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언박싱] “죽을 권리를 묻다”…세계 휩쓰는 ‘조력 존엄사’ 물결

KBS 2026. 2. 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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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이슈를 깊이 있게 풀어내 보는 시간, W언박싱입니다.

바로 어제, 인천공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조력존엄사를 목적으로 스위스에 가려는 60대 남성을 장시간 설득 끝에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이 남성은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남성이 가려던 스위스는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들에게도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나랍니다.

스위스의 대표적 존엄사 기관인 '디그니타스'에서만 매년 2백 명 넘는 외국인들이 생을 마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건 스위스에서 2024년 만들어졌던 존엄사 캡슐, 사르코입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5분 안에 평온한 죽음에 이른다는 3D 프린팅 기계입니다.

370명이 사용을 신청했을 정도로 관심이 컸었는데, 첫 사용자 이후 2주만에 가동이 중단됐고, 스위스 정부는 미승인 의료기기 사용 혐의 등으로 관련자들을 체포했습니다.

사르코는 의료진 없이 기계만으로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에 오작동이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죽음을 상업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윤리를 앞지를 때 생기는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품위 있는 마무리에 손을 들어주는 추세입니다.

조력 존엄사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건데요.

가장 최근에 조력 존엄사법을 통과시킨 건, 미국 뉴욕주입니다.

10년의 긴 공방 끝에 지난 5일 법안이 최종 통과돼 오는 8월부터 시행됩니다.

[캐시 호걸/뉴욕 주지사/현지 시각 5일 : "우리는 삶을 일찍 끝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의 과정'을 일찍 끝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존엄성입니다."]

안전장치도 촘촘히 걸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의 검증은 필수고, 유산을 상속받을 사람은 법적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 미국 내 합법 지역은 14곳으로 늘었는데요.

가톨릭 신자가 많아 '죽음은 신의 영역'이라던 남미에서도 합법화 물결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우루과이가 입법을 마쳤고 칠레도 하원까지는 통과된 상태입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길을 연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따라, 프랑스 역시 지난해 하원 문턱을 넘으며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찬반 논쟁은 치열합니다.

슬로베니아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국민들이 투표로 무효화시켰고요.

영국도 2년 전 하원에서 조력 존엄사법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막혀 있습니다.

오진의 위험은 없는지, 혹은 가난한 노인들이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죽음을 선택하는 건 아닌지 따져볼게 너무 많다는 겁니다.

생명의 가치는 숫자로 계산될 수 없다는 종교 윤리적 측면에서의 논쟁도 뜨겁습니다.

[교황 레오 14세/지난해 12월 : "수정의 순간부터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의 모든 순간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이 다시금 커져 나가기를 희망하며 기도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조력 존엄사 논쟁을 두고 개인의 자율성이 확장되는 마지막 경계라고 평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결혼이나 출산처럼 죽음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중인 우리나라는 2022년과 2024년에 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되긴 했지만 구체적 진전은 아직입니다.

죽음의 선택권이 개인의 진정한 자유인지, 아니면 사회적 돌봄의 실패인지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겁니다.

지금까지 W언박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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