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마다 실사 점검?… 겸업업체 포함 4년째 95% 그대로
강산이 변할 세월의 흐름도 ‘창원지역서점인증제’의 인증 서점 목록 위를 비껴갔다.
창원시 도서관사업소가 지난 1월 5일을 기준으로 공개한 올해 ‘창원지역서점 인증현황’ 목록을, 지역서점인증제를 처음 시행했던 2015년의 인증 서점 목록과 비교한 결과, 11년 전 명단 속에 포함됐던 업소 38곳 가운데 29곳이(76.3%) 여전히 그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4개년의 목록을 상호 대조해 보면, 지역 인증 서점 명단의 고착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23년부터 2026년에 이르기까지, 한두 곳의 변동을 제외하면 인증제 혜택을 받는 서점 명단이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창원시는 지난 2015년부터 ‘동네서점 살리기’의 일환으로 인증제를 실시하고, 선발된 인증 서점들에 도서관 및 공공기관의 수의 계약과 구매 우선권을 제공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받는 서점들이 수년째 고정돼 있는 상황에 합리적인 인증 기준 마련과 현장 실사 강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증제 유입 힘든 신규 서점들
반년마다 재인증 심사 거친 목록
11년 전 선정된 38곳 중 29곳 유지
‘동네책방 살리기’ 취지 맞나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 포함에다
군부대·학내·종교 매장까지 등록
기준 위배되는 업소도 이름 올려
선정기준·사후관리 구조적 한계
객관적인 심사 체계 필요 목소리
담당 도서관 현장조사 보완 요구

◇반년에 한 번 재인증한다지만…
4년 연속 목록 95% 이상 일치= 창원시 도서관사업소가 운영 중인 ‘창원지역서점인증제’는 반기별로 신규 서점을 모집하고, 동시에 기존 서점들의 재인증 심사를 실시한다. 선정 서점을 모두 결정지은 이후에는 도서관사업소 누리집을 통해 ‘창원지역서점 인증현황’ 명단을 공개한다. 그러나 지난 4년 치 명단을 조사한 결과 기존 인증 서점의 유출도, 신규 인증 서점의 유입도 드물었다.
시 도서관사업소가 지난달 5일 기준으로 공개한 올해 ‘창원지역서점 인증현황’ 속 42개 업소 중 40곳(95.2%)은 2023년 5월 인증현황 목록(총 42곳)에도 포함돼 있었다. 올해 자료를 2024년 4월 명단(총 43곳)과 대조해 봤을 때는 42개 업소 중 41곳(97.7%)이 일치했으며, 지난해 4월 인증 현황 목록은 100% 동일하다.
반년에 한 차례씩 신규 서점을 모집하고 재인증 심사를 거치고 있음에도, 인증 서점 명단은 사실상 순환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제도 취지와 상충하는 형태의 인증 서점들 명단에 존재…인증 기준 보완 필요= 이렇듯 고착화된 창원지역서점 인증 명단 속에는 지역서점인증제의 기존 취지와 상충하는 유형의 서점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1년 제정된 ‘창원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서는 지역서점의 정의를 ‘창원시에 주소와 방문매장을 두고 소상공인이 경영하는 각종 형태의 서점’이라 규정하고 있다. 제정 이유로는 ‘코로나19 및 대형·온라인 서점의 확장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고 지역문화복합공간으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라 명시해 뒀다.
당시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정순욱 창원시의회 문화환경도시위원장은 지역서점인증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만든 조례라 밝혔다. 즉 현행 ‘창원지역서점인증제’는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서점을 보호하고, 나아가 이들의 서점이 지역문화복합공간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 ‘창원지역서점 인증 현황’ 명단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와 일반 시민의 접근이 어려운 군부대 내 서점까지 일부 포함돼 있어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지역문화복합공간으로의 활성화가 어려운 대학교 내 서점이나 종교서적 전문서점까지도 인증 서점으로 등록돼 있다.
실제로 창원시와 유사한 지역서점인증제를 시행 중인 다른 시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충청북도의 경우 ‘온라인 서점 및 서적 유통사,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 대학교·학원 납품 위주 업체, 종교서적 전문서점, 어린이 전집 할인 매장 등은 제외한다’는 별도의 인증 요건이 존재한다. 광주시 역시 대형 체인서점·온라인 서점·서적 총판업·종교서적 전문서점은 인증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지역서점인증제의 모집 공고에서는 이 같은 규제를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정영미 동의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인증 서점 목록이 굳어지는 문제의 원인은 지역서점인증제의 조건들에 있다. 조건이 계속해서 합리적으로 바뀌어 나가지 않으면 사실상 그 조건에 부합하는 곳으로 지원 대상 서점이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또한 “프랜차이즈 업소들이나 군부대 내 서점, 학내 서점, 종교 서점들은 제도의 기존 취지와는 상충한다. 조례와 제도의 방향성을 따라서 그에 부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인증 서점 현장 돌아보니 기존 조건 위배 매장도…강화돼야 할 현장 실사= 반년에 한번 꼴로 재인증 현장 실사를 도는 창원시 도서관사업소의 인증제 운영 방식에 따라, 현재 지역서점 인증제 명단에 오른 42개 업소 중 40곳은 2023년 5월부터 인증 목록상에 존재했기에, 지금까지 최소 다섯 번 이상의 실사를 통과했어야 한다. 하지만 본지 현장 취재 결과, 인증 서점들 가운데 현행 창원지역서점인증제의 기준을 위배한 채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업소들이 발견됐다.
창원지역서점인증제는 모집 공고상 ‘문구류 판매 외 다른 업종과 겸업(인쇄업 등)을 하는 서점’을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창원시 도서관사업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구류를 제외한 모든 업종의 겸업이 불가하다”고 기준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2일까지 본지가 직접 40개 업소의 현장을 방문해 본 결과, 서점 간판에 겸업 중인 다른 업종의 이름을 함께 기재해 두거나 타 업종의 매장과 서점 사이의 벽을 허물어 한 업자가 동시에 운영 중인 서점도 발견돼 현장 실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시 도서관사업소는 창원지역서점의 인증 현장실사를 구역별로 나눠, 각 구역의 담당 도서관에서 실시하도록 맡기고 있다. 의창구에 위치한 서점들은 최윤덕도서관이 실사를 맡고, 성산구는 창원중앙도서관, 마산합포구는 마산합포도서관, 마산회원구는 마산회원도서관, 진해구는 진해동부도서관에서 현장을 점검한다. 각 도서관의 도서 구매 담당자 1명이 불시에 인증 서점을 찾아 현지실태조사표 양식에 맞춰 실사 점검을 하고, 결과보고서를 취합해 시 도서관사업소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실사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동혁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교수는 “현장실사 운영에 있어 구성 인력을 확장해, 보다 더 객관적인 현장 실사를 통한 심사 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 교수는 “조금 더 다양한 인원이 현장 실사에 참여해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시 공무원이라든지, 서점 운영 관련 전문가, 서점 이용자 등 별도의 인력이 실사진으로 함께 구성된다면 실효성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 도서관사업소 관계자는 지역서점인증 기준이 지켜지지 않은 채 운영 중인 매장들에 대해 “겸업으로 판단되는 소지도 있어서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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