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험대 놓인 특검 수사...김기현 부인 가방 전달 심리 시작

김현지 기자 2026. 2. 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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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연루설’ 관계자들, 1심서 공소기각·무죄 선고
“통일교 원정도박 첩보 대통령실 등 보고...경찰 사건 안 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지난해 12월22일 오전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의총)에 김기현 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이 재판에 넘긴 일부 사건의 공소기각이나 무죄 판단이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특검 수사가 법원 시험대에 놓였다.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채용을 대가로 고가의 그림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에 가방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부부의 재판도 본격 시작되면서 사법부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김기현 측 "가방 전달 관여하지 않아"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 의원과 배우자 이아무개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2023년 3월 김 여사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같은 달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지원을 받은 대가로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팀은 당시 전당대회 전 통일교 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 쪼개기 후원 등도 살펴본 바 있다.

김 의원 부부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이씨가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제공한 사실은 맞지만 김 의원이 관여하지는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또 특검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도 했다. 특검이 압수수색 범위를 넘어 제3의 장소에서 가방을 압수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가방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후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 청구해 적법하게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그간 배우자 이씨가 가방을 선물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예의' 차원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에 김 의원 부부는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 전에 열리는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특검 수사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단적인 사례가 '집사 게이트' 관련 피고인들의 1심 결과다. 과거 김 여사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김예성씨 실소유 회사에 2023년 대기업과 금융권 등에서 187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관련성은 밝혀내지 못한 채 김씨와 회사 대표, 임원진들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기각은 검사의 소송 조건이 미비하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을 때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도 따지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관련 공무원 사건도 이와 마찬가지다. 김아무개 국토교통부 서기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평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인접해 있는 종점부로 변경하는 과정에 대한 수사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김 서기관은 국토부 공사 수주업체에 특혜를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됐는데, 지난달 22일 1심에서 "특검팀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기각을 선고받았다.

김상민 전 검사의 청탁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 여사 측에 시가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No.800298)'를 건네며 총선 공천과 국정원 공직 인사를 청탁한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그림은 특검팀이 김 여사의 친오빠인 김진우씨 장모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발견됐다. 김 전 검사 측은 "김 여사 오빠 부탁을 받고 투자 가치가 있는 미술품 구매를 대행했을 뿐 김 여사에게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실제 구매했거나 이를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검사는 2023년 12월 22대 총선 운동에 사용할 카니발 차량의 리스 선납금과 보험료 약 4139만원을 사업가 김아무개씨에게 대납시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학자 원정도박, 尹 대통령실 보고됐지만 사건 안 돼"

특검이 출범하게 된 원인인 김건희 여사도 1심에서 일부 무죄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28일 김 여사의 선고기일에서 통일교 측의 명품 가방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다. 주가조작 사건(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선 시기별로 쪼갠 후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여론조사 제공 사건(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등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김 여사에게 특검팀 구형량(징역 15년형)에 한참 못 미치는 징역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여기서 김 여사의 유죄를 이끌어 낸 통일교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김 여사에게 가방과 목걸이 등을 전달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1월28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1심에서 징역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 측에서 1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세 사건 모두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다퉈질 예정이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해 9월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사건도 법원 심리 중이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경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전달한 혐의, 같은 해 3~4월 교단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22년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2022년 10월 권 의원에게서 경찰의 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전해듣고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증거인멸교사·증거인멸) 등도 받고 있다.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원정 도박'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총재의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에도 이 내용이 보고됐지만 정식 사건으로 배당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춘천경찰서 소속이던 그는 2022년 5~7월 통일교 내부자에게서 한 총재의 비위 관련 내용을 제보받고 첩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후 한 총재, 정원주 당시 총재 비서실장 등 통일교 간부들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명시한 첩보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내용이 정식 사건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경찰관은 특히 "보고 내용은 '별보'로 경찰청을 거쳐 대통령실까지 보고된 걸로 안다"며 "별보인데 경찰청이 사건 배당도 안 하고 보관 처리한 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별보는 경찰청장이 직접 챙겨보는 보고서를 의미한다. 그는 이어 "증빙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관 처리됐는데, 이번 도박 관련 첩보보다 더 약한 고리를 갖고도 사건이 배당된 바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 회장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공소장에서 "'월드서밋 2020' 행사에 국회의원을 참석시키려 이들을 후원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전·현직 여야 의원 11명의 이름을 명시했다. 검찰은 송씨가 윤 전 본부장뿐 아니라 한 총재,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통일교 관련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원을 받은 11명이 통일교 관련 단체 자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공소장에 명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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