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처럼 써온 25년, 정선호의 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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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작가회의 회장인 정선호 시인이 지난 연말에 낸 책을 보면, 지역 곳곳을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내며 돋보인다.
정 시인의 새 시집 <만날고개에서 만나요> 는 그가 25년 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시시포스처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쓴 다섯 번째 시집이다. 만날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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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서천, 거주지 창원의 곳곳 들여다본 흔적 애틋하게

경남작가회의 회장인 정선호 시인이 지난 연말에 낸 책을 보면, 지역 곳곳을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내며 돋보인다.
정 시인의 새 시집 <만날고개에서 만나요>는 그가 25년 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시시포스처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쓴 다섯 번째 시집이다. 그는 자신의 시집을 두고 "나라의 발전과 민족의 하나 됨, 자연을 지키고 되돌리는 방도를 떠올렸다"고 썼다.
시집은 4부로 구성돼있고 한 부마다 15편 씩 총 60편이 실렸다. 1부에서는 지역과 고향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마음이 담겨있다.
충남 서천 출생인 그는 '서천꽃밭'에서 고향과 가족을 이렇게 표현한다.
"서천꽃밭에서 삼신할미에게 점지 받은 나는/어머니 몸을 빌려 서천군에서 태어났어요/중학교 졸업 후 서천군을 떠나 대처로 왔고//대처에 서천꽃밭에서 걸었던 꽃길은 없고/길은 온통 가시밭길 이었어요/때로 좋은 날에 꽃을 주고받기도 했지만//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으나 서천군에 사는 부모는 늙고 병들어 갔어요//고향에 갈 때면 모든 애환과 설움이 잊혀졌지만/잠시일 뿐, 꽃길을 걷기란 매우 어려웠어요//그날은 설을 맞아 고향에 갔어요/설에 눈 내리자 모든 길에 웃음꽃밭이 펼쳐졌고/서천꽃밭에서 환생하지 않고 남아 있던 조상들이/서천군의 모든 길에 꽃을 심어 후손들을 맞았어요//나는 서천꽃밭에 돌아갈 날을 세어 보기도 했고요"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김석준 문학평론가는 '서천꽃밭'을 "마음이 가난한 자의 고단한 삶의 서사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봤다. 정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서천에 대한 그리움과 설움을 어머니의 사랑과 공명시키면서 고향 전체를 웃음꽃밭으로 승화시켰다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정 시인이 표현한 꽃밭은 유토피아, 인간이 꿈꾸는 마지막 이상향으로 봤다. 결국 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 썼듯, 시시포스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삶이 늘 동일한 것의 반복임을 깨닫는다. 시인은 시 '설날' 속에서 고향으로 돌아간다. "눈은 온 산과 들에 평등하게 백설기같이 쫀득쫀득하게 내려요. (중략) 눈은 세상을 평화롭고 숭고하게 하며/자신을 녹여 농사에 쓸 물이 되듯/사람들에게 겸손함과 희생정신을 알려 줘요/설날에 흰 새들이 마을 여기저기에 날아다녀요"(97쪽) 이 시를 쓰는 시인과 그 시를 읽는 이 모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받는다. 흰 새가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듯 독자에게 위로의 정서를 여실히 전한다.
그가 시인의 말에도 강조하듯 나라의 발전, 민족의 하나됨을 염원하기도 했다. 2부에 담긴 '조선인 여공의 노래'(37쪽), '열사들과 밥을 먹다'(39쪽), '재두루미중창단-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 추모식에서'(43쪽) 등에서도 지역과 인간이 겪은 아픔에 손을 내밀어 연대하고 시로 어루만지고 있다.
"만날고개에서 만나요, 만나서/고려 말기, 딸과 어머니의 애뜻한 사연도 읽어봐요//만날고개에서는 누구든 만날 수 있어요//(중략) 1987년 6월, 전국의 거리와 광장에서 서로 만나/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었듯//그 사랑은 나라를 유지하는 힘이고/지구를 더욱 푸르게,/푸르게 만드는 날개짓이지요//그렇게 서로 자주 만나고, 만난다면/민족 통일이 이뤄질 날도 멀지 않겠지요"('만날고개에서 만나요', 56쪽)
이번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만날고개에서 만나요'로 독자는 그가 25년 동안 시시프스처럼 고개를 오르고 내리면서 시집을 엮은 이유를 새삼스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138쪽. 실천문학. 1만 3000원.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