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구매하러 가기’… 규제 빈틈 ‘전자담배 자판기’
수원 학교 인접 무인판매기 버젓이
인근에 관리직원·CCTV 안 보여
‘액상형’ 담배 분류 안돼 관리 사각
청소년 30% 이상 대리구매로 구해
도내 확산중… 4월부터 규제 강화

무인 자판기 형식의 전자담배 판매기가 대리구매 등 부정 구매를 막을 장치나 성분 확인도 할 수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청소년의 유입이 높은 관광지나 학교 근처까지 확대 설치되고 있어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액상형 전자담배 자판기. 행궁동 카페거리 한가운데 설치된 해당 자판기는 지나가는 누구나 ‘구매하러 가기’ 버튼을 누를 수 있게 일반적인 자판기처럼 외부에 놓여 있었다.
자판기 양옆으로 학생, 청소년들의 이용이 높은 즉석 사진관이 운영됐고, 300~400m 거리에 도서관과 학교가 밀집해 있었다.
결제 직전 QR코드를 통한 성인 인증 방식을 고르는 화면이 나타났다. 모바일 간편인증과 모바일 신분증, PASS 인증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인근에 인증 과정을 관리하는 직원이나 CCTV 등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20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흡연을 경험한 청소년 중 30% 이상이 대리구매를 통해 담배를 구했다.
이날 행궁동을 방문한 이모(21)씨는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 담배를 살 수 있는 자판기가 설치돼 있어서 놀랐다”며 “봄이 되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이 거리를 많이 지나치는데, 성인의 모바일 신분증을 빌려 구입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자판기 특성상 24시인데 야간이나 새벽에는 눈치도 안 보고 부정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행궁동뿐 아니라 수원역, 평택시의 평택로데오거리, 화성 동탄신도시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전자담배 자판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담배 자판기는 무인 판매점보다 관리가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인 판매점은 통상 출입 시에도 성인 인증을 해야 하며 운영자가 내부 CCTV로 위조 신분증이나 대리구매 등의 부정 구매를 적발할 수 있다.
니코틴 위험성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행궁동의 자판기에는 12종류 이상의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반면 제품별 구체적 성분 등의 설명은 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1만~2만원대 제품을 누르면 ‘사쿠라 포도’, ‘자몽’, ‘타바코’, ‘샤인 머스켓’ 등의 액상 종류를 고를 수 있지만, 니코틴 농도나 함유량, 유해 성분의 종류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교육연구센터장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그동안 담배사업법상 정의하는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무인 판매점을 넘어 자판기까지 엄청나게 확대됐다. 4월부터 규제가 시작되지만,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며 “자판기 업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넣을 때, 합성·유사 니코틴을 넣을 수도 있는데 구매자는 구별할 수 없다. 니코틴은 전부 유해하며 유사 니코틴은 중독성 등을 더 가중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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