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대장 내시경 마지막으로 언제 받았어?'

"대장암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환자는 말이 없었다. 환자는 2년마다 국가검진을 받았고, 그때마다 대변검사를 해왔다고 했다. 결과는 늘 정상이라 별 걱정하지 않았는데, 두 달 전쯤부터 가끔 배가 아프고 혈변이 한두 번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질이라 생각하고 근처 의원에 갔다가 암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 가라고 해서 오늘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이번이 생애 첫 대장내시경이신가요"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왜 아직 한번도 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국가검진에서 늘 정상으로 나왔고,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고 한다. 한 명, 두 명, 세 명… 연달아 비슷한 소리를 하니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왜 아무도 이들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라는 소리를 해주지 않았을까! 고생스러운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가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니 필자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 대장암 1차 선별검사는 대변에 섞여 나오는 미세한 혈액 반응을 체크하는 '대변잠혈검사'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대장암이나 전암 단계인 용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출혈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암이 있어도 피가 나지 않는 시기에 검사하면 결과는 당연히 '음성 또는 정상'으로 나온다. 이를 의학적으로 '위음성(가짜 음성)'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 '정상'이라는 두 글자가 환자들에게 근거 없는 안도감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정기적인 대변검사로 사망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완치할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완만하고, 씨앗 격인 '용종'만 잘 제거해도 9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이 씨앗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장내시경뿐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대장을 비우는 하제 복용 과정이 고통스럽고, 드물지만 검사 중 천공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혹은 국가 검진 대변검사로 충분하다고 믿으며 내시경을 차일피일 미룬다.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50세 이상이라면(최근엔 45세로 낮아지는 추세다) 대변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반드시 한 번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가 암 검진은 모든 대상자에게 고가의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이를 수행할 숙련된 전문의와 장비가 부족하기도 하다. 반면 대변잠혈검사는 비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따라서 대변잠혈검사로 '위험군'을 먼저 걸러내고, 여기서 이상(양성)이 발견된 사람에게만 대장내시경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긴 하다. 하지만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정확한 진단'이다. 그렇기에 현재 의료계와 정부도 대장내시경을 국가 검진의 1차 검사로 도입하기 위한 논의와 시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환자분들께 당부드리고 싶다. 대변검사는 대장 건강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 '최선'은 아니다. 특히 배변 습관의 변화, 혈변,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있다면 대변검사 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기를 바란다. 암 생존자들을 돌보는 의사로서, 더 이상 진료실에서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설마' 하는 마음보다 '혹시나' 하는 세심함이 당신의 일상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물어보자. "대장 내시경 마지막으로 언제 받았어?"
/최수정 인천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센터장·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임상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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