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1500만 시대, ‘입양 상술’에 내몰린다 [왜 지금]
반려인구 1500만 시대... 급성장 속 제도 공백 드러나
농식품부, 보호소 사칭 펫숍 단속 위한 법 개정 착수
책임 있는 입양문화 확산... 동물복지 사회로 한 걸음
[지데일리] 가짜 보호소 기승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러 간 가족이 맞닥뜨린 건 따뜻한 보호소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고가 멤버십 펫숍’이었다.
'무료입양' 문구를 믿고 방문했지만, 현장에서는 수십만 원 상당의 관리비나 병원 연계 프로그램을 가입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감동의 입양이 순식간에 부담스러운 계약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이런 ‘위장 보호소형 펫숍’이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며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마침내 대응에 나섰다. 2026년 2월 6일,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하며 “동물보호시설로 오인하게 하는 상호와 광고를 금지하고, 신종 펫숍의 위법 영업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무료입양 사칭’ 사례에 따른 조치로, 지자체 진단과 온라인 홍보 규제도 병행된다.
폭발적 반려인구, 달라진 소비지도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농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4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26.7%)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이 여파로 관련 산업 규모는 2025년 6조 원을 돌파했고, 2026년에는 6.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종류별로 보면, 반려묘가 217만 마리로 9.2% 급증하며 '강아지보다 고양이' 흐름이 뚜렷해졌다. 반면 반려견은 546만 마리로 1.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와 정서적 외로움 해소 욕구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5년 이후 헬스케어·펫테크 분야에서 프리미엄 소비가 주도하며, 고령 반려동물용 영양제나 진단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수도권 집중도 두드러진다. 반려인구의 51.7%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월평균 양육 비용은 19만 원으로 전년 대비 4만 원 상승했다. 사회적 영향력 또한 커져 정부는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5~2029)’에 반려가구 비율 28.6%를 적용, 등록제 강화와 복지 확충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제도 정착 속도에 비해 시장 변화는 훨씬 빠르다.
‘무료입양’ 뒤에 숨은 상술
피해자 다수는 SNS·지역 커뮤니티에서 본 ‘보호소 무료입양’ 광고에 이끌려 방문했다가 뜻밖의 계약을 요구받았다. 외형상 보호시설처럼 꾸민 영업장은 “입양 전 건강검진비를 선결제해야 한다”거나 “정기 멤버십에 가입하면 분양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설명을 거부하면 “입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이런 업체들은 정식 동물판매업 등록을 피하거나, 명칭만 ‘센터’, ‘쉼터’, ‘입양소’로 바꿔 소비자를 유인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호소로 오인하게 만드는 영업행태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현장 혼선이 컸다”며 “개정안으로 명칭·광고를 명확히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 및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시행된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300㎡ 이상 영업장은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런 신종 펫숍 상당수는 ‘소규모 매장’ 규정에 해당돼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번 개정 추진은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동물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단속의 시작”이라며 환영하면서도 “지역별 관리 인력 및 단속 권한 강화 없이는 여전히 허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 움직임 본격화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등록제 통합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전국 통합 관리체계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유기·판매·보호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도록 하였으며, 미등록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학대 처벌 기준도 강화되어 최대 징역 3년까지 상향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소규모 영업장에도 CCTV 설치 의무가 확대되며, 민간 보호소에 대한 정기 점검도 의무화될 예정이다. 반려동물 관련 정책 담당자는 “이번 개정이 상업적 입양 왜곡을 바로잡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입양 중심의 건강한 문화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으로서의 반려동물, 행복과 책임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는 이제 보편적이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을 높여준다. 꾸준한 산책·놀이를 통한 신체활동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공원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교류가 활발하다.
65세 이상 반려인의 경우 외로움 해소와 사회 활동 참여 확대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젊은 세대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2025 반려동물 실태조사’에서 10명 중 7명(76%)이 “양육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을 통해 생긴 생활 리듬과 책임감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현실적 부담과 사회적 과제는
하지만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려동물 양육에는 시간과 비용이 따른다. 매달 평균 19만 원의 지출 외에도 병원비·사료·미용·보험료가 추가된다. 장기 책임이라는 부담도 크다. 혼자 사는 직장인의 경우 출근 시간 동안 평균 6시간 가까이 동물을 홀로 두는 실정이다. 이러한 ‘펫 방치’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여행 제약, 주거 규정, 소음 민원, 그리고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펫로스 등 현실적 한계도 분명하다. 특히 고령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헬스케어 비용은 최근 2년 새 3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입양 전 책임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려문화 정착,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는 지난해부터 등록제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며, 수의사회·단체와 협력하여 예방접종률 향상과 비등록 반려동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보호소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등록 의무제를 확대하고, 학대·유기 신고 포상금 제도를 신설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본 에티켓이 요구된다. 공공장소에서의 배변·소음 관리, 맹견 입마개 착용, 위생 규정 준수는 기본이다. 반려동물 보험과 펫테크 기기(위치추적기, 자동급식기 등)를 활용해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것도 추천된다. 무엇보다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입양하지 말라’는 경고가 강조된다.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
‘무료입양’ 문구 뒤에 숨은 신종 펫숍의 상술은 반려문화의 그늘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 추진은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진정한 공존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닌 생명이다. 제도와 인식이 함께 성숙할 때, 인간과 동물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