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HOT 이슈' 추적] ⑪ 포천시 '옛 6군단 부지 반환' 제자리걸음
자작동 일대 89만여㎡ 대규모 땅
수십 년 군사시설 보호구역 묶여
부대 해체에도 여전히 활용 불가
'기부 대 양여' 추진 수년째 답보
市, 작년 말 시유지 사용 연장 불허
해당 토지 반환·국유지 교환 병행
국방부와 공감대…행정 절차 진행
합의 땐 토지 획정·분할 측량 착수


육군 제6군단이 해체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포천 도심 한복판에 남은 옛 부지는 여전히 군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병력은 떠났고 부대 기능도 사라졌지만, 땅은 아직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반환 지연을 둘러싼 책임론과 제도 한계론이 맞서는 가운데, 옛 6군단 부지는 이제 포천의 미래 구상과 정치 지형까지 흔드는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옛 6군단 부지는 포천시 자작동 일대 89만7982㎡(약 27만 평) 규모의 대규모 군부대 터다. 휴전 직후인 1954년 창설돼 이 일대에 주둔하다가, 국방개혁에 따라 2022년 11월 해체됐다. 전체 면적 가운데 63만3207㎡(약 19만 평)는 국방부 소유 국유지이며, 26만4775㎡(약 8만 평)는 포천시 소유 시유지다.
국방부는 2009년부터 시유지에 대해 무상사용 허가를 받아 부지를 사용해 왔다. 이후 2년마다 사용 기간을 연장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허가 기간 종료를 앞두고 포천시가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반환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부지는 수십 년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왔다. 도심과 가깝고 주요 간선도로와 인접해 있음에도 군부지라는 이유로 접근과 활용이 차단되면서, 포천의 성장과 산업 확장 과정에서 대표적인 제약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군단 해체 이후에도 국유지로 남아 활용이 막히자, 지역사회에서는 "부대는 떠났지만 도시는 발이 묶였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옛 6군단 부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넓은 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천에서 이 정도 규모의 도심 인접 가용지를 한 번에 확보해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주거·공공 기능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자, 도시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전략 자산이라는 점에서다. 반환 여부는 단순한 토지 이관을 넘어, 포천의 중·장기 도시 방향을 가르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반환 과정은 구조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군부지 반환은 일반적인 국유지 이전과 달리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군이 사용할 대체부지를 제공하거나 시설을 기부하고, 그 대가로 기존 군부지를 넘겨받는 구조다. 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토지 확보와 재정 투입, 복잡한 행정 절차가 지자체에 집중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
포천시 역시 이 제도적 틀 안에서 반환을 추진해 왔다. 국방부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협의를 이어왔고, 2023년 12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이전에 뜻을 모았다. 당시 포천시는 이를 "70년 만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기부 규모와 사업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반환 절차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시유지 사용 기간 연장을 요청하자, 포천시는 이를 반환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해 공유재산 사용 허가 갱신을 불허했다. 반환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반환 지연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며, "이제는 결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포천시는 시유지 반환과 국유지 교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일부를 돌려받는 동시에, 활용성이 높은 주변 국유지와 교환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방부와의 면담과 실무협의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됐고, 고위급 간담회까지 이어지며 논의는 행정 절차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다만 교환 방식 역시 전면 반환은 아닌 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교환 대상 토지 확정과 분할 측량, 재산 가격 평정, 공유재산심의회 심의와 시의회 승인, 예산 반영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유재산 행정 절차에 따라 일정 역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반환이 늦어지면서 책임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반면 행정 내부에서는 기부대양여라는 제도 구조상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반환 시기를 앞당기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과 역할의 비대칭성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지 활용을 둘러싼 시각차 역시 존재한다. 산업시설 중심 개발로 일자리 창출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공시설과 주거 기능을 결합한 도시 재생형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포천시는 아직 구체적인 개발 방향을 확정하지 않고, 반환 절차 진행 상황에 맞춰 주민 의견과 입지 분석, 재정 여건, 인근 첨단전략 일반산업단지와의 연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반환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행정 일정도 병행하고 있다. 이달 중 국방부와 토지 교환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교환 합의가 이뤄질 경우 토지 확정과 분할 측량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후 교환 재산에 대한 가격 평정과 공유재산심의회 심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수립 및 시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토지 교환과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게 된다. 최종 교환 시점은 국유재산 관련 행정 절차 일정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군단은 떠났지만, 부지는 아직 제자리에 있다. 반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다. 옛 6군단 부지 반환은 단순한 토지 문제가 아니라, 포천이 어떤 도시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백영현 포천시장
"시간 걸리더라도 시민의 공간으로"

옛 육군 제6군단 부지 반환 논란의 중심에는 결국 시장의 판단이 놓여 있다. 포천 도심과 맞닿은 대규모 군 부지를 어떻게 되찾고, 이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이 사안을 단순한 토지 이관이 아닌, 도시의 다음 단계를 여는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백 시장은 6군단 부지가 '포천의 마지막 카드'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도심에서 이 정도 규모의 부지를 다시 확보할 기회는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과 일자리, 정주 여건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도시 구조를 재편할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환이 지연된 배경에 대해서는 제도적 한계를 짚었다. 군 부지 반환은 기부대양여 제도 안에서 국방부의 대체부지 확보, 토지 교환, 가치 산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지자체가 단독으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민들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지만, 구조적 제약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백 시장은 "그럴 사안이었다면 애초에 문제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유재산 사용 허가 갱신 불허로 분명한 메시지를 냈고, 이후 국방부와 공식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토지 교환 방안 역시 전면 반환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선택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반환 이후 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백 시장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준비 없이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시민 의견과 재정 여건, 인근 첨단전략 산업단지와의 연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행정은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가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사안이 선거 국면에서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시간은 걸리더라도 6군단 부지는 반드시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놓겠다"고 덧붙였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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