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年700억 굴리며 친인척엔 일감 몰아주기…‘지도부 사유화’된 음실련

황동건 기자 2026. 2.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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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점검서 ‘역대 최다’ 36건 적발
6촌 일감 몰아주고 본인 연봉 31%
“인맥 인사 등 독주…내부 자정 마비”
사각지대 공적단체서 유사 문제 반복


5만 명이 넘는 가수·연주자의 저작권과 보상금을 관리하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에서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와 공금 유용 등 전방위적 비위가 적발됐다. 국가로부터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은 공적 협단체가 감시 사각지대에 놓이는 고질적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음실련을 상대로 실시한 업무점검 결과를 토대로 최근 36건의 개선 명령을 내렸다. 이는 문체부가 해당 협회를 점검한 후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문체부 조사 결과 음실련의 전문경영인을 맡은 전무이사 A 씨는 친인척과 연관된 업체들과 부적절한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6촌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2277만 원 상당의 레드향 세트를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했다. 이는 시중가보다 수백만 원 비싼 가격이었다.

3개월 뒤에는 또 다른 친인척이 근무하는 여행사와 1130만 원 규모의 워크숍 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절차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의 처우는 외면한 채 수뇌부의 보수만 늘린 ‘이중 경영’ 실태도 확인됐다. 음실련은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인건비 절감을 명분 삼아 육아휴직 중인 직원을 포함해 4명의 직위를 일방적으로 강등시키기로 했다. 반면 같은 날 A 전무의 연봉은 5000만 원(31%) 오른 2억 1000만 원으로 결정됐다. 그는 법적 근거 없이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했고 매달 186만 원의 유지비를 공금에서 지출하면서도 운행기록부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실련 내부에서는 자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맥 중심의 문화가 조직을 장악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영입된 고문 B 씨는 자문 실적이 없음에도 보수와 개인 법인카드, 4대 보험을 합해 월 760만 원 상당의 보상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호텔 숙박비와 심야 술자리 비용 등을 공금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음실련은 지난해 말 기준 5만 1947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방송·공연 보상금과 저작권 사용료 등 약 700억 원을 매년 징수·분배한다. 1988년 문화공보부 허가를 받아 설립된 후 가수와 연주자 권익 보호 및 수익 배분이라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음악 생태계 내 영향력도 작지 않다.

음실련은 이처럼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음에도 불투명한 운영이 오랜 기간 지속돼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3개 단체에 대한 업무 점검에서도 유사한 대규모 부당행위를 적발했다. 연간 징수액이 4300억 원에 달하는 음저협의 경우 임원들이 소속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면허가 없는 업체와 22억 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여러 단체에서 임의 채용이나 부당 여비 지급 등 불투명한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비위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으로는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꼽힌다. 인사와 예산권을 쥔 상근 임원을 견제할 이사회가 내부 인사로만 구성돼 실질적인 감시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임원 보수 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이들 단체의 공직유관단체 지정을 추진하는 등 관리·감독의 고삐를 죄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업무점검을 통해 적발한 사항들에 대해 책임자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의 시정명령을 부과했고 미이행 시 과징금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저작권단체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음실련 측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선정됐을 뿐 명절 선물은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해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인사 논란의 경우 “징계가 아닌 조직 효율화를 위한 보직 재배치였으며 기본급 등 처우 변동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무이사의 연봉 인상은 실적 달성에 따른 보상이었으나 문체부 명령에 따라 현재 원상 복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문 선임 및 법인카드 사용 역시 공식 절차를 거친 업무상 지출이라는 것이 음실련 측의 입장이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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