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구체화…입법조사처 “법원 명령 형태면 가능”
2013년부터 수차례 발의…‘기본권 침해’ 우려에 입법 좌절
“법관 재량으로 일정기간 사육금지명령 방식 검토해볼 만”

동물을 지속·반복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이 동물을 소유하거나 사육하는 것을 제한하는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사육금지제도) 도입이 첫 입법 시도 10여년 만에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돼 있고,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이재명 정부도 내년까지 제도 도입을 목표로 구체안을 마련 중이다. 그동안 ‘국민 기본권 제한’이라는 쟁점을 해결하지 못했던 사육금지제도가 이번에는 실현될 수 있을까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9일 ‘동물학대 재범차단을 위한 법적 방안 검토’ 보고서를 내 “(동물학대의) 반복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권 제한은 동물 그 자체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위한 것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며 “사육금지제도 도입 가능성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사육금지제도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제도적 공백, 국내외 입법례와 그간 국내에서 이어진 논의를 소개하며 현실적인 적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사육금지제도는 지난 19~21대 국회에 이어 최근까지도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지금껏 제도화되지 못했다. 국민의 행복추구권,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동물학대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5년간 동물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2013년, 심상정 의원 발의), 선고형 종류에 따라 3~5년간 동물 소유를 제한하는 방안(2016년, 표창원 의원 발의)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박홍근 의원 발의)에도 동물학대범에게 5년간 동물사육금지처분을 내리고, 판결 선고 전까지 동물을 사육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끝내 법안에는 담기지 못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사육금지제를 도입하는 법안 4건(박홍근, 송재봉, 박성훈, 조은희 의원)이 발의돼 있다. 정부에서도 제도 도입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는데, 2022년 제2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0~2024)뿐 아니라 지난해 발표한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에도 관련 내용을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 제도 도입을 목표로 현재 관련 부처·전문가와 구체안을 마련 중이다.
이처럼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구체적 적용 방식과 범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입법조사처는 “동물학대 재발 우려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그 제한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라며 “법관 재량을 통해 일정 기간 동물 사육 금지를 명령하고 위반 때 처벌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학대자의 행위, 성향, 범죄 전력 등을 살펴 법원이 재범 위험성을 판단해 사육금지명령을 내리는 ‘보안처분’ 형태가 합리적”이란 것이다. 보안처분은 재범 방지 등을 위해 형벌 이외에 부과되는 조처로, 주로 성범죄, 소년범, 장애인 등에게 전자발찌, 신상공개, 취업제한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다만 보고서는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국가 동물보호시스템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학대자에게 사육금지명령을 내린 뒤에는 피학대 동물을 보호(격리·몰수)해야 하는데,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유실·유기동물 보호만으로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입법조사처는 “사육금지명령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동물보호센터의) 현실적 한계를 국가와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것임을 전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보유한 한정적 자원을 조금이나마 동물에게 더 배분하기로 하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 학대를 당한 동물뿐 아니라 학대범이 기르는 다른 동물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유죄 판결 이전이라도 동물을 임시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학대범이 기르고 있는 다른 동물과 나아가 미래에 기르는 동물까지도 보호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12월 ‘동물학대 재발방지에 대한 외국 입법례 및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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