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에 영국 왕실 휘청... 왕세자 사우디 방문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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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의 후폭풍이 영국 왕실을 뒤흔들고 있다.
엡스타인 자택에서 여성 위에 엎드린 앤드루 전 왕자의 충격적 사진이 공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윌리엄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역시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 공개된 엡스타인 문건에는 엡스타인과 빈 살만 왕세자가 자주 왕래하며 친분을 유지한 정황이 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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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깊이 우려… 피해자 중심서 생각"
BBC "왕실 외교, 엡스타인·인권 논란 속 도마에"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의 후폭풍이 영국 왕실을 뒤흔들고 있다. 엡스타인 자택에서 여성 위에 엎드린 앤드루 전 왕자의 충격적 사진이 공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윌리엄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역시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엡스타인 문건 사태로 '소프트파워(연성 외교)' 수단으로 적극 활용돼 왔던 왕실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켄싱턴궁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왕세자와 왕세자비는 계속되는 폭로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그들의 생각은 여전히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앤드루 전 왕자가 칭호를 박탈당한 후 윌리엄 왕세자가 엡스타인 문건 관련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삼촌 앤드루 전 왕자와 미성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 및 사우디의 관련 기록에 대한 거센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방문, 영국 정부 요청으로 추진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한 윌리엄 왕세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최대 진흙 벽돌 도시 '앗투라이프(At-Turaif)'를 찾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안내했다.
윌리엄 왕세자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영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됐다. 에드 오웬스 왕실 전문가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왕실 외교는) 상징적 무게감은 있지만, 정치·법적 권한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민감한 외교 현안을 풀어내는 데 있어서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BBC는 엡스타인 문건과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윌리엄 왕세자의 방문은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윌리엄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함께하는 사진과 영상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북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 살만도 엡스타인과 자주 왕래

미국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300만 페이지의 엡스타인 문건은 앤드루 왕자가 2008년 엡스타인의 성매매 알선 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을 담고 있다. 영국 수사당국은 전날 앤드루 전 왕자가 무역 특사로 재직하면서 엡스타인에게 기밀 정보를 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빈 살만 왕세자도 엡스타인 문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 공개된 엡스타인 문건에는 엡스타인과 빈 살만 왕세자가 자주 왕래하며 친분을 유지한 정황이 담 있다. 엡스타인은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2018년 9월 30일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쿠웨이트의 전 정보부 장관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가 제작·관리하는 성스러운 천인 '키스와(Kiswah)'가 엡스타인에게 전달된 정황을 담은 이메일 기록도 확인됐다.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는 "이슬람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의 신성한 천이 우연히 민간인의 손에 들어갈 순 없다"며 "엡스타인이 성매매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인 2017년 전달된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키스와는 사우디의 성지 메카에 있는 '카바' 신전을 덮는 검은 비단 천으로, 종교적으로 신성한 물건으로 간주된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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