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침체 발목...KDI “올해 성장률 2% 못 미칠 듯” [Pick코노미]
직전 전망보다 0.1%P 높였지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4분의1 토막
전체 성장률 갉아먹어 韓경제 뇌관
2% 중반까지 높인 해외 IB와 대조
수출·소비는 ‘반도체 붐’ 타고 성장
美관세·AI투자 조정땐 타격 커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인 2%를 밑도는 수치다.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2% 초중반대까지 높여 잡고 있는 것과도 반대의 흐름이다. KDI는 지방 건설 경기 부진의 여파로 건설투자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조정 가능성 등 경기 하방 요인도 상당해 2%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KDI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경제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KDI 전망치는 한국은행(1.8%)보다는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와 정부(2.0%)보다는 낮다. 특히 최근 주요 글로벌 IB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 중반대까지 제시하며 잇따라 상향 조정한 것과 대비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월 말 기준 2.1%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씨티는 이 기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올렸고 UBS는 2.0%에서 2.2%로 높여 잡았다. 노무라(2.3%)와 JP모건(2.0%) 등도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KDI가 올해 한국 경제를 보수적으로 전망한 배경에는 건설투자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건설투자가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KDI는 이 같은 전망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수주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0.5%에 그칠 것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2.2%)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투자 흐름이 과거 데이터와는 조금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수주가 되면 착공이 시차를 두고 됐는데 지금 그 부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요인뿐만 아니라 지방 인구 감소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건설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11월 전망에서는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자료상으로는 회복이 더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가 대규모 건설투자와 같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투자 위축이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 부동산 정책이 대규모 주택 공급보다는 수요를 눌러 기존 물량들의 출회를 유도하는 데 방점이 찍힌 점을 감안하면 주택 건설 경기가 단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성장률 2%를 달성하려면 초과 세수를 활용해 행정통합 재원 마련을 위한 추경 등 적극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투자와 별개로 수출과 소비는 AI 붐을 탄 반도체 효과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미국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으로 전년(4.1%)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2.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전망보다 0.8%포인트 높인 수치다.

민간소비는 금리 인하 효과의 누적과 실질소득 개선 영향으로 지난해(1.3%)보다 높은 1.7%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직전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앞서 정부도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 실적과 고용 개선, 교역 조건 개선 등을 근거로 민간소비가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만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기대여명 증가로 평균 소비성향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2.0%)보다 개선된 2.4% 증가를 예상했다. 직전 전망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정부 전망치(2.1%)보다도 높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설비투자 증가세는 미약할 것이라고 KDI는 평가했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으로 전년(1231억 달러)보다 확대된 15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치(1350억 달러)보다도 11.1% 높은 수준이다.
KDI는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미국의 관세정책과 AI 버블 가능성을 꼽았다. 미국의 상호관세 및 반도체 등 전자제품 관세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에 대한 기대가 조정될 경우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
정 실장은 “미국과의 상호관세는 15%일 수도, 25%일 수도 있고 0%인 반도체는 다시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세 인상은 기업이 상당히 흡수했지만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시점이 온다면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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