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고해상도 지도 반출’ 허용 최종 변수… 여한구 “디지털 등 비관세 집중 논의”(종합)
여 “USTR과 상시 소통 체제 유지”
관세 재인상 위기에 비관세 중요성 커져
美 자동차 한국 수입 등 합의사항 점검
“조만간 한미 FTA 공동위 개최”
구글에 지도 반출 놓고 산업 vs 안보 팽팽

미국이 관세 재인상을 압박하며 비관세 장벽 해소를 동시 요구하는 가운데 한미 통상 당국은 11일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과 디지털 분야 등 비관세장벽 문제를 놓고 협의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전 전날 방한한 릭 스위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을 만나 약 1시간 30분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우리 정부 실장급(1급)인 스위처 부대표의 카운터파트는 통상차관보지만 대미관세협상의 중요성을 감안해 여 본부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이날 양측이 지난해 11월 한미가 발표한 한미 투자협정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의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과 디지털 분야 등 비관세 분야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는 미국산 자동차를 연간 5만대까지 추가 개조 없이 수입가능하도록 ‘5만대 상한’을 폐지하는 미국산 자동차 비관세 내용은 2024년 기준 수입 미국산 자동차는 4만 7000대 수준이라 국내 자동차 산업계도 수용가능하다는 분석이다.
美, 온플법 취소·고해상도 지도 반출 요구
구글,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제시 없어
미국의 요구가 가장 높은 건 디지털 분야다.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전달되지 않았지만 스위처 부대표는 한국이 조인트 팩트시트에 합의한대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측은 미국 기업의 활동을 불필요하게 제재하지 말라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의 입법 취소, 구글의 1대 5000 고해상도 정밀 디지털 지도 반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 구글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 국외반출 신청 일지 -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구글은 전날 오후 11시쯤 축척 1대 5000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과 관련한 보완 서류를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했다. 정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했는지가 반출 허가 여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1/seoul/20260211211848133zuxj.jpg)
통상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글 지도를 활용한 자동차나 선박의 자율 주행·운항 기능이 수출할 때 필요해 실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산업계 입장과 정밀 지도에만 있을 수 있는 군 안보 정보와 네이버, 티맵 등 국내 업계 시장 잠식 우려도 있어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고해상도 정밀 디지털 지도 반출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지난 5일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한 보완 서류에도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처 부대표가 방한해 이날 비관세 장벽 해소를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앞서 여 본부장은 망 사용료과 온플법 등 디지털 규제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내용은 없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했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여 본부장이 아닌 조현 외교부 장관을 미국에서 만나 “시간이 없는데 비관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미투자특별법이 입법되더라도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직 미 당국자 “쿠팡, 한미 간 지정학적 이슈 전환”
이날 면담에서 쿠팡 이슈가 언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의회가 오는 23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임시대표를 출석시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 대우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디지털 비관세 장벽 협의에 험로가 예상된다.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몽골 담당 보좌관을 지낸 애덤 패러 블룸버그 선임 애널리스트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미국 기업들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통상 분야에서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 프로그램에서 “쿠팡 관련 사안은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점에서 쿠팡에 매우 심각한 위기로 떠올랐지만, 한미 간의 지정학적 이슈로 사실상 전환된 듯 보인다”면서 “지난 몇 년간 한국이 디지털 영역에서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자국 기업들엔 유리하게 했다는 인식이 존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해당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그에 따른 비용을 높이기 위해 무역 및 관세 분야에서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은 상당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초부터 그리어 USTR 대표와 다섯 차례 면담을 통해 관세 재인상을 막기 위해 비관세 등 한미 통상 현안 안정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여 본부장은 이날 면담에서 “디지털 등 비관세 분야에서 진전 사항에 대해 집중 협의하고, 조만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 개최를 목표로 향후 세부 계획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통상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도 USTR과 상시 소통 체제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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