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DDP를 허물면서까지 ‘K팝 아레나’가 과연 필요한가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2026. 2. 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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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경 /서울시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오세훈 시장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계획인 DDP를 철거하자는 공약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DDP를 지역 상권과 연계되지 않는 대표적인 전시성 행정이자 일종의 ‘공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DDP를 철거하고 대신 그 부지에 7만석 규모의 ‘서울돔 아레나’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DDP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인상은 제외하더라도, 동대문에 7만석 규모의 초대형 공연장을 지어야 한다는 공약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K팝 공연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보러 가는 K팝 팬 입장에서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첫째, 과연 7만석 규모의 초대형 공연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요가 있는지의 문제다. K팝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공연 문화의 확장, K팝에 이끌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생각하면, 공연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보는 물론 중요한 문제다.

일러스트=이철원

하지만 모든 공연이 수만 명의 관중이 한자리에 운집하는 초대형 공연인 것은 아니다. 사실 콘서트 입장권은 아무리 저렴해도 최소 10만원으로 시작하고, 공연 시간도 짧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관람객 입장에서는 꽤나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취미다. 그런 관계로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아이돌을 제외하면 관객 동원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다수의 K팝 그룹은 5000석 규모의 장충체육관을 다 채우는 일도 쉽지 않다. 반대로 BTS와 블랙핑크처럼, 5만명 이상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그룹이 콘서트를 자주 열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콘서트는 셋리스트(공연되는 음악의 목록) 준비, 안무 연습, 스태프 동원, 리허설까지 엄청난 자본과 노력이 집약되는 고강도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둘째, 서울시의 공연 인프라는 7만석 초대형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보강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대형 공연장은 토지 비용, 대규모 군중 운집으로 인한 인프라 부하 문제로 도심에 자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송도, 안산, 고양 등 서울 인근 경인권이 초대형 공연을 주로 흡수했는데, 이 지역이 사실상 ‘대서울’ 수도권임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 주도하에 서울의 자체적인 공연 인프라 확충은 이루어지고 있다. 2027년에는 6만석 규모의 잠실 올림픽 경기장 리모델링이 완료되고, 창동에는 1만8000석 규모의 음악 특화 공연장인 서울 아레나가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기존 경인권 공연장과 고척돔의 존재까지 고려하면, 과연 DDP를 허물면서까지 7만석 이상의 새로운 초대형 공연장을 지어야만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지난 몇 년 동안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정치권에서도 K팝의 인기에 편승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실제 K팝 소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K팝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초대형 공연만으로 이루어진 산업이 아니다. 홍대의 작은 카페들과 5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 지하철에서 보이는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와 같은 미세한 K팝 소비 생태계가 촘촘하게 얽혀서 ‘일상적’ K팝 소비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런 작은 규모의 일상적 소비가 없다면 15만원, 20만원이라는 거금을 쓰면서 대형 공연에 나타날 동력이 굳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말 K팝 산업의 성숙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다면 초대형 공연장의 추가 건립이 아닌 다른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K팝 소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서울 각지에 개최하고, K팝을 더욱 다양한 문화예술과 연결해 청소년·청년 문화 경험에 깊이를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하나의 전위적 시각 예술로 발전한 K팝 뮤직비디오와 안무 연출을 소재로 한 전시를 DDP에서 개최한다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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