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화위 참여 이어 가자지구 파병하는 인도네시아···현지선 ‘외교 리스크’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후 가자지구 재건 명분으로 설립한 평화위원회에 참여하는 인도네시아가 회원국 중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최대 8000명의 국제안정화군을 파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지에서는 자국군의 분쟁 개입 가능성과 외교적 선택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룰리 시만준탁 인도네시아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5000~8000명 규모의 육군 여단이 (가자지구에) 파견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공병 부대와 보건 부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병력 규모 및 임무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구상 2단계로서 제시한 국제안정화군 창설에 참여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됐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같은 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가자지구에 2만명의 평화유지군을 보낼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2일 평화위 참여 의사도 밝혔다.
인도네시아군이 가자지구에 파견된다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군을 제외하고 가자지구에 주둔하는 첫 외부 군대가 된다. 인도네시아군은 가자지구 라파와 칸유니스 사이 남부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 공영 방송 칸은 전했다.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사는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해왔다. 지난해에는 팔레스타인 난민 일부를 수용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는 공식적 외교 관계도 맺지 않았다.

이번 파병을 두고 현지에서 우려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국방대학 교수인 아낙 아궁 바뉴 페르위타와 세카르 헤스티 수미나르는 현지 일간 자카르타글로브 기고문에서 인도네시아군의 임무가 확대될 경우 “인도주의적 의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군사적 개입 등을 뜻할 수 있다.
가디언 역시 “인도네시아를 중동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분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낙 교수와 세카르 교수는 “미국은 (평화위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서는 데 관심이 있다”며 “평화위 운영 방식이 미국 국내 정치 변화에 취약하므로 인도네시아도 그 변화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평화위가 주요 강대국 간 대립 진영을 만든다면 인도네시아는 한 진영에 갇혀 외교적 유연성을 훼손당할 위험이 있다”며 자칫 “외교적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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