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팔기보다 머무는 공간으로 … 경험 마케팅의 신세계
식품·베이커리·카페 등
자연스러운 연결에 중점
큐레이션 플랫폼 '진화'
감각적 쇼핑 공간 완성
MZ 고객들에게도 핫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백화점이 만든 '무엇을 팔 것인가'에 집중한 또 하나의 매장이 아니다. 이곳은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체류형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공간이다. 신세계백화점 인테리어팀이 공간 기획과 설계 전 과정에 담아낸 메시지에는 최근 오프라인 리테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게 녹아 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기존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전면 재단장해 약 15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식음료(F&B)를 중심으로 패션과 리빙, 다이닝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한 공간 안에 유기적으로 엮어, 고객이 '쇼핑 동선'을 따라 이동하기보다 '공간의 흐름'을 따라 머무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오픈은 2024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처음 선보여 성공을 거둔 '하우스오브신세계' 모델을 백화점 외부 상권으로 확장한 첫 사례다. 특히 청담이라는 지역이 지닌 감도 높은 소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단순한 확장형 매장이 아닌 독립적인 공간으로 기획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테리어팀이 이 공간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설정한 키워드는 '체류'였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만 찾는 곳이 아니라, 편안함과 여유로움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시 방문하게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동선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인, 체류 경험 요소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내는 데 집중했다.

특히 식품과 베이커리, 카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등 성격이 다른 콘텐츠가 한 공간 안에서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단순히 카테고리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의 시선과 발걸음이 어디에서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지를 세밀하게 설계하며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가장 상징적인 곳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광장형 휴식 공간 '아고라'다. 기존 마켓처럼 빠르게 지나치는 통로가 아닌, 입장과 동시에 잠시 앉아 쉬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라운지 형태로 구성했다. 방문객에게 이곳이 '머무는 공간'임을 직관적으로 인식시키는 장치다. 공간 한쪽에는 '중정'을 조성해 기존에는 가려져 있던 도심 속 휴식처를 새롭게 해석했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이 공간은 쇼핑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일상의 속도를 잠시 낮추는 장치에 가깝다.
우드톤과 메탈 소재를 조합한 인테리어 역시 기존 식품 매장과는 결이 다르다. 프리미엄 편집숍에 가까운 분위기로, 기존 고객뿐 아니라 젊은 고객층에게도 감각적으로 다가가게 설계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공간 완성도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닥 마감재다. 일반적인 백화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리석이나 무채톤 타일 대신, 옅은 핑크 톤의 테라조 타일(대리석, 화강암, 유리 등 작은 조각을 섞어 만든 복합 소재)을 적용했다. 젊고 생동감 있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백화점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색감을 과감히 선택한 것이다. 이 바닥 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인테리어팀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30곳이 넘는 생산 공장을 직접 찾았다. 색감과 질감, 패턴을 모두 새롭게 설계한 맞춤 제작 방식으로, 공장을 설득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하우스오브신세계 강남과 청담은 동일한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지만, 공간의 역할과 타깃은 명확히 다르다. 강남점이 백화점과 호텔을 잇는 '허브형 공간'이자 '신세계의 집(HOUSE)' 개념에서 출발했다면, 청담은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층을 겨냥한 '큐레이션 플랫폼'에 가깝다.
신세계백화점 인테리어팀의 공간 기획은 항상 '이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무엇(What)·왜(Why)·어떻게(How)의 3단계 기획 프로세스를 활용한다. 1단계에서는 입지와 타깃 고객, 브랜드 성격과 콘텐츠 구성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2단계에서는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공간이 가질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탐색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고객 경험을 구체화하고, 무드 보드와 디자인 가이드를 통해 공간의 톤과 밀도를 설정한다.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결과물이 아니라, 브랜드의 메시지를 경험으로 전달하는 구조로 완성된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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