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의 멜로 얼굴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데뷔 15년 차 배우 박정민이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진실마저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이 영화에서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인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을 연기했다. 고도로 훈련된 정보원이자,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인물이다.
치열한 액션 한가운데서도 그는 한 사람을 향한 절절한 감정선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박정민은 "박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화(신세경 분)를 지킨다는 목적이 가장 큰 목표인 인물"이라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수 화사와 함께한 무대에 이어, 이번에는 신세경과의 멜로 호흡으로 '국민 전남친'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휴민트>를 통해 배우로서의 외연을 한층 넓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류승완 감독의 전작 <밀수>에 이어 다시 함께했다.
류승완 감독과는 십여 년 전 단편영화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계속 연을 이어왔다. 그의 영화에서 이렇게 주요한 인물을 다시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맡은 박건이라는 인물은 감정 변화의 진폭이 크고, 그 변화가 영화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Q. 박건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인물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다만 늘 그렇듯, 본격적으로 대본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게 된다. 준비 과정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 현장에서의 고생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감독님의 기대가 큰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지 않으려고 준비 과정에서부터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
Q. 민첩한 액션을 소화하는 박건을 연기하기 위해 체력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샤프하고 남자다운 박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작년 7~8월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한창 뛸 때는 페이스가 5분 40초까지 올라갔다. 러닝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체력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경쟁이 된다. 그 과정을 꽤 오래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살도 빠졌다. 러닝은 내가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 중요한 건 체중보다 붓기를 빼는 것이었다. 버석하게 마른 느낌을 주기 위해 계속 운동을 했다. 또 사실 촬영·조명 감독님이 예쁘게 찍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기도 했다(웃음).
Q. 박건은 순정적인 멜로 캐릭터로도 보인다.
처음에는 순애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성적이고 고도로 훈련된 병사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그런데 대본을 읽어가며, 이 인물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됐다. 선화를 지킨다는 목적이 이 인물의 가장 큰 목표다. 촬영할 때도 늘 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Q. 작품에서 처음 보여주는'멜로 눈빛'에 대해 관객 반응이 좋다.
오랫동안 나를 좋아해 주신 분들에게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칭찬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류승완표' 액션 촬영 비하인드
Q. 극 중에서 총기 액션 신이 많다. 어떻게 준비했나.
군사 전문 기자에게 여러 차례 교육을 받았다. 파지법, 이동 사격, 사주경계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배웠다. 또 박건이 사용하는 총과 가장 비슷한 비비탄 총을 직접 인터넷에서 구매해, 생각날 때마다 잡아보며 계속 연습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디테일한 주문이 많았다. 탄창을 빼는 방향이나 총알 개수까지 맞추며 촬영했다.
Q. 건물 담을 넘고 위아래로 이동하는, 일종의 파쿠르처럼 보이는 액션도 등장한다. 이런 동작들은 직접 소화했나.
전문 파쿠르처럼 화려한 동작은 아니지만, 담을 넘고 뛰어오르고 내려오는 동작들은 직접 했다. 겁이 나기는 했지만, 해낼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은 직접 다 했다.
Q. 특히 박건과 임 대리(정유진 분)가 계단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는 액션 신이 인상적이다. 해당 장면의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그 장면은 액션 스쿨에서 연습할 때는 솔직히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눈앞에 닥치니 몸이 따라주더라. 특히 정유진 배우가 몸을 전혀 아끼지 않고 던져줘서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
류승완 감독은 와이어를 달고 떨어졌을 때 바닥을 구르는 액션 같은 것들은 모두 직접 시범을 보인다. 라트비아 현지 스태프들도 감독이 직접 계단에서 구르는 모습을 보고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함께 더 열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Q. 류승완 감독의 액션은 유독 거칠고 아파 보인다는 인상이 있다. 실제 촬영 현장은 어떤가.
실제로는 크게 아프지 않다(웃음). 아프면 촬영을 못 한다. 안전하게 찍는 기술들이 있다. 다만 모니터로 보면 굉장히 아파 보이는데, 그게 감독님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가장 안전하게 찍으면서도 가장 아파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계신다.
Q. 가장 힘들었던 액션 장면을 꼽는다면.
폐쇄된 공항 지하에서 러시아 마피아 보스와 싸우는 장면이다. 열흘 가까이 촬영했는데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다. 공기도 안 좋고, 화장실도 없고, 전파도 잘 터지지 않았다. 육박전이 가장 길게 이어지는 장면이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한계에 가까웠다.
Q. 액션 신에서는 감정 표현과 동작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액션 신을 찍을 때는 모두가 굉장히 예민해진다. 누군가 다치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 촬영하는 게 우선이다. 그 안에서 동작 자체보다 중요한 건 총을 겨눴을 때의 표정, 대사 톤, 감정이다. 0.1초 스치는 표정 차이로 OK와 NG가 갈린다. 액션을 할 때의 감정과 톤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과 많이 나눴다.
'국민 전남친' 수식어와 멜로에 대한 생각들

Q.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수 화사와의 무대 이후, 신세경의 전 연인 역할까지 소화하며 '국민 전남친'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남친이 아니라 전남친이라는 사실이 좀 슬프다(웃음). 사실 그런 외부의 워딩이나 이슈들이 내 일상에 크게 침투하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정민이가 떴다'며 좋아한다. 오래 배우 생활을 해온 사람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었다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청룡영화상 이후, 일상에서 달라진 인기를 체감하는 순간이 있나.
길에서 알아봐 주시고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받을 때, 예전보다는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걸 체감한다. 다만 유명세를 굳이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알고리즘 추천에 내가 뜨면 '관심 없음'을 눌러서 아예 안 뜨게 한다. 곧 없어질 것들이라고 생각해서다.
Q. 신세경 배우와의 멜로에 대해 케미가 좋다는 반응이 많다. 함께 연기해 본 소감은 어땠나.
신세경 배우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배우다. 눈빛과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끌어준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라트비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이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편해졌고, 서로가 가진 매력이 장면마다 잘 드러났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사랑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신세경 배우의 몫이 크다.
Q. 박건이 '잠수 이별을 당한 전남친'처럼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연기에 참고한 개인적 경험이 있었나.
잠수 이별을 당한 적은 없다. 내가 해본 적도 없다. 다만 이별은 누구나 여러 형태로 겪어왔을 것이고, 그런 기억들이 몸 안에 쌓여 있는 것 같다. 박건은 원칙주의자였고, 선화의 가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원칙을 중시했다. 그 원칙적인 태도가 선화에게는 실망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박건 역시 그 사실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작품이 박정민의 멜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도 있다.
많은 분들이 내 멜로 연기를 보고 싶어 하신다면, <휴민트>가 그 기대를 조금은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은 일이다. 실제로 멜로 작품에 대한 제안이 늘었냐고 질문을 받는데, 회사에 대본이 들어왔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내가 직접 확인한 건 없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멜로 영화는.
가장 인상 깊었던 멜로 영화는 어릴 때 봤던 <편지>다. 멜로 영화를 보며 그렇게 울었던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좋아하고, <무뢰한> 역시 멜로적인 정서가 강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영화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선택하겠다"
Q. 앞으로의 작품 선택에 변화가 있을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변함없다. 캐릭터나 장르가 아니라, '이 시나리오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 재미있는 영화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멜로 작품이 온다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Q. <휴민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장르적인 장치와 볼거리가 많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인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다.
Q. 연차가 쌓인 지금, 연기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배우 개인의 욕구와 연출자의 방향성은 늘 다를 수 있다는 걸 느낀다. 그 둘을 어떻게 조율하며 나아갈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아직 정답은 찾지 못했다.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