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못한 엄마 신고에 교도소로…나, 이젠 마약 끊을 수 있을까?”

김아린 2026. 2.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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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자교도소 마약 재활 프로그램
집행유예 중 마약 손대 붙잡힌 하양씨
자기 의지만으로 중독 벗어나긴 힘들어
외부와 차단된 교도소가 ‘단약의 기회’
그룹·개인상담 프로그램서 희망 엿봐
마약재활 가능 교도소 전국 4곳에 불과
재활참여 수용자 재범률 감소 효과 뚜렷
예산·인프라 정부 지원 확충 과제로
‘세상&플러스’는 헤럴드경제의 사회 특화 연재 기사인 ‘세상&’의 프리미엄 콘텐츠입니다. 사건, 사고, 노동, 환경, 교육, 복지 등 세상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고 깊이있는 분석으로 전해드립니다.
충북 청주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만난 하양(가명)씨는 “밖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더 단단해져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마약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수용자들. [청주여자교도소 제공]

“교도소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마약수들은 다시 들어온다. ‘너 어차피 나가서 약 또 할 거잖아.’ 그 말이 가장 싫고 무서웠어요.”

지난달 충북 청주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만난 하양(27·가명)씨는 “같은 수용자들 사이에서도 마약수들은 편견의 대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런 식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게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며 “정말 그러면 어쩌지, 걱정되고 끔찍했다”고 했다.

하양씨는 두 번째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딸이 또 마약을 한 사실을 어머니가 눈치챘다. 세 번째 붙잡혔던 날, 하양씨의 엄마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집을 찾아온 사람은 이모가 아닌 경찰이었다.

하양씨는 “엄마가 내가 도망갈까 봐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잠긴 딸의 방문 너머로 어머니는 “엄마가 다 잘못했어. 사랑해”라며 흐느꼈다. 어머니의 애원에 딸은 방문을 열었다. 법원은 이번엔 징역형 실형을 선고했다.

하양씨가 약을 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처음 붙잡혔을 땐 법원으로부터 치료명령을 받아 정신과 약을 처방받았다. 하양씨는 “(그 약은) 마약만 하지 않게 할 뿐 약기운에 취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없이 마약을 끊어 보려고도 했다. 이걸 두고 투약자들은 ‘쌩단약’이란 은어로 부른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하양씨의 어머니는 매주 접견을 신청해 교도소에 있는 딸을 보러 온다. 어머니는 “그때 제대로 치료받게 할 걸 그랬다”는 얘기를 지금도 종종 한다.

하양씨는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여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곱씹게 됐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두 번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을 때 자신이 그저 ‘운이 나빠 걸렸다’고만 생각했다. 하양씨는 “마약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집행유예를 ‘외상값’이라 한다”며 “감옥에 간 건 아니니까 경각심이 없었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하양씨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한다. 기상 점검까지 침구를 정리하고 양치할 시간이 30분 있다. 수용실은 7.5평(약 24㎡)쯤 된다. 여기에 여덟 명이 함께 지낸다. 서로 머리를 반대 방향에 두고 겹겹이 누워 자야 한다. 아침 식사 후 ‘ㅁ자’형 교도소 중앙에 있는 작은 흙 운동장에서 바깥 공기를 쐰다. 나무나 조경은 없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하늘이 운동장에서 보이는 교도소 밖 풍경의 전부다.

재활 교육이 있는 날에는 점심을 먹고 교육 공간이 마련된 지하로 이동한다. 외부 강사들을 만나고 수용실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양씨는 교도소에서 재활 교육 우수 학생으로 꼽힌다. 방에서 자조 모임을 이끄는 리더 역할도 맡고 있다. 매일 주제를 정해 중독 관련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회복 의지를 다지는 모임이다. 하양씨는 “중독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잘 공감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며 “각자 저마다 사연을 들으면 꼭 내 얘기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하양씨가 가장 처음 접한 마약은 각성제의 일종인 필로폰이었다. 친구의 권유로 경험하게 됐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마약이 쾌락의 도구로 등장하는데 내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투약 이후에 정신이 또렷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진 것 같았다. 중독됐단 감각은 없었다.

나중에야 그게 초기 중독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조절 망상’이라는 걸 알았다. 점점 투약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청주여자교도소 내 교육 공간 한 벽면에 마약 재활 프로그램 이수 중인 수용자들의 그림과 메시지들이 붙어있다. 나무를 표현한 그림에 “나무처럼 어떤 유혹이 와도 흔들림 없이 이겨낼 수 있는 나”라고 적혀있다. [청주여자교도소 제공]

20대 초반에 중독의 길에 접어든 하양씨는 오랜 시간 괴로웠다고 말한다. 그는 “마약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눈을 뜨면 나 자신이 싫고 죽고 싶었다”고 했다. 그 굴레를 깨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자신에게 처음 마약을 권한 친구를 원망하기도 했다.

중독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하양씨에게 마약 접근이 원천 차단된 교도소는 회복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10개월째 재활 교육을 받고 있다. 첫 3개월은 매일 소규모 그룹 수업과 개인 상담을 병행했다.

교육의 도움으로 하양씨는 자신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올해 가을께 출소하는 그는 “중독에 한 번 빠졌다고 내 미래가 꼭 그렇게 정해진 게 아니라고 알려줬다”며 “앞으로 잘 해내고 싶은 힘이 생겼다”고 했다. “밖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더 단단해져서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결연해 보였다.

하양씨와 함께 마약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크림(27·가명)씨는 교육에 참여하려고 지난해 5월 경남 통영에서 청주로 시설을 옮겼다. 그는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운 좋게 뽑혔다”고 말했다. 그는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다이어트약을 먹다 의존이 생겼고 마약까지 손을 댔다. 5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중독은 더 깊어졌다.

크림씨는 가능한 출소할 때까지 계속 교육받길 원한다. 그는 “내가 약물을 사용했던 사람이고 앞으로 갈망 없이 살아가기 힘들 거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처할 방법들을 배우고 있다”며 “회복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마약사범재활과가 설치된 전국 네 곳의 교도소(충북 청주·경기 화성·부산·광주) 중 하나다. 김봉영 청주여자교도소장은 “마약사범 수용자들은 날로 늘어나는데 재활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상담과 재활에 참여한 수용자들의 재복역률이 낮다는 여러 지표가 있는 만큼 이들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지난 2024년 8월에 마약 집중 재활 프로그램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한 번에 8~10명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4개월간 운영한다. 1:1 심리 상담을 제공할 여력은 크지 않아서 회복하겠단 의지가 강한 수용자를 선정해 소규모로 진행된다. 3~4개월의 기본 과정은 매일 들어야 하고 이어서 월 50시간씩 후속 과정이 이어진다. 중독 전문가, 심리 상담 전문가 자격을 갖춘 교도관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강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2020년부터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중독 사범들을 도와 온 전병미 마약사범재활과 계장은 “마약류 사범들은 기본적으로 교육 이수 명령 대상이 되는데 처음엔 위축되고 소극적이었던 이들이 집중 프로그램을 들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옆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마약사범이라도 투약자들과 제조·판매자들은 다르다”며 “오히려 단순 투약자들은 꾸준히 도와주면 재활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마약사범 가운데 공급자나 판매자가 아닌 투약자에 대해서는 재활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투약 사범에 대한 재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마약사범은 기본 집중 심화 단계로 해서 수십~수백시간 교육하는데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류 사범은 총 7450명이다. 일부 교도소에서 회복 의지가 높은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극히 일부에게만 제공된다. 나머지 대다수 투약 사범은 이수 명령에 따라 일반적인 재활 프로그램만 이수한다.

청주=김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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