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2000만원 빚 떠넘기고 강제집행까지···법원 “지급명령 무효”

미성년자에게 코스프레 카페 운영비 명목으로 2000만원의 빚을 지우고 지급명령과 강제집행까지 시도한 성인을 상대로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지급명령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부당 채권 청구 사건에서 지급명령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11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미성년자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인 B씨와 함께 하루 동안 운영하는 ‘일일 카페’ 행사에 참여했다. A씨는 이를 단순 체험 행사이자 소액의 용돈을 벌 기회 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나 B씨는 준비 과정에서 비용이 늘었다며 약 2000만원을 A씨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했고, A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요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해당 지급명령은 A씨가 미성년자임에도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B씨는 이를 근거로 재산명시 절차까지 진행했다.
A씨는 법정대리인을 통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고, 공단에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쟁점은 ‘일일 카페’ 운영이 미성년자의 일상생활 범위를 벗어난 영업행위에 해당하는지, 또 소송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지급명령이 유효한지 여부였다.
공단은 해당 행사가 단순 체험이 아닌 영업적 성격을 띤 행위로 법정대리인의 명시적·묵시적 허락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계약 취소를 주장했다. 또 소송무능력자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지급명령 신청 자체가 무효이며, 실제 금전 대여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고 A씨에게 현존 이익도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급명령 신청과 송달은 모두 소송무능력자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소송행위로 무효”라며 “일일 카페 운영 역시 미성년자의 일상생활 범위를 벗어난 영업행위로 법정대리인의 허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단 소속 남궁명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미성년자의 경제적·법적 취약성을 악용한 채무 부담 시도를 차단한 사례”라며 “소송능력 제도의 취지인 미성년자 보호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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