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한제분·샘표식품·삼양사 특별 세무조사…‘먹거리 탈세’ 정조준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식품업계에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포가 엄습했다. 국세청이 대한제분, 삼양사, 샘표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에 대한 동시다발적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부가 고물가 주범으로 지목된 식품업계를 향해 사정의 총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대한제분과 샘표식품, 삼양사 등 식품기업들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담합 등을 통해 가격을 인상, 폭리를 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한제분은 최근 담합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쟁사와 담합해 주요 밀가루 제품 가격을 44.5% 인상한 혐의다. 또 허위 계산서를 이용해 원재료 매입 단가를 부풀리고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축소 신고한 정황과 오너 일가의 장례비와 고급 차량 수리·유지비 등을 회사가 대신 부담한 사례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대한제분의 탈루 혐의액을 12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삼양사도 최근 설탕 가격 담합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삼양사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간 경쟁사들과 설탕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그 결과 이 시기 설탕 가격은 최대 66.7%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양사는 지난달부터 전분당 담합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다.
샘표식품은 과점 지위를 이용한 가격 인상 사례로 조사 대상이 됐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간장·고추장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8% 인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2% 급증했다. 샘표는 이렇게 올린 이익 일부를 오너 일가에 부당하게 분배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여기에는 오너 일가가 소유한 법인으로부터 고가에 포장용기를 매입하거나 고액의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 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분·샘표식품·삼양사 등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민생 침해 탈세' 기획조사의 일환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 인상 과정에서 이익을 빼돌린 독과점 기업을 대상으로 1차 기획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세청은 53개 업체에서 탈루소득 3898억원을 적발해 1785억원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세청은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가격 인상과 탈세가 구조적으로 결합해 있다고 보고 조사 강도를 높여갔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가구·비닐하우스 필름 업계(2차 조사), 설탕·가구 담합 업체(3차 조사), 밀가루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 청과물 등 농축산물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4차 조사) 등을 대상으로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는 국세청의 기획조사가 정부의 강력한 '민생 물가 안정'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경제 지표가 좋아지더라도 실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정하면 국민 삶의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이 밀가루·설탕 업체들의 담합을 적발한 사실을 거론하며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며 혼자 잘 살면 좋겠느냐"며 "독과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드시 시정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몸은 낮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까지 시작되면서 업계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태"라며 "조사 타깃이 된 3사뿐 아니라 다른 식품 기업들도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침,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 시사저널
- 키가 작년보다 3cm 줄었다고?…노화 아닌 ‘척추 붕괴’ 신호 - 시사저널
- 은밀함에 가려진 위험한 유혹 ‘조건만남’의 함정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소음 문제로 찾아온 이웃에 ‘끓는 기름’ 뿌린 60대의 최후 - 시사저널
- “갈아탄 게 죄?”…‘착한 실손’이라던 4세대 보험료의 ‘배신’ - 시사저널
- ‘가난과 질병’이 고독사 위험 키운다 - 시사저널
- “너네 어머니 만나는 남자 누구냐”…살인범은 스무살 아들을 이용했다 [주목, 이 판결] - 시사
- 통일교부터 신천지까지…‘정교유착 의혹’ 수사 판 커진다 - 시사저널
- 오심으로 얼룩진 K리그···한국 축구 발목 잡는 ‘심판 자질’ 논란 - 시사저널
- 청소년 스마트폰 과다 사용, 건강 위험 신호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