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험대 놓인 특검 수사...김기현 부인 가방 전달 심리 시작
“통일교 원정도박 첩보 대통령실 등 보고...경찰 사건 안 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이 재판에 넘긴 일부 사건의 공소기각이나 무죄 판단이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특검 수사가 법원 시험대에 놓였다.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채용을 대가로 고가의 그림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에 가방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부부의 재판도 본격 시작되면서 사법부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김기현 측 "가방 전달 관여하지 않아"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 의원과 배우자 이아무개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2023년 3월 김 여사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같은 달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지원을 받은 대가로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팀은 당시 전당대회 전 통일교 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 쪼개기 후원 등도 살펴본 바 있다.
김 의원 부부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이씨가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제공한 사실은 맞지만 김 의원이 관여하지는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또 특검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도 했다. 특검이 압수수색 범위를 넘어 제3의 장소에서 가방을 압수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가방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후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 청구해 적법하게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그간 배우자 이씨가 가방을 선물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예의' 차원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에 김 의원 부부는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 전에 열리는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특검 수사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단적인 사례가 '집사 게이트' 관련 피고인들의 1심 결과다. 과거 김 여사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김예성씨 실소유 회사에 2023년 대기업과 금융권 등에서 187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관련성은 밝혀내지 못한 채 김씨와 회사 대표, 임원진들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기각은 검사의 소송 조건이 미비하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을 때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도 따지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관련 공무원 사건도 이와 마찬가지다. 김아무개 국토교통부 서기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평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인접해 있는 종점부로 변경하는 과정에 대한 수사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김 서기관은 국토부 공사 수주업체에 특혜를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됐는데, 지난달 22일 1심에서 "특검팀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기각을 선고받았다.
김상민 전 검사의 청탁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 여사 측에 시가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No.800298)'를 건네며 총선 공천과 국정원 공직 인사를 청탁한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그림은 특검팀이 김 여사의 친오빠인 김진우씨 장모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발견됐다. 김 전 검사 측은 "김 여사 오빠 부탁을 받고 투자 가치가 있는 미술품 구매를 대행했을 뿐 김 여사에게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실제 구매했거나 이를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검사는 2023년 12월 22대 총선 운동에 사용할 카니발 차량의 리스 선납금과 보험료 약 4139만원을 사업가 김아무개씨에게 대납시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한학자 원정도박, 尹 대통령실 보고됐지만 사건 안 돼"
특검이 출범하게 된 원인인 김건희 여사도 1심에서 일부 무죄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28일 김 여사의 선고기일에서 통일교 측의 명품 가방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다. 주가조작 사건(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선 시기별로 쪼갠 후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여론조사 제공 사건(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등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김 여사에게 특검팀 구형량(징역 15년형)에 한참 못 미치는 징역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여기서 김 여사의 유죄를 이끌어 낸 통일교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김 여사에게 가방과 목걸이 등을 전달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1월28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1심에서 징역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 측에서 1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세 사건 모두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다퉈질 예정이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사건도 법원 심리 중이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경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전달한 혐의, 같은 해 3~4월 교단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22년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2022년 10월 권 의원에게서 경찰의 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전해듣고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증거인멸교사·증거인멸) 등도 받고 있다.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원정 도박'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총재의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에도 이 내용이 보고됐지만 정식 사건으로 배당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춘천경찰서 소속이던 그는 2022년 5~7월 통일교 내부자에게서 한 총재의 비위 관련 내용을 제보받고 첩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후 한 총재, 정원주 당시 총재 비서실장 등 통일교 간부들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명시한 첩보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내용이 정식 사건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경찰관은 특히 "보고 내용은 '별보'로 경찰청을 거쳐 대통령실까지 보고된 걸로 안다"며 "별보인데 경찰청이 사건 배당도 안 하고 보관 처리한 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별보는 경찰청장이 직접 챙겨보는 보고서를 의미한다. 그는 이어 "증빙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관 처리됐는데, 이번 도박 관련 첩보보다 더 약한 고리를 갖고도 사건이 배당된 바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 회장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공소장에서 "'월드서밋 2020' 행사에 국회의원을 참석시키려 이들을 후원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전·현직 여야 의원 11명의 이름을 명시했다. 검찰은 송씨가 윤 전 본부장뿐 아니라 한 총재,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통일교 관련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원을 받은 11명이 통일교 관련 단체 자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공소장에 명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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