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미장’ 공식 깨졌다…국장으로 눈 돌리는 연금 개미
국내 ETF 비중 18%→30%로 쑥
해외 상품은 42%로 크게 낮아져
KODEX 200도 4위에 이름 올려
퇴직연금, 코스피 하방지지 역할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올해도 전 세계 주요 증시 수익률 1위를 기록하자 ‘퇴직연금은 미국 주식 장기투자’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해외 빅테크와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에 쏠렸던 퇴직연금 자금이 국내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단기 매매 대상이 아닌 장기 투자처로 재평가하면서 퇴직연금 자금이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DC·IRP) 가입자 56만 7000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 ETF에 투자한 금액은 전체 ETF 투자금액의 30%로 1년 전 18%에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금액은 3445억 원에서 1조 5488억 원으로 약 5배(1조 2043억 원) 증가했다.
반면 해외 주식 ETF 비중은 같은 기간 51%에서 42%로 낮아졌다. 투자금액은 1조 80억 원에서 2조 1622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1조 82억 원에 그쳐 국내 주식 ETF의 자금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절대 규모에선 아직 해외 주식이 국내 주식을 앞서고 있지만 상대적 비중은 축소된 셈이다.
이에 따라 투자 상위 종목의 구성도 달라졌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계좌 내 투자 상위 1~5개 ETF 종목엔 모두 미국 주식이 이름을 올렸으나 이 구도가 흔들리며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 200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TIGER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2위는 KODEX 미국 S&P500, 3위는 TIGER 미국나스닥100이었고, 5위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였다.
국내 주식 ETF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은 수익률 격차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내면서 연금 자금도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코스피가 5000선에 안착하면서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다는 신뢰도 싹트게 됐다. KODEX 200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38.99%로 TIGER 미국 S&P500(16.22%)의 8.6배에 달한다.
퇴직연금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국내 ETF를 보면 KODEX 200을 비롯해 TIGER 반도체TOP10, KODEX 반도체, KODEX 코스닥150, PLUS 고배당주 순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ETF뿐 아니라 코스닥과 고배당주 ETF로도 자금이 분산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도 연금 자금 운용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IGER 반도체TOP10은 171.77%, KODEX 반도체는 157.83% 상승했고 KODEX 코스닥150은 51.87%, PLUS 고배당주는 91.33%의 1년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27.06% 상승한 반면 S&P500은 1.41% 오르는 데 그쳤고 나스닥은 0.60% 하락했다.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내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6000선을 넘어 70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아 장기 자금인 퇴직연금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 운용되는 연금 자금의 유입은 국내 증시 하방을 떠받치는 구조적 수요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기적으로 적립되는 장기 자금이 지수 변동성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온 배경으로는 퇴직연금 제도인 401K를 통한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거론된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96조 8000억 원으로 500조 원에 육박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 이동이 뚜렷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연금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전 설정한 ETF를 매월 자동 매수하는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도입했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며 장기 자금 유치에 나섰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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