험 자체를 바꾸고 싶었다. 쿠롤 구매자는 제품 내부 QR 기반 이미지 카드를 통해 66분 분량의 ‘뉴에이지 콘서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직접 작업한 음악 24곡을 봄·여름·가을·겨울 계절 흐름으로 재배열해 구성했고, 시 낭독과 영상 장면을 결합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금은 내가 만든 콘텐츠를 중심으로 출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창작자의 단편 작품까지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롤을 푸는 15~20분 동안 짧은 영화를 만나는 방식은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 플랫폼보다 낮은 수수료로 창작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 소비자에게는 일상 속 짧은 감상 경험을,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노출 창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스튜디오 구혜선’ 사옥도 지었는데.
“설계에 참여해 건축·준공을 주도했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에서 건축공학 토목공사 수업도 들었다. 처음에 수업을 들을 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옥이 지어진 대지는 삼각형 모양의 땅이었고, 토지 가격이 인근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정릉과 가까워서 문화유산이 발굴될 수 있어서였다. 보통 3개월 정도면 공사가 끝나는데 1년이 걸렸다. 문화유산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해 계속 땅 밑을 파야 했기 때문이다. 땅을 파다 문화재가 발굴되면 공사를 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었다.”

―최근 카이스트 대학원을 조기졸업했다.
“카이스트에 입학할 때부터 석사 논문 주제를 확정했고, 논문 심사도 3학기 만에 통과됐다. 첫 학기만 서울 도곡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2학기부터는 대전 본교에 내려가서 살았다. 과학저널리즘대학원은 주말제로 운영되지만, 본교로 내려가 월·수·금·토·일 주 5일 학교를 다녔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벤처 창업을 위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카피킬러 채널을 통한 표절 검사 결과 석사 논문 표절률이 1% 미만이라던데.
“표절률이 낮은 이유는 새로운 이론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석사 논문 제목은 ‘제5의 벽: 재투사로 형성된 1인 미디어 시대’다. 기존 이론인 ‘제4의 벽’은 전통적인 미디어 현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연극·영화·드라마에서 배우와 관객 사이에 있다고 가정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말한다. 관객은 그 벽 너머를 ‘들여다보지만’, 배우는 관객을 못 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내가 연구한 제5의 벽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가 댓글·라이브·커뮤니티로 양방향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1인 미디어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실시간 반응(투사)이 일어나고, 다시 재반응(재투사)된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그것이 어떻게 인생을 지탱하고 있나.
“지금은 ‘자립’이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지만 학문과 창작, 사업을 결합해 자립화된 나만의 시스템과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그 자립의 힘이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래차인가, 스파이카인가… 세계 전역으로 번지는 ‘中 커넥티드카’ 경계심
- [단독] 성추행 신고 뭉개고 경쟁사 이직 ‘꽃길’…한미약품 ‘팔탄공장 임원 감싸기’ 논란
- [시니어타운 탐방기]⑤ 노인 주택 한국의 600배… 일본이 ‘고령자 천국’ 된 비결
- [세상을 바꾼 표준]⑦ 재택근무 시대 연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 [유통산업법이 바꾼 세상]③ 마트 의무휴업일, 시장 대신 쿠팡 켜고 식자재마트로
- “천원 밑으론 다 죽으란 거냐”…상폐 칼날에 ‘동전주’ 개미들 비명
- [밈주식된 K증시]③ 코로나 시절 동학개미, 4년 넘게 묶였다... ‘한탕 투자’의 끝은 장기 고립
- [시니어타운 탐방기]④ 서울 도심에 月 200만원대… 부유층 전유물서 문턱 낮아져
- “영구 특혜 vs 정당한 대가”… 임대인협회, 李 대통령 ‘등록임대주택’ 정조준에 반발
- 中 D램 선봉장 CXMT, 생산능력 한계 도달… “장비 수급 규제로 정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