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과 불안 사이…미국 선수들, 정치 갈등 속 올림픽 대표라는 존재감

김세훈 기자 2026. 2. 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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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둔 ‘팀 USA 웰컴 익스피리언스’ 행사장에서 미국 대표팀 재킷을 둘러보고 있다. AP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일부 미국 선수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데서 느끼는 자부심과 불편함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스포츠와 정치의 경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선수들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온라인상에서는 비난과 위협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11일 전했다.

밀라노와 코르티나에서 열린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내외의 정치적 긴장이 올림픽 무대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논란은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헌터 헤스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그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데 “복합적인 감정(mixed emotions)”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헤스를 “진짜 패배자(real loser)”라고 지칭하며, “그런 생각이라면 애초에 대표팀 선발에 도전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미국 대표팀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의 상징적 장면으로 떠올랐다. 선수들은 대체로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은 자제해왔으나, 최근 들어 자신들이 겪는 갈등과 부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이민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관세 부과, 군사적 행동, 영토 관련 발언 등으로 미국의 전통적 동맹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가 올림픽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정치적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밀라노에서 여러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며 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가 동행했고, 개막식 중 대형 스크린에 모습이 비치자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이 장면은 미국 중계에서는 편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의 발언은 이민 정책에 대한 질문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헤스는 “국가를 대표하는 것과 정부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다르다”며 “국기를 두른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종목의 크리스 릴리스 역시 최근 이민 정책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하면서도, 올림픽 무대는 자신이 생각하는 또 다른 미국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밝혔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앰버 글렌은 성소수자(LGBTQ+) 미국인들이 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언급한 뒤, 온라인상에서 다량의 혐오 메시지와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선수들을 향한 온라인 괴롭힘을 모니터링하고, 실질적 위협이 확인될 경우 법 집행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역 선수뿐 아니라 과거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선수들도 논쟁에 휘말렸다. 현재 영국 대표로 출전 중인 거스 켄워디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린 뒤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미국을 사랑하는 것과 현 행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클로이 김, 제시 디긴스, 미케일라 시프린 등은 정부와 국가를 구분하며, 포용·존중·연대라는 가치를 대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논란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국가 대표라는 상징성과 개인의 정치적·도덕적 신념이 충돌하는 지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며 “동시에 온라인 반응의 속도와 강도가 선수들의 안전과 정신 건강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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