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용사별 1사 1상품 제한 변동성 우려 우량종목 최소 선별 서학개미 끌어들여 국장 활성화 이르면 6월부터 판매 가능할 듯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뉴스1
정부가 상반기 중 국내 증시에 상장할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1운용사 1ETF’ 원칙과 함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같은 일부 우량 종목만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의 특성을 고려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최소한으로 선별함으로써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끌어들여 증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판단이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운용 업계와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에 필요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을 감안해 자산운용사별 ‘1사 1상품’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량 단일 종목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까지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운용사 ‘톱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 경쟁·투기 조장 막기 위해 1사 1개 제한 할 듯
이는 주가 하락 시 손실을 크게 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 구조상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종목으로만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아울러 일반 ETF보다 시장 파급력이 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자산운용 업계 내 상품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뜻도 담겼다. 정부가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상품 출시와 관련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업계는 이르면 6월께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국내 증시에도 우량 단일 종목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가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규제 완화에 나섰다. 자산운용 업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등이 공포되는 대로 본격적인 상품 출시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상품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 6월 이전에 국내 단일 종목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ETF 시장 현황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량 단일 종목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증시 활황에 따른 ‘ETF 순자산 500조 원’ 시대 도래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두 반도체 대장주가 올해 최대 실적을 예고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를 통한 수급까지 확대되면 주가를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 속에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자산운용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 현상도 그만큼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국내 증시 상장과 관련해 자산운용사별 ‘1사·1상품’ 출시를 원칙으로 하며 허용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현대차까지 허용하는 방안으로 윤곽을 잡았다. 당초 금융 당국은 우량 단일 종목에 한해 레버리지 ETF 출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량주 중에서도 가능 종목을 2~3개로 좁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배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변동 폭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산운용사별로 레버리지 ETF를 1개만 출시하도록 제한한 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ETF 한달 만에 50조 원 순유입...‘레버리지’ 촉매제 될까
업계에서는 ‘ETF 투자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우량주 2배 추종 ETF는 순자산 500조 원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의 순자산 총액은 356조 47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5일(303조 5794억 원) 사상 처음으로 300조 원 시대를 연 지 약 한 달 만에 50조 원 넘게 불어났다. 2023년 6월 순자산 100조원 시대를 연 지 2년 만인 지난해 6월 200조 원을 돌파했는데 급등하는 증시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 내 ETF 거래 비중은 약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사장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되면 시장 전체 성장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레버리지 대상 종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최상위사이면서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종목이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30%, 27%로 코스피 상승률(24%)을 상회한다. 2배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상품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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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 기대효과도 거론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1월 11일~2월 10일)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 2배 추종 ETF(XL2CSOPSMSN)와 SK하이닉스 2배 추종 ETF(XL2CSOPHYNIX)의 순매수 결제액은 각각 539만 2085달러(약 78억 원), 415만 2090달러(약 60억 원)다. 이달 9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의 보관액만 각각 4496만 달러(약 653억 원), 7132만 달러(약 1036억 원)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삼성운용-삼전, 미래-하닉 유력...중소형사는 쏠림 현상 우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 간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종목으로 정해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익숙한 대형 자산운용사로 몰릴 수밖에 없어 지금처럼 대형사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로 형성돼 있다. 각 사별로 상품 1개씩만 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를, 경쟁 관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대형 종목만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금융 당국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코스피·코스닥 개별 종목에 한해서는 선물이 허용되기 때문에 레버리지 ETF도 개별 종목을 다양화해 차별화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 운용사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ETF는 사실상 보수말고는 차이가 없는 상품 구조라 대형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변동 폭이 지나치게 확대돼 정부가 투기판을 열어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결국 투자자 유인을 위한 업계 간 ‘수수료 인하’ 출혈경쟁이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우량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 증시에서 이르면 6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ETF 상품은 거래소 예비 심사와 금감원 심사, 거래소 공식 심사를 거쳐 효력이 발생하는 데 통상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여부를 보고 금감원은 공모펀드로서의 서류(투자 설명서 등)를 집중 검토한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구조 자체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3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