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돌아서면 우울감"… 담장 안 설 맞는 10대의 눈물

김혜지 2026. 2.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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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1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중고등학교.

이들은 팀을 나눠 족구와 배드민턴 시합을 벌였다.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이들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의 시설이다.

절도 혐의로 10호 처분을 받은 박모(17)군은 "소년원 밖에서 명절 때 가족·친척들이 거실에 모여 시끌벅적했지만, 이곳은 너무 조용하다"며 "세상에서 저만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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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전주소년원 가보니]
절도·폭력 등 혐의 청소년 125명
대부분 가족과 단절돼 우울감 심화
명절도 평상시와 비슷한 일과 보내
소년원 측 "강압보다 지속적 관심이
변화 이끌어… '낙인' 찍지 않았으면"
전북 전주송천중고등학교(전주소년원) 생활관은 복도형 구조로 한쪽 벽을 따라 독거실, 혼거실이 일렬로 배치돼 있다. 방 내부에는 침대와 책상, 화장실 등 이 갖춰져 있으며, 작은 창문에는 보안 강화를 위해 원형 철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전주=김혜지 기자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1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체육 수업이 한창이다. 운동화 끈을 고쳐 매던 고등학생 20여 명은 교사의 짧은 호령이 떨어지자 코트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팀을 나눠 족구와 배드민턴 시합을 벌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공이 네트를 넘을 때마다 발소리와 숨소리가 뒤섞였고, 틈틈이 짧은 환호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른 한쪽에서는 학생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배드민턴채를 연신 휘둘렀다. 셔틀콕이 천장 가까이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들 사이에서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땀에 흠뻑 젖은 체육복 차림으로 숨을 헐떡이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여느 학교와는 너무 다른 풍경이 교정에서 펼쳐졌다. 파란색 호송차가 건물 본관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보호직 공무원 두 명의 인솔을 받으며 차에서 내린 10대 청소년이 수갑을 찬 채 1층 로비로 걸어들어갔다. 절도 혐의로 공판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다.

교명도, 겉모습도 일반 학교인 듯하지만 이곳은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이 머무는 소년원이다.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이들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의 시설이다. 10세 이상 19세 미만이 범죄를 저지르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소년재판을 통해 구치소가 아닌 소년원으로 송치될 수 있다.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전주소년원에는 보호처분 8~10호(6개월~2년)를 선고받은 초·중·고교생 125명이 수용돼 있다. 범죄 유형은 보호관찰법 위반(26%), 절도(22%), 성폭력(13%), 폭력(9%) 등 다양하다.

원생 대부분은 음주와 흡연은 예사인 얼룩진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이곳에선 엄격한 규율 속에 생활한다.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내부에서의 이동도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한다. 숙소는 독거실(1인실·9.26㎡) 또는 혼거실(4인실·26.48㎡)로 구성되며, 옆방 원생과 대화도 제한된다. 하루 일과도 오전 7시 기상부터 오후 9시 취침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통제가 이어진다.

설 연휴에는 차례 지내기, 세배, 윷놀이, 제기차기 등 여러 행사에도 들뜬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임춘덕 전주소년원 교무과장은 "설이 가까워질수록 부모 면회가 잦아지다 보니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은 눈에 띄게 우울감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자라 부모님을 본 적 없는 이모(15)군은 폭력·공갈 혐의로 지난해 10월 이곳에 들어왔다. 그는 "명절 때 가족 면회를 다녀온 아이들의 들뜬 모습을 보면 저만 '외딴섬'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절도 혐의로 10호 처분을 받은 박모(17)군은 "소년원 밖에서 명절 때 가족·친척들이 거실에 모여 시끌벅적했지만, 이곳은 너무 조용하다"며 "세상에서 저만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상담까지 도맡는 이곳 교사 33명의 관심은 때로 이들을 눈에 띄는 변화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이군은 "소년원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선생님과 꾸준히 상담하다 보니 제 행동이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군도 "여기 있으면 듣기 싫어서 도망쳤던 엄마의 잔소리는 결국 다 저를 지키려는 소리였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임 교무과장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소년원이 '낙인'의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그는 "아이들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며 "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자립 지원에 사회 전체가 함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일주일 닾둔 10일 전주소년원 원생들이 여느 때처럼 수업을 듣고 있다. 전주=김혜지 기자
11일 전주송천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35회 졸업식에서 임춘덕 교무과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초등학생 1명, 중학생 19명, 고등학생 7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전주소년원 제공

전주=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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