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단속, 사람 있어야 사람 지켜… ‘무인경비’ 전환 속 걱정
16년차 직원 “빈터 소문에 월담 못 막아”
“학생들 귀가 제각각, 누군가 정리해야”
문 열고 창문 환기… 사람 손 거치는 일
교육청 권고에 계약 만료 통보 사례 속속

“교정 관리가 제대로 될까요….”
11일 오전 6시께 수원시 한 학교에서 만난 16년차 시설관리직원 김모(81)씨는 경기도 내 일부 초·중학교의 ‘무인경비’ 전환 소식에 의문을 표했다. 건물 출입은 경비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어도 교문을 넘어 교정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씨는 “건물 출입문은 통제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월담”이라며 “이곳이 지키는 사람 없는 ‘빈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학생이나 외부인들이 운동장에 들어와 술병을 어질러놓고 가는 등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3월까지 도내 초·중학교 44곳의 시설당직자를 없애고 ‘무인전자경비’ 체제로 전환(2월10일자 7면 보도)한다. 원격경비 등 보안기술이 발전한 만큼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기존에 유치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무인경비’가 초·중학교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씨는 학교 구성원들의 등하교·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이를 파악하고 문단속을 책임질 사람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들의 귀가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확인하고 정리한 뒤 문을 잠가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다”라며 “누군가는 학교 문을 먼저 열고 마지막에 닫아야 한다. 결국 교사들이 예전처럼 당직을 서거나 행정실 직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방학 중임에도 공사를 위해 찾는 인부들을 위해 해가 뜨기도 전에 교문을 열고 복도 조명을 켰다. 이어 곧 출근할 미화원을 위해 휴게실 난방도 미리 가동해 뒀다. 개학 후에는 복도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교무실 등의 난방기를 켜 두는 일도 그의 몫이다. 김씨는 이를 ‘스쿨 세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 “시험을 앞두고 밤늦게 학생들이 자료를 두고 왔다며 찾으러 오는 경우도 있는데, 당직자가 없으면 이런 지원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무인경비 전환을 이유로 시설관리직원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주시의 한 학교 시설관리직원 A(80)씨는 지난달 초, “3월부터 무인으로 전환돼 이번 계약 종료(2월 말) 이후에는 근무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노동조합에 상담을 요청하고 학교측과 재협의한 끝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성지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장은 “교육청이 무인경비 전환을 권고하고 있어 이를 이유로 시설관리직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시설관리직은 교사의 복지를 위해 당직 업무를 분리하면서 생긴 직종인 만큼, 이들이 사라지면 그 부담은 결국 다른 학교 구성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