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없어요”… 설 연휴 앞둔 제주, 호텔부터 먼저 찼다
관광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방이 없어요.”
설 연휴를 앞두고 제주 호텔과 리조트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방문객 통계나 항공 좌석률이 아니라, 객실 상황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었습니다.
관광 시장의 흐름이 통계를 앞질러 현장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습니다.
■ 항공보다 먼저 반응한 건 ‘객실’이었다
관광 수요가 움직일 때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지표는 항공편보다 객실입니다.
특히 외래 관광객과 체류형 수요가 집중되는 복합리조트와 대형 호텔의 예약 흐름은 관광 소비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 복합리조트의 객실 예약이 빠르게 밀린 것은, 당일치기나 짧은 방문보다 ‘머무는 여행’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힙니다.

■ ‘방이 없어요’. 숫자로 확인됐다
이 같은 체감은 실제 예약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11일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경우, 오는 15일부터 23일까지 춘절 기간 하루 최대 1,590실의 객실 예약이 잡혀, 전체 1,600실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만실에 가까운 수준으로 파악됐습니다.
외래 관광객 비중이 높은 복합리조트에서 객실이 먼저 채워졌다는 점은, 연휴 수요가 ‘방문’보다 체류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같은 기간 리조트 내에서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결제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됩니다.
결제 할인과 함께 식음·스파 등 부대시설 이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객실 점유율 상승이 체류 중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흐름입니다.
■ 춘절 수요, 규모보다 ‘밀도’가 달라
제주관광공사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 기간 제주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은 4만~5만 명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단일 연휴 기준으로는 체류 수요가 상당히 집중되는 규모입니다.
지난해 춘절 연휴가 올해(9일)보다 다소 짧고 중화권 방문객이 3만 명대 후반에서 4만 명 안팎으로 평가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으로 해석됩니다.
급증이라기보다는 체류형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 연휴는 계기일 뿐... 제주는 사계절 구조 겨냥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설 연휴를 전후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번 전략의 초점은 연휴 특수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제주 포시즌즈 방문의 해’를 통해 계절별 방문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다시 찾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연휴는 시작이 아니라 흐름을 확인하는 지점입니다.

■ 봄꽃은 전면에, 설계는 뒤에서 작동한다
3월에는 ‘The Blossom Jeju(여행이 피는 계절)’를 테마로 봄꽃과 연계한 축제와 행사가 집중됩니다.
겉으로는 계절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사·체험·공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체류 동선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관광객을 불러오는 장치와 머무는 구조를 동시에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 관광을 ‘소비’에서 ‘참여’로 바꾸는 시도
3월부터 추진되는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도 같은 방향에 놓여 있습니다.
아이디어 실행 공모전과 챌린지,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관광을 일회성 소비로 보지 않고, 관계와 책임의 축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체류형 관광으로 갈수록 이런 구조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 일본은 노선, 중화권은 체류가 관건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은 시장별로 나뉩니다. 일본 시장은 지난해 12월 복항한 제주~후쿠오카 직항 노선의 안정화가 핵심입니다. 현지 팝업 이벤트와 여행박람회, 지역 정보지 특집 등을 통해 접근성과 인지도를 동시에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중화권은 이미 제주 관광의 핵심 축입니다. 지난해 약 187만 명의 중화권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올해는 춘절 연휴가 9일로 길어지면서 체류형 수요가 한 시기에 더 밀집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 관광, 기준이 달라진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체류 일수와 소비금액을 늘리고, 여행 소외지역이 없는 관광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광 성과를 단순 방문객 수로 평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머물렀는지가 이제 정책의 핵심 지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 설명회, 제주 관광방향을 고정하는 자리
오는 25일 열리는 ‘2026년 제주관광공사 사업설명회’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한 해의 이벤트를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중장기 전략을 업계와 공유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제주에서 먼저 찬 것은 항공 좌석이 아니라 객실이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춘절 연휴를 기점으로 제주 관광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이제는 얼마나 많이 왔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를 묻는 흐름이 봄 관광 성수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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