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소송단 “국회 공론화, 미래 세대 목소리 적극 반영하고 숙의 기간 늘려야”

2년 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끌어낸 어린이·청소년 등 미래세대 기후소송단이 국회가 추진하는 공론화 절차를 재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소송단과 대리인단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는 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해 졸속으로 이뤄질 것이 우려된다”며 “의제숙의단 구성방식도 산업계가 과대대표돼, 미래세대를 비롯한 기후위기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을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정하고, 2031~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아시아 국가 최초의 법원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오는 28일까지 해당 법률조항을 개정하도록 하며 “미래세대는 기후 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하여 입법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인 입법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를 고려해 이달 말까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기후대책을 포함한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국회 기후특위는 개정 시한을 3주 앞둔 지난 3일에서야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창훈 전 한국환경연구원(KEI) 원장을 위원장으로, 10명의 위원이 위촉됐다. 공론화위는 40인 내외의 의제숙의단을 구성해 의제를 제안한 뒤, 시민대표단 300여명을 선정해 4월까지 본토의 진행 후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후소송단은 법 개정 시한이 임박한 상태에서 촉박한 일정을 두고 시작한 공론화가 충분히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을 우려했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국회가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어설픈 선택지를 놓고 시민을 거수기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소송단은 밝혔다. 기후소송 소송단에 참여한 한제아양은 이날 “지금의 결정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까지 바꾼다”며 “아직 남아있는 기회를 살리려면 (공론화 과정에) 미래 세대의 참여가 필요하다. 어른들은 우리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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