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숨통 틔워야? 전세시장 순환 해법은 [왜 지금]

손유지 2026. 2. 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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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입주 급감... 지속되는 전세난
공공 중심 공급정책, 민간 참여 한계 드러내
민간 확대, 전세시장 안정 기대와 변수로
"공공·민간 병행 전략으로 공급 균형 모색" 목소리

[지데일리] 서울 강남의 한 30대 직장인이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백 곳 넘게 매물을 봤지만 계약할 곳이 없다”는 사연을 올렸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발품을 팔았지만, 보증금이 터무니없이 오르거나 매물이 하루 만에 사라지는 바람에 결국 ‘반전세 전환’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해당 글은 수십만 건이 공유되며 ‘전세난 현실판’ 사례로 확산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08% 상승, 서울은 0.13% 급등하며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송파·마포·노원 등 주요 지역에서는 매물 소진이 가속화돼 ‘전세 사막’이란 표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새 처방전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 전세난이 심화되며 청년층 주거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입주 물량 급감과 전세 매물 부족 속에 정부는 민간 공급 확대를 추진하지만, 경기 침체·규제 등으로 효과는 불투명하다. ⓒ픽사베이

전세난 심화... 구조적 공급 부족이 부른 가격 급등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6000 가구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연간 수요(4만7000 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서울 전세가격이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같은 기간 매매가격(4.2%)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일시적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 공급 빈곤으로 진단한다. ㅈ지난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62.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전세 비중은 37%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갭투자 규제와 전세대출 한도 축소로 매매-전세 순환 고리가 막히면서 수요가 아파트 전세로 집중됐다.

여기에 전세사기 사건의 여파로 빌라·다세대 매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소형 평형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겹쳤다. 서울의 1~2인 가구 비중은 이미 65%를 넘지만, 주거비 부담을 감당할 만한 중저가 전세 물량은 거의 사라졌다.

‘공공 중심’의 한계? 민간 공급 확대로 방향선회

정부는 지난해 말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심각한 공급난을 의식한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공공주택 19만4000 호 공급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 청년형·신혼형 공공임대 중심이다.

문제는 공공 중심의 구조가 민간 물량을 사실상 대체(흡수)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의 80~90%를 담당하는 재건축·재개발 부문이 금융 경색과 PF 대출 위축으로 멈춰선 가운데, 공공의 공급만으로 총량 확대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올해 서울의 민간 정비사업 착공은 2만2000여 가구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본격적인 입주는 빠르면 2029년 이후에야 가능하다. 단기적으로 전세난 해소의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공공주택 확대가 어느 정도 안전판 역할은 하겠지만, 시장 안정에는 결국 민간 임대주택이 요구된다. 현재 건설사들의 사업성 악화로 민간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간 공급의 기대 효과, ‘수요 분산’과 ‘시장 순환’

민간 공급 확대는 전세 구조의 순환을 되살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공공 사업이 상대적으로 긴 준비와 절차를 필요로 하는 반면, 민간은 자금조달과 시행 결정이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47만 호, 분양은 25만 호 수준으로 전년보다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민간 오피스텔·도심형 소형 아파트 공급이 늘면 젊은 세대 전세 수요가 분산돼 아파트 중심의 가격 압박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발표한 ‘도심 공공유휴지 개발계획’(과천·성남·용산 등 9800호 규모)에 민간이 참여하면,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도 실질적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돼 민간 정비사업이 가속화한다면 서울의 전세 수급 불균형 해소 비율이 70%까지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지방 미분양 감소세와 맞물려 수도권 민간 사업의 회복세가 가능하다”며 “전세난은 공급이 열쇠인데 제도적 지원만 있으면 시장이 자생적으로 해법을 낼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넘기 힘든 벽’… 규제와 수익성의 이중 장벽

하지만 낙관론은 아직 이르다. 부동산 경기 위축 속에서 건설사 대부분은 공사비 급등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기 동안 급등한 철강·시멘트 단가가 회복되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져 있다. 민간 사업이 ‘공공 전환’으로 묶이는 사례도 늘면서 공급 총량은 오히려 제자리라는 지적이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후, 임대인의 실질 수익률이 낮아져 신규 전세 공급이 위축된 점도 문제다. 여기에 전세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세입자의 선택권이 줄며 전세 시장 전반에 ‘롱 테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주택학회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20명 전원이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예상했으며, 전월세 시장 악화를 공통된 리스크로 꼽았다.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전세난 해결은 요원하며, 지금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균형점 찾기 위한 과제, ‘공공+민간’ 병행 전략

전세난 해소의 실마리는 ‘공공 중심’에서 ‘공공-민간 균형’으로의 전환에 있다. 정책적 과제로는 크게 네 가지 방향이 제시된다.

먼저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및 층수 규제 완화로 민간 개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세밀하게 조정해 임대인 수익성을 보장하되,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효율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정부나 LH가 민간 사업장의 분양 및 매입 확약을 제공해 자금조달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형 오피스텔과 도심 빌라 규제를 완화해 1~2인 가구 주택 선택권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요층별(청년·신혼·고령층) 맞춤형 공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은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 전환의 문제”라며 “민간 유연성에 공공의 안정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서울 전세난은 단순히 ‘매물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누적된 공급 왜곡, 규제 불균형,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민간 공급 확대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숨통은 트일 수 있겠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주거 불안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