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위고비·마운자로 해외 직구 하면 80% 저렴”…가상화폐 이용한 불법 구매 왜 판치나
과자 등으로 위장…“단속 걸릴 가능성 낮다” 유혹
정품 확인할 수 없고 설사, 구토 부작용 위험 높아
美 트럼프 압박, 中 복제약 우려에 가격 낮췄지만
韓 가격 인하 신중…K비만약 나오면 본격 경쟁할듯

“위고비, 마운자로 최대 80% 저렴하게 공급”
“인도, 중국 현지 공장과 연계해 정품 직배송”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해외 직구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비만 치료제 직구 사이트에 문의하니 “정품으로 배송은 10일 이내 걸립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외 공장에서 값싸게 배송한다는 설명이었다.
비만 치료제를 직구하는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별도의 의사 처방전 없이 원하는 용량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을 입력하면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가상화폐로 결제하거나 계좌 이체하는 방식이었다.
비만 치료제는 해외 직구가 금지됐다. 약사법상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구 사이트에서 “해외 배송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잘 도착했네요” 등의 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만 치료제가 법망을 피해 국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통관 검사해도…“소분하거나 과자 사이에 포장”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가 상륙한 지난 2024년 10월부터 직구를 금지했고 지난해 11월 비만 치료제를 유해 우려 품목으로 지정하며 세관에 검사 강화를 요청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직구 사이트가 발견하는 즉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나 직구 사이트를 차단해도 계속 새로운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비만 치료제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알선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지만, 개인이 스스로 구매하는 것까지는 제한하기 어렵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비만 치료제를 직구로 주문해도 관세청에서 통관을 막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엑스레이 검사, 정보 분석 등으로 비만 치료제가 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면서 “의사 처방전이 있어도 해외에서 국내 반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비만 치료제 사이트 판매자는 “현지 상황에 따라 용량을 (조금씩) 나누거나 과자 사이에 끼우는 방식으로 포장하기 때문에 통관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면서 “통관에 적발되는 경우 다시 제품을 배송해준다”고 권유했다.

◇해외 직구, 정품 확인 어렵고 부작용 위험 높아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했다.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음식이 위를 떠다니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는 원리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등이 있는 체질량지수 27 이상인 환자가 처방 대상이다.
비만 치료제는 의사 처방을 받고 투여해도 설사, 구토,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복부 통증, 메스꺼움, 발열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한다. 해외 직구 제품은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품 확인이 어렵고 유통 경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는 환자에 따라 적절한 용량이 다르다”면서 “의사 처방이나 약사의 복약(服藥) 지도 없이 투여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美 최저 7만원대…韓, 국산 비만약 나오면 경쟁 불붙을 듯
비만 치료제가 직구로 버젓이 거래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비만 치료제는 특허 만료 시점, 약가 정책 등과 맞물려 국가별로 값이 다르다. 국내 가격이 유독 비싼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찾아 해외 직구에 손을 뻗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사에 관세 부과를 압박하며 약값을 낮추고 있다. 미국은 의약품 플랫폼인 트럼프 Rx를 거쳐 위고비 0.25㎎를 1349달러(196만원)에서 199달러(29만원)로 할인받을 수 있다.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의료 지원) 대상자는 본인 부담금이 50달러(7만원)까지 내려간다.
중국에서는 지난 달 위고비와 마운자로 가격이 각각 48%, 80% 인하됐다. 중국은 다음 달 위고비 특허가 만료된다. 복제약 출시가 예상되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는 위고비 특허가 2028년 만료되는 만큼 가격 인하에 신중한 분위기다. 다만 한미약품, HK이노엔 등이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제품 출시 이후 가격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위고비 값을 지난해 8월 낮췄다는 입장이다. 한국 릴리 관계자는 “가격 인하에 대해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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