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신구(新舊) 강자의 만남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6. 2. 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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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에서 일명 '대항해 시대'가 열린 이래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 차례로 세계 패권국(覇權國)의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의 국토 면적이나 인구 수만 놓고 봤을 때 네덜란드의 경우는 '정말로 패권국이 맞아'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18세기 들어 네덜란드는 영국에 밀려 패권국에서 내려앉았으나, 강력한 조선업 전통 등에 힘입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대표적 강소국(強小國)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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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에서 일명 ‘대항해 시대’가 열린 이래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 차례로 세계 패권국(覇權國)의 지위에 올랐다. 미국,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 중남미를 중심으로 스페인어가 널리 사용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스페인도 한때 패권국이었다는 점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 지금의 국토 면적이나 인구 수만 놓고 봤을 때 네덜란드의 경우는 ‘정말로 패권국이 맞아’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네덜란드는 어떻게 비좁은 영토와 부족한 자원 등 약점들을 극복하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다비드 반 베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네덜란드군 6·25 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반 베일 장관은 이날 국내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기술 강국인 한국과의 공조는 유럽 및 아시아를 겨냥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역량을 높이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네덜란드의 전성기는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덜란드 선박의 운송량은 영국, 프랑스는 물론 훗날 통일 독일로 묶인 지역들까지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바다를 누비는 대형 범선들이 가장 중요한 운송 수단이던 시절 네덜란드의 발달한 해운업은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강점이었다. 한때 세계 무역의 70% 이상을 네덜란드 상인들이 장악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록 18세기 들어 네덜란드는 영국에 밀려 패권국에서 내려앉았으나, 강력한 조선업 전통 등에 힘입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대표적 강소국(強小國)으로 꼽힌다.
한국이란 나라의 존재를 처음 서양에 알린 이는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1630∼1692)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 선원이던 하멜은 1653년 상선을 타고 일본으로 가던 중 난파를 당해 제주도에 상륙한 것을 계기로 13년간 조선에 체류했다. 그가 네덜란드 귀국 후 펴낸 책 ‘하멜 표류기’는 프랑스어, 영어 등으로 번역돼 유럽에서 제법 인기를 누렸다. 그로부터 약 350년 뒤인 2002년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79)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일궈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 듯하다.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다비드 반 베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방명록에 서명하는 동안 기념관 관리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방한한 다비드 반 베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이 11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네덜란드는 6·25 전쟁 기간 연인원 5300여명의 전투 병력을 보내 한국을 도왔고, 그중 124명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기념관 내 네덜란드군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반 베일 장관은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정작 고마움의 뜻을 표해야 하는 쪽은 우리가 아닌가.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은 반 베일 장관에게 기념관의 대표 전시물인 거북선 모형을 안내하며 한국 조선업의 우수함을 설명했다. 조선업 전통의 강호와 신흥 강자가 힘을 합쳐 해군 함정 건조 등 방산 분야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길 고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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