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년이면 대형위성에 공급"…초경량·초저가 우주용 태양전지 제조시설 가보니

"가로세로 20cm 넓이의 태양전지를 하루에 20장씩 만들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생산한다고 하면 대형위성 하나 정도에는 공급이 가능한 규모의 파일럿 시설로 볼 수 있는 거죠."
11일 준공식을 진행한 경기 의왕시에 소재 국내 우주기업 플렉셀스페이스(이하 플렉셀)의 시범제조시설에 들어서자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한 첨단 장비들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플렉셀의 우주용 탠덤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와 구리인듐갈륨셀레나이드(CIGS) 박막을 결합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전지다.
인공위성 등 지구 궤도나 우주로 날아간 장치는 보통 태양광 발전에 에너지원을 의존한다. 기존에 탑재된 태양전지는 무게와 효율이 발목을 잡는다. 플렉셀은 초경량·초저가 탠덤 태양전지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시범제조시설을 처음 만들어 공개한 것이다. 2027년 하반기까지 연간 500만장을 생산하는 양산시설로 확장할 계획이다.
설비 소개를 맡은 노신영 플렉셀 기술이사(CTO)는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각 층마다 최적의 공정이 다르다"며 핵심 제조 장비를 소개했다. 가운데 있는 로봇팔이 순서에 따라 샘플을 필요한 공정이 진행되는 챔버로 이동시키며 공정을 진행한다. 샘플은 공정이 완료될 때까지 장비에서 나올 필요가 없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화학적 성질이 소금과 비슷하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하다. 플렉셀이 태양전지 제조 과정 전반에 진공 상태를 유지하고 수분을 제거할 수 있는 '클린룸'과 제조 장비를 신경써서 마련한 이유다.
한쪽 공간에는 태양전지를 실제 인공위성 작동 환경과 비슷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도 구비됐다. 진공 상태에서 대기권을 투과하기 이전의 햇빛인 'AM 0(제로) 햇빛'을 발광다이오드(LED)로 재현해 영하 150℃부터 영상 150℃까지 온도를 가변형으로 조절할 수 있다.
노 CTO는 "AM 0도 흔치 않은데 온도를 가변형으로 플러스·마이너스 150℃까지 구현하는 태양전지 성능 측정 장비는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공과 온도 외 우주방사선 영향 측정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마련된 별도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
플렉셀은 현재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 파트를 사람이 직접 접합해 탠덤 전지를 생산한다. 향후 생산량이 늘면 자동화할 계획이다. CIGS 파트는 현재 외부에서 수급하고 있지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CIGS 생산기술 이전을 통해 CIGS 생산장비를 올해 말까지 확보할 전망이다.

플렉셀은 2023년 한화시스템 사내벤처로 출발한 우주용 태양전지 전문기업이다. 안태훈 플렉셀 대표는 한화시스템에서 위성 사업을 담당하며 태양전지 수급 문제를 직접 겪은 뒤 창업에 나섰다. 위성 제조사뿐 아니라 우주 데이터센터, 민간 우주정거장 등 태양광 발전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가 늘면서 사업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준공식에 참석한 유영준 한화시스템 우주사업부 전무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작되는 위성은 아직까지 태양전지를 전량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위성용 태양전지는 우주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뎌야 해서 일반 실리콘 태양전지가 아닌 갈륨비소계 다중접합 태양전지가 쓰인다. 미국과 독일 등 소수 국가 기업이 기술을 과점하고 있어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소재 비용이 높다.
플렉셀은 갈륨비소 대신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 박막을 결합한 탠덤 구조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막 공정을 쓰기 때문에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소재 단가도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 전무는 "플렉셀스페이스 덕분에 더 이상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더 가벼운 위성용 태양전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계에서도 플렉셀에 주목한다. 플렉셀의 탠덤 태양전지는 얇은 막 형태로 제조돼 무게가 가볍고 필요에 따라 휘거나 말 수 있다. 무게와 부피 제약이 큰 위성에 싣기 적합하고 제조비용도 기존보다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성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우주탐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주정거장 개발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핵심 기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 전력을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고효율 경량 태양전지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플렉셀은 항우연에 태양전지 샘플을 이미 제공했으며 향후 본격적인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플렉셀은 지난주 한화시스템과 2027년 7월까지 총 4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우주항공청과는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 1단계 기획연구를 진행 중이며 2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안 대표는 "록히드마틴, 테란오비탈, 에어버스, 스페이스X 등이 태양전지 공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에서의 검증도 잇따른다. 플렉셀은 지난해 11월 27일 인하대학교 위성 '인하로샛(INHARoSAT)'에 5세대 태양전지를 탑재해 발사한 바 있다. 올해 8월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이 직접 태양전지를 시험하는 시험이 예정돼 있다. 2027년 상반기에는 이탈리아 우주기업 디오빗과 정지궤도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에 태양전지를 탑재하기 위한 제안서도 이미 제출한 상태다.
[의왕= 이병구 기자,의왕- 임정우 기자 2bottle9@donga.com,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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