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내홍에 드러난 민주당 현실…핵심 명분도 설득 못한 정청래, 당권 투쟁 불씨된 김민석

박광연 기자 2026. 2. 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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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이언주 최고위원(왼쪽), 강득구 최고위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과 지방선거 전 합당을 철회한 다음날인 11일 “더 이상 합당 논란으로 우리의 힘을 소비할 수 없다”며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합당 추진에 집단 반발한 최고위원들도 사과하는 등 당내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이다. 합당의 핵심 명분마저 설득하지 못한 정 대표, 당내 공개 충돌과 혁신당을 향한 도 넘은 비판을 불사한 일부 최고위원들, 논란에 관여해 당권 투쟁의 불씨를 키운 김민석 국무총리 등의 행보는 여권의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저와 지도부는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 지방선거 후 통합 추진을 천명했다.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이제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우리의 큰 같음을 바탕으로 총단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 온 뒤 당이 굳는다고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며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일만 하자”고 말했다.

합당 추진에 반대했던 최고위원들도 이날 “강하게 주장한 경우도 있었는데 걱정을 끼쳤다면 송구하다”(이언주 최고위원), “더 성숙하고 화합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었는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황명선 최고위원), “의견은 달랐지만 당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하나였다”(강득구 최고위원)며 자세를 낮췄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으로 격화한 민주당 내홍은 일단 봉합되는 수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합당을 추진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김 총리가 보여준 행태는 여권 내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라는 합당의 핵심 명분을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는 “통합은 승리, 분열은 패배”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상가 문을 열고 들어가 호소하는 출마자 심정” “지방선거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지 않겠나”라는 등의 일반론으로 일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합하면 도움이 된다는 일반론적인 근거에 기반한다” “도움이 된다, 안 된다는 의견은 다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합당 반대파가 최신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지방선거 핵심 격전지인 서울·부산과 중도층 등에서 반대가 더 많다고 주장한 현실론과 비교하면 정 대표의 이상론적 주장이 힘을 얻기 어려웠다. 합당이 지방선거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설득하지 못하며 실체가 불분명한 당권 투쟁 논란으로 비화했고, 결과적으로 합당 제안의 의도를 의심받는 형국으로 전개됐다.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이 합당 반대 수단으로 최고위 공개 충돌과 집단 기자회견을 선택한 것은 여당 지도부 내부의 조율 역량이 취약한 현실을 드러냈다는 시각이 있다. 당 안팎에서 여당이 야당 같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최고위원은 혁신당의 핵심 정책을 “위헌적이고 사회주의 지향”이라고 비난하며 합당 상대를 과도하게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정 운영의 핵심축인 김 총리가 합당 논란에 관여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총리는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직후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표직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했고, 합당 논의가 본격화하던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며 반대파에 힘을 실었다. 김 총리의 가세는 합당 논의가 당권 투쟁과 계파 갈등 논란으로 부각되는 주요 계기가 됐다고 평가된다. 김 총리 최측근인 강 최고위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에서 합당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등의 입장이 “총리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편차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밝힌 것은 주요 당무에 대한 김 총리의 관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풀이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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