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버스, 쓰레기 소각장까지…사모펀드 일상 탐하다 [사모펀드의 덫①]

이윤찬 편집장 2026. 2. 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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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
일상 파고든 사모펀드의 덫
규제 밖에서 민생까지 흔들어
홈플러스 사태서 병폐 드러나
최근엔 버스, 소각장까지 노려
토종이든 외국계든 이익 추종해
사모펀드 제대로 통제 못하는 배경
사모펀드의 병폐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는 다름 아닌 홈플러스 사태다. [사진 | 뉴시스]
# 별난 금융의 습격

2000년대 초반. '벌처(vulture·독수리류)' '헤지(hedge·대비)' 등 별난 이름을 내건 펀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활개쳤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새 주인에 오른 2003년 이후 부쩍 강해진 기류였다.

이들 사모펀드는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적으로 탐했다. 2005년 3월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경영권을 놓고 SK그룹과 표 대결을 벌였다. 이듬해 또다른 사모펀드 칼 아이칸은 KT&G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꾀했다. 자본의 약탈적 습격이었다.

# 규제 대신 선택한 것

이렇게 자본이 탐욕의 늪에 빠지면 정부는 통상 규제를 택한다.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어 탐욕을 제어하는 식이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다른 카드를 뽑아들었다. 규제 대신 '토종 사모펀드'를 키우겠다는 거였다.

이른바 맞짱 전략. 손발을 모두 풀어줄 테니 외국계 사모펀드와 한판 붙어보란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2005년 설립), IMM인베스트먼트(1999년 설립) 등 토종 사모펀드는 '규제 밖'에 섰고, 몸집을 빠르게 불려나갔다.

정부의 전략은 통했을까. 글쎄…, 되레 뒤통수를 맞았다고 보는 게 맞다. 정부의 기대만큼 토종은 순수하지 않았다. 자본은 그저 자본이었고, 충분히 탐욕적이었다. 그들 역시 '규제 밖 사각지대'에서 이익을 추종하면서 온갖 말썽을 일으켰다. 이런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지금의 '홈플러스 사태'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위험한 징후들

사모펀드의 진격은 이제 막아내기 힘들다. 외국계든 토종이든 너무나 '큰손'이 돼버렸다. 투썸플레이스(칼라일그룹·미국계), 맥도날드(카알 알 마나·카타르계), 버거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홍콩계), 잡코리아(H&Q·미국계) 등등…. 우리가 알 만한 기업 중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거머쥔 곳은 생각보다 많다.

언젠가부턴 우리의 일상까지 파고들고 있다. 저가커피, 시내버스, 하다하다 쓰레기 소각·매립장까지….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은 업종 불문 크기 불문이다. 요즘 같은 침체기에 '큰손'이 돈을 풀면 시장에 온기溫氣가 퍼질 수도 있겠지만, 기대보단 걱정이 더 많다. 이름 뒤에 으레 따라붙는 탐욕이란 꼬리표 때문이다.

위험한 징후는 벌써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어떤 큰손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몸집만 키운다. 기초체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 또 다른 큰손은 적자인데도 배당금을 좇는다. 그중엔 우리 시민이 만들어준 돈도 있다. 적당히 견제하고 통제라도 하면 좋으련만, 우리나라 규제망은 성글기 짝이 없다.

# 잘못 끼운 첫 단추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규제못'을 대놓고 박을 수도 없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해외에 운영사를 두고 국내에서 돈만 굴리면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게 마땅치 않다. 토종 사모펀드를 강하게 규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준법감시 강화' '내부통제 의무 확대' 등을 토종에만 강요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기우杞憂가 아니다. '홈플러스 사태' 후 국회가 부실투자를 막기 위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법 설명 참조)'은 벌써 논쟁의 도마에 올라있다. 모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 총아와 악당 사이

더스쿠프가 視리즈 '일상을 파고든 사모펀드'를 기획했다. 1막 기본편(설특집 688·689호)에선 사모펀드가 손을 뻗친 저가커피와 시내버스의 자화상을 취재했다. 2막 심화편(690호)에선 사모펀드가 쓰레기 소각장을 노리는 이유와 홈플러스 현주소를 해부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의 '사모펀드 경계론'도 들어봤다.

[사진 | 뉴시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사모펀드를 섣불리 규제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주판알이나 튕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장엔 이미 민생을 어지럽히는 '고약한 소'들이 넘쳐난다. 사모펀드는 과연 선진금융의 총아일까 악당일까. 이제 답을 찾아야 한다. 1막 기본편을 연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이지원·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 視리즈 일상 파고든 사모펀드
1편: 괴물이 된 사모펀드…규제 섣불리 풀어준 '대가'
2편: 저 저가커피 주인도 사모펀드였어?
3편: 시내버스는 어쩌다 '사모펀드 놀이터' 됐나
4편 後: 추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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