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구미는 다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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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미'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다가 결국엔 한 단어로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즉 착하다는 것은 온전히 상대방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말이지 나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아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이제 와서 짐작해 본다.
웨이먼드는 본인이 세상을 밝게만 보는 건 순진해서가 아닌 전략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애기하면서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딱 하나 아는 것이라고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정이 본인의 싸우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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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추구미는 언제나 같지는 않다. 작년에 예뻐 보였던 것이 올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어제는 좋아 보였던 것이 오늘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내 추구미는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손해 보고 살면 바보라는 말이 내게는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당시 친구 중에 한 명은 착한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 친구의 말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감보다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착하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기엔 어색하다. 내가 아닌 타인이 나의 행실을 보고 착하다고 하는 상황이 더 자연스럽다. 그만큼 착하다는 말은 일종의 평가다. 즉 착하다는 것은 온전히 상대방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말이지 나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아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이제 와서 짐작해 본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나의 추구미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 영화는 미국에 이민 온 중국인 여성 '에블린'이 주인공이다. 영화의 바탕에는 모든 선택의 갈림길마다 다양한 가능 세계가 존재하는데 에블린은 그 모든 선택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선택을 한다.
그의 남편 웨이먼드는 해맑고 긍정적인 면만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업과 가족사의 중요한 결정은 에블린의 몫이다. 그렇기에 에블린은 늘 바쁘고 날이 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멀티버스의 남편이 나타나 온 우주를 악으로부터 구해야 된다며 도와 달라고 한다. 처음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무시하지만 결국 에블린은 그를 도와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에블린은 많은 가능 세계를 경험한다.
에블린이 경험 세계를 마주하는 동안 그의 남편이 그녀를 대신해서 세무조사에 임하게 되는데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않아 체포될 위기에서 남편 웨이먼드가 대화로 잘 풀어내며 일주일의 시간까지 벌어왔다. 웨이먼드는 본인이 세상을 밝게만 보는 건 순진해서가 아닌 전략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애기하면서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딱 하나 아는 것이라고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정이 본인의 싸우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결국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에블린은 어렵고 팍팍한 이 우주에 남기로 한다.
혼란을 대하는 태도가 '다정'이라니 어쩌면 바위에 계란치기 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혼란 앞에서 다정은 지나치게 느리고 비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히 다정에는 힘이 있다. 다정은 상황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아닐지라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단단한 기반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힘이다.
모든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사람뿐인지도 모른다. AI가 대두되는 지금도 '휴먼 터치'가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혼란을 다정으로 대하는 태도는 결국 사람이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할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가능 세계가 있었음에도 가장 어려운 이 우주에 남기로 한 에블린처럼 나는 다정을 선택하고 싶다. 다정함이야말로 가장 오래 버티고 가장 멀리 가는 힘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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