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자식처럼 키웠는데 떼죽음"…전남 축산농가 전염병과 사투 중

임지섭 기자 2026. 2. 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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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이어 나주도 ASF 발생
동절기 AI 확산세 속 ‘겹악재’
이동제한·출하 차질 ‘발동동’
설 연휴 변수…방역당국 총력전
'민족 대명절' 설을 1주일여 앞둔 11일 전남 나주시 봉황면 A 돼지농장. 하얀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자식처럼 키웠는데 한순간에 떼죽음이 됐잖소."

11일 오전 9시께 전남 나주시 봉황면의 한 돼지농장. 농장 입구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졌고, 하얀 방역복을 입은 인력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중장비가 포대와 장비를 옮기는 사이 소독약 냄새가 농장 안팎에 진하게 맴돌았다. 평소 같으면 설 명절 출하를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현장은 '방역'이라는 단어만 남은 채 멈춰 서 있었다.

전남 축산업계가 명절을 앞두고 초비상에 걸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하며 방역 부담이 한꺼번에 덮쳤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 기간 인적·물적 이동이 늘어나는 점을 변수로 보고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남의 ASF 상황은 '청정지역'이라는 인식부터 흔들었다. 전남에서 ASF가 처음 확인된 건 지난달 26일 영광 한 돼지농장(2만1천 마리)이었다. 전남 첫 발생이라는 점에 더해 사육 규모도 커 충격이 컸다. 이후 지난 9일 나주 농장(1천280마리)에서도 추가 확진이 나오며 불과 보름 남짓 사이 2곳이 뚫렸다. 올해 전국 10번째다.

현장 불안이 커지는 이유는 ASF의 성격 때문이다. 치사율이 높고, 백신·치료제가 사실상 없어 한 번 발생하면 살처분과 이동제한·거점소독 등 강한 조치가 뒤따른다. 전남은 그간 '비발생 지역'으로 분류되며 상대적으로 방역 부담이 덜했지만, 영광에 이어 나주까지 확진이 나오자 '이제 어디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말이 농가 사이에서 공공연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고병원성 AI도 확산 중이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고병원성 AI가 총 8건(나주 5건·영암 2건·곡성 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곡성의 경우 기존 발생지역(나주·영암) 밖에서 확인된 사례로 방역당국이 빈틈 차단을 강조해 왔다. 전국 누적 발생도 42건까지 늘어 방역 경보는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농가들은 이동 제한이 일상이 됐다고 토로한다. 차량과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면 사료 반입, 분뇨 반출, 출하 일정이 연쇄로 흔들리고, 농장 운영은 멈춤에 가까워진다. 임종근 나주시 오리협회장은 "이동 제한이 걸리면 농장 운영 자체가 멈춘다"며 "명절을 앞두고도 모든 일정이 올스톱된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도 변수다. 설은 귀성·물류 이동이 급증해 바이러스가 퍼질 틈이 커진다. 방역당국이 농장 방문과 외부인 출입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염병은 작은 빈틈에서 확산되고 그 여파는 축산업을 넘어 유통·물가를 거쳐 결국 밥상까지 번질 수 있다.

방역당국은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발생지역과 인접지역을 대상으로 통제·소독을 강화했다. 전남도 역시 나주 발생과 관련해 소독 자원을 동원하고 인근 농가·도로 방역을 강화하는 등 추가 확산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는 AI와 ASF 위험까지 겹쳐 부담이 크다"며 "기본에 충실한 신속·정확한 대응으로 현장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나주/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