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운동 발상지’ 스톤월에서 무지개 깃발 내린 트럼프 행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성소수자(LGBTQ) 운동의 발상지 스톤월 기념지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철거해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의 스톤월 기념지에서 무지개 깃발 게양을 중단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이날 “우리가 관리하는 깃대에는 미국 국기와, 의회 또는 부처에서 승인한 기타 깃발만 게양하며 예외는 제한적”이라면서 “깃발 게양에 대한 모든 변경 사항은 해당 지침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톤월 항쟁은 1969년 게이바 ‘스톤월 인’에 경찰이 들이닥쳐 동성애자들을 체포하며 시작됐다. 이에 반발한 성소수자들이 주변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고 미 전역으로 투쟁이 확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스톤월 인, 크리스토퍼 공원, 인근 거리 등 항쟁이 일어났던 부지를 국립기념물로 지정했다. 성소수자 관련 유적이 미국의 국립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민주당 소속인 뉴욕시 및 맨해튼의 기관장들은 잇따라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뉴욕은 현대 LGBTQ 인권 운동의 발상지이며, 어떠한 역사 지우기 행위도 역사를 바꾸거나 침묵시킬 수 없다”며 “우리 시는 이러한 유산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그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브래드 호일먼시걸 맨해튼 자치구청장은 “깃발을 없애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스톤월에서 이런 상징적인 행위를 했다는 점이 정말 실망스럽고 두렵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스톤월 국립기념물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제거한 것은 매우 부당한 행위이고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늦은 오후부터 스톤월 인에는 깃발 철거에 항의하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트랜스젠더인 클로이 엘렌타리(45)는 “이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이며 (투쟁의 역사를) 지워버리려는 시도”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호일먼시걸 청장은 공무원과 시민들이 오는 12일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스톤월 기념물에 다시 무지개 깃발을 게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의 일환으로 정부 기관에서 성소수자 관련 언급이나 상징을 삭제하는 조치를 추진해왔다.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 등 정부 기관들은 홈페이지에서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인터섹스) 등 성소수자 관련 단어를 삭제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이자 해군 참전 용사였던 하비 밀크의 이름을 딴 해군 함정의 명칭을 2차 대전 참전 병사의 이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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