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일본은 출전도 못했다…아시아 단 4명, 韓 바이애슬론이 올림픽에 서기까지

정형근 기자 2026. 2. 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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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이애슬론 박윤배 코치, 예카테리나, 이혁렬 회장, 최두진. ⓒ바이애슬론연맹

[스포티비뉴스=안테르셀바, 정형근 기자]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모든 종목에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바이애슬론은 특히 그렇다. 이 종목에서 올림픽은 ‘선발’이 아니라 ‘통과’의 결과다.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주관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고, 유럽 선수와 경쟁을 끝까지 버텨낸 선수만 출발선에 설 수 있다.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안톨츠-안테르셀바 바이애슬론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20㎞ 개인전에 출전한 최두진(포천시청)은 그 과정을 통과한 한국 선수였다.

◆“남자 선수 92명 가운데 아시아인은 단 4명”…출전 자체가 기록

올림픽 남자 20㎞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는 92명. 이 가운데 아시아 선수는 단 4명뿐이었다. 카자흐스탄 2명, 중국 1명, 그리고 한국의 최두진. 일본은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해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 ‘유럽 종목’이라는 말이 수사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되는 장면이다.

바이애슬론 대표팀 박윤배 코치는 “국제연맹이 주최하는 월드컵 대회들을 꾸준히 출전하며 국가·개인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이번에도 92명만 출전할 수 있을 만큼 문이 좁았다”며 “올림픽 출전 자체가 쉽지 않은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출전 구조는 냉정하다. 국가 포인트 상위 20개국은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은 유럽 국가다. 그 아래 순위의 나라들은 개인 포인트 상위 12명(와일드카드) 안에 들어야 하며, 그마저도 한 국가당 최대 2명으로 제한된다. 아시아 선수가 단 4명뿐인 이유다.

◆ “가장 자신 있는 종목”…그러나 첫 사격이 흔들렸다

최두진은 이날 1시간05분07초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위는 85위. 바이애슬론 20㎞ 개인전은 4㎞마다 사격장에 들어서 복사와 입사를 번갈아 5발씩, 총 20발을 쏘고 불발 한 발당 1분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최두진은 복사에서 4발, 입사에서 1발을 놓쳐 총 5분의 페널티를 안았다.

결승 라인을 통과한 최두진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약 1분이 지나서야 몸을 추슬렀다. 그가 이 경기를 어떻게 버텼는지는 분명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결승 라인을 통과한 뒤 쓰러져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한 최두진. 

최두진은 경기 직후 진행한 인터뷰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 바퀴 중간부터는 어떻게 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골인하고 나서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바이애슬론은 스키로 달리며 심박을 극도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곧바로 사격 정확도를 요구한다. 체력과 기술, 집중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종목이다.

“결과가 정말 많이 아쉽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욕심을 좀 부렸다.”

첫 사격이 흐름을 깼다.

“첫 사격에서 자신 있게 했어야 했는데, 나 자신을 못 믿으니 한 발씩 계속 미스가 났다. 그래도 주행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이려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코치의 분석도 같은 지점을 향했다. 박윤배 코치는 “첫 사격에서 실수가 나오고, 두 번째 사격에서 한 발이 나간 게 아쉬웠다. 초반 사격이 잘 풀렸다면 흐름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불발이 나오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됐다”고 짚었다.

◆ 해발 1,700m를 ‘일상’으로 만드는 유럽

안톨츠-안테르셀바 경기장은 해발 약 1,700m에 자리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두진은 “바이애슬론은 고지대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이 많이 필요하다. 유럽은 훈련할 수 있는 산과 스키장이 많아 훨씬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왁스 기술과 스키 조작 기술의 차이도 언급했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려면 결국 체력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윤배 코치는 현실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국내 최고 훈련 고도는 1000m도 안 된다. 한국에서는 고지대 훈련이 사실상 어렵다. 유럽에 나오면 1500~2000m 고지대를 오가며 훈련하는 게 일상이다.”

여름에도 고지대 훈련이 필요하고, 겨울에는 눈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시즌은 곧 비용과 행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특히 바이애슬론은 총을 들고 이동한다. 국가별 라이선스 문제, 이동 절차, 장비 관리까지 복합적인 행정이 뒤따른다.

◆ 현장을 버티게 한 아낌없는 지원…디테일이 만든 차이

최두진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배경에는 아낌없는 ‘현장 지원’이 있었다. 최두진은 “하위권 선수일 때도 연맹 이혁렬 회장님이 월드컵 현장에 직접 와서 응원해 주셨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계속 올려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10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해외 전지훈련 비용부터 현장 지원까지 정말 아낌없이 도와주셨다. 전지훈련은 보통 10명의 선수, 5명의 코치진이 유럽에 장기간 머물러 훈련해야 했는데 회장님께서 사비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 코치는 지원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설명했다.

“회장님이 오늘도 직접 코스까지 나와서 응원해 주셨다. 유럽에서 선수들이 식사 문제로 불편하지 않게 전자레인지까지 직접 사서 들고 오실 정도로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바이애슬론의 해외 시즌은 이동·숙소·훈련지 예약·코스 사용료까지 비용의 연속이다. 물론 대한체육회의 지원이 있지만 연맹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혁렬 회장은 연맹 선수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했고, 이는 단 4명뿐인 아시아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 

◆ “훈련지는 평창 한 곳”…바이애슬론이 저변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

현재 국내 바이애슬론 훈련장은 평창 한 곳뿐이다. 총기 규제라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박 코치는 “접근이 늘어나야 종목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애슬론이 ‘특수한 도전’에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유럽 강세 속에 아시아 선수는 단 4명뿐인 종목, 92명만 설 수 있는 스타트라인, 고지대 훈련과 이동이 시즌이 되는 현실. 그 속에서 선수는 끝까지 달렸고, 코치는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으며, 회장은 선수단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첫 경기의 기록표에는 85위로 남겠지만, 한국 바이애슬론이 이번 올림픽에 서기 위해 치른 시간은 이미 그 이상의 성적과 의미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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