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돌아온 '설렌타인데이'…유통가, 선물·굿즈 총력전

김나연 기자 2026. 2.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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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일회성 이벤트 넘어 협업 굿즈·경험형 상품 앞세워
밸런타인데이 스페셜 프로모션.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설 명절과 밸런타인데이가 겹친 이른바 '설렌타인데이(설+밸런타인데이)' 시즌이 5년 만에 돌아오면서 유통업계가 기념일 수요 선점을 위한 마케팅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초콜릿 대신 캐릭터 굿즈, 호텔 패키지, 경험형 소비까지 확산되면서 고물가 속에서도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이유'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밸런타인데이가 설 연휴와 맞물리면서 선물뿐 아니라 여행·체류·미식 등으로 소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초콜릿을 주고받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념일의 의미를 넓히려는 소비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백화점업계는 프리미엄 디저트와 협업 상품으로 설렌타인 특수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밸런타인데이 디저트 선물 세트 품목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했다. 프랑스 초콜릿 브랜드 '라메종뒤쇼콜라'의 단독 상품을 비롯해 국내 유명 파티시에와 협업한 초콜릿 디저트·구움과자 등을 선보인다.

특히 지난 시즌 디저트 세트 구매 고객 중 40~60대 비중이 60%에 달한 점에 주목해 곶감·김부각·정과 등 국내산 원재료를 활용한 '헬시 플레저' 디저트도 강화했다. 설 명절 가족 선물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는 물량 확대와 할인 혜택으로 실속형 소비자를 겨냥했다. 이마트는 220여종의 초콜릿을 최대 40% 할인하고, 잔망루피 캐릭터 협업 상품과 굿즈를 결합해 선물 수요를 공략했다. '초콜릿 레터링 딸기 만들기 세트' 등 체험형 상품도 함께 내놨다.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매출 증가를 바탕으로 올해 물량을 전년 대비 12% 늘리며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실용성과 소장 가치를 겸비한 상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은 몬치치·캐치티니핑·옴팡이, 스누피·포켓몬, 헬로키티 등 인기 캐릭터 IP를 활용한 키링·텀블러·파우치·블루투스 스피커 등 다양한 선물 세트를 내세웠다.

CU에 따르면 올해 밸런타인데이 시즌(2월 1~9일)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했으며, 이 중 캐릭터 굿즈 상품 매출 신장률은 34%에 달했다. 전체 밸런타인데이 상품 매출에서 굿즈 상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기 캐릭터 상품이 매출을 이끈다"며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실용적 상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는 이번 시즌을 '경험형 소비'로 재해석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조선호텔앤리조트, 메이필드호텔, 시그니엘 서울 등은 밸런타인데이 한정 칵테일, 케이크 또는 숙박·디너 코스를 결합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2~3월까지 여유 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등 심리적 부담을 낮췄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기념일에 과한 지출을 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분위기와 경험을 중시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고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상품 구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밸런타인데이가 토요일인 만큼 주말을 활용한 여행·체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면세업계도 '밸런타인데이 특수'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해피 밸런타인' 기획전을 통해 프리미엄 향수와 뷰티 브랜드 상품을 최대 40% 할인 판매 중이다.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메종 마르지엘라 등 니치 향수 브랜드를 위주로 가격 부담은 낮추고 만족도는 높이는 '스몰 럭셔리' 소비층을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온라인·플랫폼 업계도 설렌타인 수요 공략에 가세했다. 컬리는 쿠키·초콜릿·베이커리 등 선물용 디저트를 큐레이션하며, 600여개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기획전을 진행한다. 11번가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기획전을 열고, 초콜릿부터 명품·디지털·뷰티 상품까지 포함한 선물용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다이소몰은 '두근두근 뷰티 위크'를 열고 뷰티 신상품과 선물용 아이템이 중심인 기획전을 열었다. 배민B마트는 디저트 기획전 '발렌타인 마켓'을 열고 즉시배달형 디저트 수요를 겨냥했다.

식음료 브랜드 역시 시즌 한정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파리바게뜨,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팀홀튼 등은 넷플릭스 시리즈 협업 메뉴, 하트 모양 케이크, 딸기·초콜릿 조합 디저트 등을 선보이며 기념일만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당 함량을 낮춘 '저당 초콜릿'이나 피스타치오·카다이프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 등 건강과 트렌드를 동시에 반영한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는 이번 설렌타인 시즌을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기념일 소비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양극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출의 효용성을 따지기 시작하고, 기념일 소비 역시 구조적인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초콜릿과 같은 소모성 선물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취향을 반영한 협업 굿즈나 호텔 패키지 등 경험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만족도가 높거나 추억이 오래 지속되는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같은 돈을 쓰더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을 택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채널별 강점을 살린 상품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들은 기념일이라고 해서 무리한 지출을 하지 않는다"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나 경험 중심 소비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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