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비명…사모펀드 규제 섣불리 풀어준 '대가' [사모펀드의 덫②]
일상 파고든 사모펀드 2편
사모펀드 고성장의 비밀
론스타 사태 후 토종 사모펀드 활개
정부, 규제 완화 사모펀드 활성화
M&A 시장 큰손 부작용 적지 않아
무리한 LBO 방식 피인수 기업에 독
'선진금융'의 총아란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날이 따가워지고 있다. 막대한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단기간 수익 실현에 매몰돼 피인수기업의 고혈을 짜내는 사모펀드가 속출하면서다. 나름 괜찮은 대형마트를 누더기로 만든 '홈플러스 사태'가 그 기폭제가 됐다. 그렇다면 사모펀드는 왜 '괴물'이 된 걸까.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1/thescoop1/20260211181450983ddmk.jpg)
그렇게 등장한 게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인베스트먼트 등 토종 사모펀드다. 당연히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2024년 기준 사모펀드 약정액(기관전용)은 153조6000억원(금융감독원)으로 늘어났는데, 해마다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사모펀드가 손을 뻗지 않은 분야도 찾아보기 어렵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ㆍ롯데카드ㆍ고려아연 등의 최대주주다. 한앤컴퍼니는 SK해운ㆍ남양유업ㆍ케이카 등을, IMM PE는 한샘ㆍ하나투어ㆍ에어퍼스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사모펀드의 업종별 투자 비중은 제조업 52.7%, 하수ㆍ폐기물 등 13.7%, 정보ㆍ통신업 10.4%, 도ㆍ소매업 6.2%, 과학ㆍ기술업 3.7%다.
문제는 숱한 기업을 손에 쥐고 있는 사모펀드가 '약탈적 자본'이란 비판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기폭제가 된 건 뭐니뭐니 해도 '홈플러스 사태'다. 공교롭게도 국내를 대표하던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 인수(2015년)를 기점으로 쇠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신세로 전락했는데,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액 7조2000억원 중 4조원가량을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대출)' 방식으로 조달한 게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이렇게 '돈없는 M&A'에서 시작된 홈플러스의 위기는 점입가경이다. 지난 1월부턴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 납품대금이 밀린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홈플러스가 2031년까지 41개 점포를 구조조정할 계획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벼랑까지 밀렸다.
뒤늦긴 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사모펀드 규제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규제망이 허약하다면 제2, 제3의 홈플러스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모펀드가 왜 이렇게 악당 취급을 받게 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언급했듯 그 배경에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꼬집을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1/thescoop1/20260211181452267dvzr.jpg)
2015년엔 사모펀드 유형을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ㆍ현 일반 사모펀드)'와 기업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후 기업가치를 제고해 매각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현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구분했다. 그중 현재 '기업사냥꾼'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규제망'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정부는 기관전용 사모펀드가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엔 기관전용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재무적 투자자(FI)만 참여할 수 있었지만, 전략적 투자자(SI)도 참여하도록 길을 터줬다. 사모펀드가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셈이다.[※참고: 바로 이것이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LBO 방식'이 더 쉬워진 이유다. 이 이야기는 후술했다.]
2021년엔 규제를 더 완화했다.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규제 방식을 일원화했는데, 이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례實例를 들어보자.
2021년 전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펀드 순자산의 10% 이내, SPC 순자산의 300% 이내에서만 차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펀드와 SPC 합산 순자산의 400%까지 차입이 가능해졌다. 차입 한도가 늘어난 만큼 더 적은 돈으로 더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이렇게 과도하게 마련한 차입금을 갚는 게 결국 '피인수기업'이란 점이다. 사모펀드가 SPC를 통해 차입금을 조달하면서 피인수기업의 알짜 자산을 담보로 삼거나(담보제공형 LBO), SPC를 통해 대출을 받아 기업을 인수한 후 SPC와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합병형 LBO)으로 차입금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규제안의 큰 허점 = 그렇다면 느슨한 규제망을 발판으로 '공룡'이 돼버린 사모펀드를 이젠 규제할 수 있을까. 일단 정부가 규제의 돛을 올리긴 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터진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금융당국(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차입비율이 200%를 넘으면, 그 사유와 사모펀드 운용에 미치는 영향, 향후 관리 방안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언뜻 규제망을 제법 탄탄하게 만든 것 같지만, 한계는 여전히 적지 않다. 차입 비율이 200%를 넘었을 경우, '보고 의무'를 만들었지만, 한도는 여전히 순자산(펀드+SPC)의 400%까지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1/thescoop1/20260211181453586zkab.jpg)
이 때문에 결국 무리한 LBO 방식을 실질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과도한 차입금으로 기업을 인수할 경우 회사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가 직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과도한 LBO 방식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후 여야 국회의원들은 총 10건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중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엔 LBO 방식을 규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사모펀드의 LBO 관련 사항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는 피인수기업이 재무상황 악화나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 필요한 시정조치를 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7개월째 국회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입법활동은 뒷전에 미뤄둔 채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알 수 없다.
물론 사모펀드를 오로지 규제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수혈해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한 회사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사모펀드도 있긴 하다. 정부가 그동안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추진한 것도 이런 순기능을 기대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긍정적 역할만 바랄 순 없다. 단기적 투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모펀드는 날카롭게 규제해야 한다. 과연 이번엔 사모펀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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