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대표 작가가 말하는 ‘한국·UAE 현대미술’ 감상법

윤승민 기자 2026. 2. 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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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의 현대미술 대표 작가 모하메드 카젬. 본인 제공

“아랍에미리트(UAE)나 아랍·이슬람 세계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예술적 관심사와 작업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접근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힌 사막, 최신식의 시가지와 우뚝 솟은 빌딩, 두바이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중동의 부국 UAE를 떠올리며 현대미술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과 공동기획한 국제교류전 ‘근접한 세계’는 국내에서 UAE의 현대미술을 대규모로 조명하는 자리다. 지난해 12월15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한 이 전시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UAE를 기반으로 활동한 작가 총 40여팀의 작품 110점이 전시돼 있다.

UAE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모하메드 카젬(57)도 이 전시에 참여했다. 카젬은 자신의 작품을 출품했을 뿐 아니라 전시의 세 섹션 중 하나를 공동 기획했다. 그는 UAE의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그룹 ‘더 파이브’의 주요 멤버였으며,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UAE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을 만큼 UAE의 현대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접한 세계’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10년부터 한국에서 종종 자신의 작품을 선보여왔던 카젬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과의 관계는 일회적인 경험이 아니라 축적된 관계처럼 느껴진다”며 “관객들이 제 작품을 ‘UAE를 설명하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거리감, 비영속성 등으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젬은 한국의 관객들이 “작품을 고정된 국가적·역사적 틀로 접근하기 보다는 동시대 예술적 실천으로 접근해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UAE의 현대미술에서 ‘UAE만의 고유한 것’을 찾기보다는 ‘같은 시대의 작품’에서 공명할 수 있는 것을 봐달라는 것이다.

카젬의 작품에서는 ‘좌표’가 자주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그의 영상 작품 ‘경로(병합)’(2002)에서는 모래사장 위에 쓰인 좌표가 파도에 밀려 서서히 지워지는 모습을 담았다. 카젬은 좌표를 “정체가 불분명한 풍경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고 고정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본래 사막의 유목민이던 아랍인들, 도시 국가를 형성한 뒤 값싼 노동력으로 중동 부국에 유입된 동남아인들이 떠오르는 동시에 언제든, 어디든 떠나갈 수 있으면서도 정착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모습도 겹쳐진다. 카젬은 다만 “(좌표의)지워짐은 단순히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좌표가 물과 섞여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며 해석의 폭을 넓혔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접한 세계’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은 ADMAF와 지난해 5~6월엔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한국현대미술전을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전시에 대해 카젬은 “백남준의 초기 작업 등 초기 개념미술과 동시대 작업을 함께 배치하면서, 관객들이 최근의 트렌드뿐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와 연속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UAE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보는 전시였다”고도 했다.

카젬은 한국과 UAE 간의 현대예술 교류에 대해 “한국과 UAE는 모두 급격한 변화와 이동을 경험했다. 이런 공통의 조건은 서로를 비교하기보다는 인식하고 공명하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공통의 관심사 속에서 한국과 UAE의 연결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29일까지.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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