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시의 선제적 구강 돌봄 정책을 기대하며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가 드디어 사상 최대인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그 중 혼자 사는 70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가 여느 대도시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부산의 경우는 지역 전체 1인 가구 55만 중 43.4%가 60세 이상이고, 1인 가구 4명 중 1명이 70세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월 27일, 대한민국 복지 지형을 바꿀 ‘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된다. 이 법안의 핵심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을 통합 지원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 지원 체계 안에 ‘구강 관리’가 명시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 중 하나인 부산광역시가 이에 발맞춰 구강 돌봄에 관심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왜 국가와 지자체가 어르신과 장애인의 ‘입안’을 들여다봐야 하는가? 그것은 구강건강이 생명과 삶의 질을 지탱하는 기초 건강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잘 씹지 못하면 영양 섭취가 어려워지고, 이는 곧 만성질환, 심혈관질환, 폐렴 등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즉, 구강건강은 노인의 생명과 삶의 질을 지탱하는 기초 건강의 토대이다.
필자가 최근 수행한 방문 돌봄 현장에 구강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부러진 치아를 가정용 접착제로 직접 틀니에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치과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자가 치료를 감행한 것이다. 또 다른 어르신은 세균 번식과 잇몸 염증의 위험을 모른 채 틀니를 끼고 잠자리에 들거나, 마모제가 든 치약으로 틀니를 열심히 닦아 틀니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치료가 아니었다.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잇몸 출혈을 관리해 주고, 올바른 틀니 세척법을 알려주며, 입 마름을 완화하는 구강 마사지와 입체조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았고, 그만큼 효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차, 3차 방문이 거듭될수록 어르신들의 입안은 휠씬 건강해졌고, “이제 음식을 씹는 게 즐겁다”며 미소를 되찾았다. 이것이 바로 부산시가 구강 돌봄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이다.
이러한 정책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준비된 인력’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구강 돌봄을 적극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 사업’을 통해 경남정보대학교의 치의학산업연구소가 방문구강건강관리교육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왔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로 이루어진 수강생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다학제적 통합 돌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구강 돌봄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들이 동래구와 사상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증한 돌봄 모델은 부산형 구강 돌봄 체계의 든든한 초석이 되었다.
부산시가 구강 돌봄에 예산을 편성하고,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다. 구강건강을 회복하고 영양 섭취가 개선되면, 전신 질환에 따른 사회적 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와 이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에게 ‘국가가 입속 건강까지 챙겨준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면, 구강건강관리를 포함한 올해 시작되는 돌봄통합지원 정책은 반드시 큰 실효를 거둘 것이다.
아무쪼록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와 대학의 전문 인력 양성, 그리고 현장의 요구가 맞물린 ‘부산형 구강 돌봄’ 모델이 전국적인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보건 전문 인력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부산형 통합 구강돌봄 체계’가 서서히 확립해 가야 할 것이다. 어르신들의 튼튼한 치아와 건강한 잇몸은 곧 부산의 활력이자 돌봄 도시 부산의 진정한 품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