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향한 ‘항복 권유’?···5대10국 다룬 중국 사극 ‘태평년’에 양안 모두 주목
중 관영매체 “평화로운 양안관계 상징”
대만서도 주목하나 “여론효과 제한적”

당나라 멸망 후인 5대10국 시대(909~979)를 배경으로 한 중국 사극 <태평년(太平年)>이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만 통일’과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라는 해석이 나온다.
태평년은 송나라가 당나라 멸망 후 분열과 혼란을 수습하고 일어서는 과정을 다룬 사극이다. 지난달 23일 중국중앙TV(CCTV)와 OTT 플랫폼에서 동시 첫 방영됐다. 11일 기준 총 48부작 가운데 44부작까지 진행됐다. CCTV에 따르면 기획에 10년이 걸렸으며 3억5000만위안(약 735억750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주인공은 송나라 측이 아니다. 드라마는 오늘날 저장성 일대 있었던 오월국의 마지막 왕 전홍숙이 주변국들이 송나라에 병합돼 멸망하는 가운데 판세를 읽고 투항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중국에서 ‘납토귀송(納土歸宋)’이라고 불리는 일이다. 전홍숙은 ‘승산 없는 전쟁’ 대신 ‘백성의 안녕과 평화’를 택한 현명한 군주로 그려진다.
5대10국 시대는 중국 역사의 대표적 혼란기이지만 ‘평화의 시대’라는 역설적 제목이 달렸다. 각본가 둥저는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황제든 장군이든 평민이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평화를 원한다”며 “평화는 인간 마음의 공통분모”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중화권 전반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 드라마 관련 검색 횟수가 18억회를 넘었다. 대만에서는 공식 방영되지는 않았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처음에는 어려운 사극체 등의 장벽 때문에 인기가 저조했으나 시청자들은 점차 심오한 주제의식을 발견했으며 드라마가 5대10국 시대에 대한 관심을 불렀다”고 평했다.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평가가 양안 양쪽에서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드라마는 평화로운 양안관계의 상징이 됐다”며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중화민족의 근본이익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필연적 요구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리궈창 중국역사학원 부원장은 중국 매체 남방창에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드라마가 “중화민족의 통일로 향하는 필연적 역사 흐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통일은 ‘굴복과 병탄이 아닌 귀환’이자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대만 사회에 전한다”고 말했다.
대만 연합보는 드라마가 대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부르고 있다며 리 원장의 견해와 함께 중국 본토에서 대만 통일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드라마가 연달아 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명나라 유민과 왜구 등 다국적 해적을 이끌고 대만을 근거지로 활동했던 정성공 세력을 청나라 강희제가 정벌하는 과정을 담은 <팽호해전>이나 1949년 대만에 잠입해 중화민국 국방부 부참모장까지 올랐다 처형당한 공산당 스파이 우시의 일대기를 다룬 <침묵의 영광>을 예로 꼽았다. 중국이 지난해를 ‘대만 귀환 80주년’을 선언하며 기념으로 방영한 작품들이다.
<팽호해전>과 <침묵의 영광>은 ‘대만 독립세력’을 적으로 묘사하고 정벌한다는 은유가 담겨 있다. 반면 <태평년>은 평화적 귀속을 강조한다. 당국의 최근 대만에 대한 접근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왕후닝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지난 9~10일 열린 ‘대만공작(업무)회의’에서 대만 분리주의 세력 엄단을 언급하면서도 ‘인적교류’를 강조했다. 왕 주석은 지난 4일 10년 만에 열린 국공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샤오쉬천 대만 국민당 부주석을 만나 상하이 시민들의 대만 진먼·마쭈 열도 관광을 재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일변도의 접근이 대만의 반중 여론을 결집하고 미국, 필리핀,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한다는 점, 올가을 대만 지방선거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만 여론에 <태평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장즈중 대만 카이난대 교수는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에 “대만 시청자들은 중국 본토 드라마를 평가할 때 역사적 고찰과 장면 연출에 중점을 둔다”며 “양안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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