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행정통합 속도전'에 대전시장·충남지사·의회 일제히 '강경 대응'
의회 결의안·타운홀미팅 등 반영
"입법절차 중단하고 수용하라"
김태흠, "정치적 통합 논의 중단"
"여야 특위 구성해 기준 담아야"
"대통령 결단해야" 재차 면담 요청
전문가 "시행 어렵고 실효성 낮아"
시의회 재의결 법적 구속력 없어
지역 '통합 반대 여론' 만만치 않아
지역민 대변 '정치적 명분 확보'
정부·여당은 '정치적 부담' 작용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자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양 시도 의회가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사실상 마지막 행정적 대응 수단인 '주민투표'와 '의회 재의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통합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다가 되레 정부·여당이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대전시의회에서 채택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과 타운홀미팅 등에서 수렴된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정부와 국회는 발의한 지 불과 일주일 남짓 된 법안 심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촉박한 국회 법안 심사 일정으로 주민 숙의와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의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 도구와 선거 전략으로 변질됐다"며 "행안부는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는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주민투표 절차를 수용하라"고 역설했다.
이 시장은 충남과의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 청취를 시의회에 다시 요청해 의결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회에는 현재까지 4개의 행정통합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며, 행안위는 이들 법안을 지난 10일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해 병합 심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행안위와 법사위를 거쳐 오는 26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고삐를 죄고 있다.
이 시장은 앞서 지난 6일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윤호중 행안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항구적인 재정과 권한 이양을 통한 고도의 자치분권 보장을 요청했다. 이 시장은 특히 "시도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돼 법안에 담기지 않으면 장관께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9일 국회에서 "정치적 의도만 남은 행정통합 논의를 중단하라"고 작심 발언했다. 그는 "행안위 행정통합 공청회에서 수차례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이해당사자인 충남도민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제대로 된 권한 이양 없는 행정통합은 빈 껍데기"라며 "양도세 100% 등을 통한 연간 9조 원 수준의 항구적 재정 이양과 예타 면제, 국가산단 지정 등을 통합시에 직접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사는 그러면서 "이제는 행정통합에 진정성을 보이고, 국세 65, 지방세 35 비율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주길 바란다"며 "이해당사자이자 입법 대상 지역인 충남의 도지사로서, 이 대통령과의 면담도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도 "행안위의 (행정통합 법안) 심사과정을 지켜본 뒤 만약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만든 통합법안의 30%도 안 되는 민주당 법안으로 확정된다면 시·도의회에서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통합 관련 주민투표 시행은 사실상 어렵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투표는 6·3 지방선거 60일 전까지 시행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아주 촉박해 가능성이 낮다. 절차를 거쳐 시행하기까지 통상 3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행안부 장관이 서둘러 결정하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행안부 장관이 중대한 문제라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판단하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회 의견청취 안건도 동의든 부동의든 절차만 거치면 돼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전문가도 주민투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주민투표는 개표도 못한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사례처럼 투표율이 아주 낮아 시민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광역 행정통합을 하게 되면 지역 경쟁력은 물론, 단체장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며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이 많은데, 이들이 역량을 한 데 모아 정부를 상대로 진정한 자치 분권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 시·도가 정부·여당을 상대로 초강경 대응에 나선 데에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행정통합과 관련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민의 반대 여론 전달함으로써 '정치적 명분'을 쌓는 동시에, 정부·여당에는 '큰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의 주민투표 여론은 지표를 통해서 확인된다. 국회 전자청원에는 1만8,000여명이 주민투표 실시 등에 동의했다. 시의회에 접수된 소통 요구 민원도 1,500건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시민을 상대로 진행된 시의회의 여론조사결과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등의 응답이 67.8%에 달했다. 대전과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여당의 행정통합 속도전에 "졸속 통합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전 정부의 '내란사태'로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유리한 것은 맞지만, 행정통합 과정에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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