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타운 탐방기]④ 서울 도심에 月 200만원대… 부유층 전유물서 문턱 낮아져
보증금 1억 이하로 집 안 팔고 입주 가능
‘토지·건물 소유권 확보’ 쉬운 건설사도 진출
‘강남 입지’ 위례 심포니아, 2인 月290만원

‘시니어타운’이란 고령자(Senior)와 소도시(Town)를 합친 말로, 한국에선 고령자를 위한 고급 주거 시설을 뜻한다. 자립 생활이 가능한 60세 이상 고령자가 입주해, 보증금을 내고 임차료와 관리비 등 생활비를 모두 부담한다.
부유층을 위한 전유물로 여겨졌던 시니어타운의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금융, 건설, 호텔 업계가 요양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보증금 10억원 안팎에 월 생활비 400만~500만원대가 대다수였던 서울 도심에 보증금 1억원 이하, 월 생활비 200만원 초반대 ‘가성비’ 시니어타운이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 보증금 3000만원에 시니어타운을?
가장 앞장선 기업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의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은 2016년 금융권 최초로 요양 사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했다. 이후 7년간 수도권에서 요양 시설 5곳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집약해 2023년 첫 시니어타운 ‘KB 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를 선보였다.
이곳은 중산층을 위해 만들어진 시니어타운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21년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경희대학교와 함께 시니어타운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중산층’ ‘후기 고령자(75세 이상)’를 위한 주거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최저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낮췄고, 입주 연령 제한을 없앴다. 현재 입주자 평균 연령은 약 83세로, 만 99세를 앞둔 어르신도 거주 중이다.
주로 참고한 모델은 일본의 ‘서비스 고령자 주택(사코주)’이다. 사코주는 민간이 공급하는 중산층을 위한 시설로, 보증금이 적거나 없고 월세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고급 시설을 지향하기 보단, 합리적인 금액과 꼭 필요한 서비스에 초점을 둔다.
1월 3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평창 카운티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니 군더더기 없이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거 공간은 1~2인이 생활하기 적합한 전용면적 34~66㎡로 구성됐다. 한 타입 빼곤 모두 원룸형 구조였는데, 미닫이문으로 침실 공간 분리가 가능해 체감상 1.5룸 같았다. 특징은 방마다 동작 감지 센서가 곳곳에 있어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침대 위엔 건강 모니터링 센서를 설치해 호흡과 혈압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했다. 피트니스센터, 스파, 영화관, 헬스케어센터, 옥상 정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전용 면적 34㎡ 기준 보증금 3000만원에 총 생활비 월 329만원이다. 생활비는 월세, 식비(월 60식), 공동 관리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보증금을 2억3000만원, 3억3000만원으로 올릴 경우 생활비는 월 264만원, 236만원이다.
유복재 KB골든라이프케어 상무는 “살던 집을 처분하지 않아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보증금을 낮췄다”며 “현재 이용자의 50%가 보증금 3000만원을 선택해 거주 중이다”라고 했다. 유 상무는 “KB골든라이프케어는 시니어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케어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며 “시니어타운에 계시다 나이가 더 들고 홀로 생활이 어려워질 경우 운영 중인 요양 시설로 연계가 가능한 시스템이다”라고 했다.

◇ 강남 생활권, 위례 인프라 누린다
일본에선 건설사가 요양 산업에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시니어타운 시장을 건설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진 국내에서 민간 사업자가 시니어타운을 운영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땅을 사 건물을 올리는 것이 전문인 건설 업계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인 셈이다.
1월 21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위례 심포니아’는 건설사업관리(PM) 전문 기업 한미글로벌의 자회사인 한미글로벌D&I가 세운 시니어타운이다. 회사 이름이 생소할 수 있으나, 한미글로벌은 국내 1위, 상장 PM사로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한미글로벌은 ‘마에스트로’라는 소형 주거 브랜드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열어 1년이 채 안 된 신축 시설인 만큼 깔끔하고 쾌적했다. 이날 만난 70대 입주자는 위례 심포니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강남 생활권을 꼽았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다는 어르신은 언제든 인근에 사는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가기 쉽고, 기존 생활 반경을 벗어나지 않아도 돼 이곳을 선택했다고 했다. 위례 신도시 중심 상권에 위치해 편의 시설 이용이 수월한 것도 장점이다.
이곳은 1~2인 가구 특화 전용면적 32·47㎡(1.5룸)에 20평대 66~72㎡(2룸) 주택형을 더해 선택지를 다양화했다. 주택형은 3베이 구조로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드레스룸, 붙박이장에 삼성 비스포크 가전이 풀옵션으로 설치됐다. 스크린 골프 연습장, 탁구장, 당구장,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 북카페 등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하다.


전용 면적 32㎡의 경우 보증금 4억5000만원에 총 생활비가 월 1인 210만원, 2인 290만원이다. 부부가 함께 입소할 경우 인당 145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이인학 위례 심포니아 운영관리팀장은 “보증금과 생활비가 서울 신축 시니어타운 중 최저 수준이다”라며 “시설과 프로그램의 질 대비 가성비 있는 가격과 강남 입지가 경쟁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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