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중은행 금리 2배 ‘기본예금’ 필요…“저신용자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야죠”

황인주 2026. 2.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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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본지 인터뷰
통장 못 쓰는 쪽방촌 주민 대화 계기
“역차별? 구성원간 견인해야 경제 성장”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기본보증·기본대출·기본예금’을 통해 저신용자의 새 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신용평점 하위 20~30%를 대상으로 시중은행 금리의 2배를 주는 ‘기본예금’ 도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에게 대출해주고 돈만 갚으라 할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게 도와주자는 취지에서요.”

김은경(61)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11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현재 1년 만기 은행 예금 금리가 연 2% 중후반대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5%대 이상의 금리를 주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1970~80년대 서민층에 두 자릿수 이율로 인기를 끌었던 재형저축(근로자 재산형성저축) 같은 상품이다.

소득, 자산,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적정한 금융 서비스를 받는 ‘금융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게 평소 김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기본예금 아이디어를 쪽방촌 주민들과 대화하다 얻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달 생계비계좌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쪽방촌 주민들은 수중에 돈이 얼마간 생겨도 압류될까 우려해 통장에 넣지 못하고 장판 밑에 넣어뒀다 도둑맞기 일쑤였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돈만 갚으라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일어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취지에서 현재의 정책대출과 정책보증 표현 역시 ‘기본대출’, ‘기본보증’ 등으로 수정하자고 그는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창해온 기본소득·기본사회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김 원장은 “서민들을 위한 은행 역할까지 서금원이 나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금원은 서민들을 위한 햇살론, 미소금융 등 대출지원과 보증을 주력으로 하는 기관이다.

서민금융 상품을 둘러싼 ‘역차별론’과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김 원장은 “사람이 돌부리에 걸리면 넘어질 수도 있다. 이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왜 역차별이냐”라며 “국가라는 틀 안에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견인해야 양극화가 해소되고 경제성장의 실마리가 된다”고 했다.

11일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및 신용회복위원장이 서금원 홍보 캐릭터 ‘채우미’와 ‘포용이’ 인형을 손에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홍윤기 기자

서금원은 오는 6월 청년 자산형성 상품인 청년미래적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청년미래적금은 은행 금리 연 5%를 가정했을 때 정부 기여금까지 고려하면 최대 15.8%의 적금에 가입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청년미래적금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자산 관리는 특정 종목에 꽂혀서 파고 들어가기보다는 분산이 중요하다. 이때문에 청년에게 ‘비빌 언덕’이 될 예·적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금원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1금융권 상품 이용이 어려운 이들이다. 김 원장은 “은행의 대출 총량은 커졌지만 저신용자에게 문턱은 여전히 높다”며 “최근에는 고액 대출이 제한되며 은행들이 적은 돈을 여럿에게 나눠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 추가로 돈이 필요한 이들이 2·3금융으로 밀려나다 신용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서금원이 취급하는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한도도 현재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김 원장은 봤다. 이를 위해 재원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AI) 전환으로 대표되는 시대 변화가 새로운 금융 취약계층을 만들고 있다고도 염려했다. 그는 “AI의 대체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은 경제생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유튜브를 보는 것은 잘한다 해도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이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청년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서금원과 신복위의 역할이 ‘사후적 대응’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데이터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예컨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계형 보험까지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서민에 대한 데이터는 서금원과 신복위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경기 흐름을 읽고 원활한 사전 대응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일 취임한 김 원장은 한국외대 법학과 출신으로 20년간 교수로 재직해왔다. 2020년~2023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을 지냈다. 이번 정부 출범 당시 정책 밑그림을 그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황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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