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건강하세요" 가 틀린 말?

2026. 2. 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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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예컨대 "조개껍질 묶어"가 나오면서 사람들 머릿속에 '껍질'과 '껍데기'의 의미 경계가 모호해졌고, "양화대교"가 나오면서 '행복하자(행복하세요)'가 더욱 우리말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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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어학이나 문법교육을 다루는 연구자들끼리 재미로 유행가 가사가 어법에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다. 예컨대 "조개껍질 묶어"가 나오면서 사람들 머릿속에 '껍질'과 '껍데기'의 의미 경계가 모호해졌고, "양화대교"가 나오면서 '행복하자(행복하세요)'가 더욱 우리말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학문적 근거는 하나도 없고, 그저 농담으로 하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가사가 말법을 바꿨다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우리 사이에 이러한 사용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사가 그리 나왔을 게다.

설날이 다가왔다. 설날 덕담 중 가장 두루 쓰이는 말은 '새해에도 건강하세요(건강해라/건강하자)'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미 자주 들어 익숙하겠지만, '건강하다'는 형용사라서 '-세요/-라/-자'와 같은 명령이나 청유의 뜻으로 바꿀 수 없고, 우리가 '비싸세요, 비싸라, 비싸자'가 이상한 것임을 곧바로 알아채듯이 이 역시 잘못되고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어디서 분명 배웠다. 그래서 자주 쓰는 건 틀림없는데 좀 찜찜하고, 지적하려니 너무 잘난 척하는 것 같고, 명절에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는 으레 이게 왜 문법에서 틀렸다고 하냐는 가벼운 논쟁이 데자뷔처럼 반복된다.

'건강하세요'가 어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꽤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미 통용이 왕성한 '건강하세요'와 관련해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표현이 전형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명령이나 청유가 아니라 기원이나 소망의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또 일부 '하다' 형용사에 상당히 동사스러운 속성이 있다고 설명한 논문도 있다. 즉 형용사 '건강하다' 안에 '건강하게 지내다'의 뜻이 이미 들어 '건강하세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당당하자, 솔직하자, 영원하자' 같은 말이 잘 통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사전을 찾아보면 '감사하다', '만족하다', '상당하다'와 같은 낱말은 형용사이기도 하고 동사로도 쓰인다고 기술하기도 하였다.

문법 역시 '법(法)'이라, 물(氵)이 가는(去) 대로 물길이 되고, 위에서 아래로 물길 모여 흘러가는 대진리 앞에 바다를 향해 자연히 제 갈 길 찾아간다. 말도 자주 쓰이면 그렇게 말길이 나고 설명력을 얻어 법이 된다. 열심히 덕담 나누다 보면 먼 훗날 '건강하다'의 말풀이에 동사의 뜻으로 '건강한 상태로 살다, 지내다'가 들어갈지 모른다.

강남욱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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