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 해상풍력 급성장국 타이완에서 배울 점은?

명실상부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의 영역을 넘어선 생존 과제다. 지지부진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끌어올릴 돌파구가 절실한 가운데, 해상풍력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25년 3월 정부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을 제정하고,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세계 최대 규모(8.2GW)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보급 규모를 10.5GW로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화려한 비전과 달리 오늘날 한국의 해상풍력 성적표는 초라하다. 2025년 11월 기준 국내에서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 단지는 11곳, 총 0.35GW 규모로 목표 대비 약 3.3%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게 해상풍력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2026년 1월 〈시사IN〉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해상풍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타이완과 덴마크를 찾아갔다. 첫 방문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상풍력의 개척자이자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타이완이다. 한국과 비슷한 ‘에너지 외딴섬’이지만 타이완은 단 10여 년 만에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0’에서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렸다. 타이완의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제 막 닻을 올린 한국 해상풍력에 나침반이 되어줄 타이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월14일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시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윈린현의 한 어촌 마을에 도착했다. 해안선 따라 세워진 제방 위로 올라서니 몸이 휘청일 만큼 거센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안개가 걷히자 저 멀리 풍력발전용 바람개비(블레이드) 수십 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타이완에서 가장 최근(2025년 7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한 ‘윈린 해상풍력발전 단지(이하 윈린 단지)’다. 윈린 단지는 해안선에서 약 8㎞ 떨어져 있다. 8MW짜리 풍력발전기 80대가 1년에 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오늘날 타이완에는 풍력발전기 476대가 바다에 뿌리내려 바닷바람을 전기로 바꿔내고 있다.
타이완 중앙연구원 생물다양성연구센터의 정밍슈 연구원은 타이완의 해상풍력 발전사를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타이완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인 2007년부터 일찍이 ‘타이완 해상풍력 국가 계획’에 참여했으며, 2016년 해상풍력발전단지 환경영향평가위원으로서 예비 입지를 점검하며 자문 역할로 활약했다. 그에게 타이완이 어째서 태양광이나 육상풍력이 아닌 해상풍력에 전력을 다하는지 물었다. “풍력발전으로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 육지에서는 풍력발전 단지를 크게 지을 수 없지만 바다에서는 몇 배나 크게 지을 수 있고, 지형 장애물이 없는 바다의 풍속이 훨씬 높다. 설비용량이 크고 효율이 높으니 해상풍력 발전기 한 대가 육상풍력 발전기 여러 대보다 낫다”라고 정 연구원은 답했다.
타이완은 해상풍력을 발전시키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다. 중국과 타이완섬 사이에 있는 타이완 해협의 풍속은 연평균 8~9m/s. 북동 계절풍의 영향으로 연중 풍속이 가장 높은 겨울철 오후 풍속은 최대 12m/s까지 오른다. 북유럽의 북해에 견줄 수준이다. 풍황(평균풍속·풍향·풍력밀도 등 풍력자원의 제반 요소)이 좋을수록 해상풍력 발전기의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
최근 ‘전기 먹는 하마’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생에너지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타이완 반도체 기업 TSMC는 타이완 전체 전력의 약 9%(2024년 기준)를 소비한다. 그런 TSMC가 2023년 9월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달성 목표 시점을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겼다. 이와 더불어 타이완 마지막 원전이 법정 수명 20년을 다해 2025년 5월 가동을 멈췄다. 정부가 원전 재가동 여부를 검토하기 전까지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늘날 타이완은 해상풍력 선진국이라 불리는 덴마크를 제치고 해상풍력 설비용량 세계 5위로 성큼 올라섰다(2025년 기준 중국〉영국〉독일〉네덜란드〉타이완〉덴마크 순).2026년 1월 기준, 타이완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4.5GW다(한국은 0.35GW). 2017년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인 ‘포모사 1’을 가동한 지 10년도 안 돼 일궈낸 놀라운 성과다.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타이완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조정해왔다. 타이완 정부의 해상풍력 계획은 크게 세 라운드로 나뉜다. 첫 라운드는 ‘시범 단지(2012~2021)’ 단계다. 이 단계에서 정부는 민간 개발자와 총 4개 시범 단지를 설립해 타이완이 해상풍력에 적합한지 확인하고, 관련 법령을 다듬었다. ‘잠재 입지(2018~2026)’라 불리는 두 번째 라운드에서 정부는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후보 입지 36곳을 추려내 공포하고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단계에서 18곳이 최종 선발되었다. 누적 설비용량 목표치는 5.3GW다. 세 번째 라운드는 ‘구역 개발’ 단계다. 정부가 공개한 입지를 사업자가 선택해서 입찰하는 두 번째 라운드 때와 달리, 정부는 민감 구역에 대한 규칙과 제약만 공개하고 사업자가 직접 부지를 찾아 신청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해상풍력 발전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장기전이다. 타이완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계약’ 체결 후 상업 운전까지 낙관적으로 봐도 최소 4년, 평균 5~6년이 소요된다. 이에 타이완 정부는 신속한 행정 처리에 방점을 뒀다. 경제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각 부처의 이견을 조율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필수 절차에는 기한의 상한선을 뒀다. 천충셴 타이완 경제부 에너지서 부서장은 〈시사IN〉에 “(정부는) 사업자가 앞으로 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을 빠르게 내준다. 시간을 끌면서 결론이 없는 상황은 모두에게 곤란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부 산하 전력공사가 직접 뛰는 이유
전기를 구매할 사용자를 찾는 수고로움도 경제부가 대신 해결했다. 경제부 에너지서에서 매년 해상풍력 전력 가격을 공고하고, 타이완 경제부 산하의 타이완전력공사가 지난 두 라운드 동안 지어진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계약 기간에 거의 전부 매입했다. 게다가 전력 가격에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in Tariff)’를 적용했다. FiT란 한마디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유인책이다. 경제부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2025~2026년 해상풍력 FiT는 kWh당 4.5타이완달러(약 206.9원)로, 일반 주택용 전기 요금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타이완 해상풍력 산업에 오스테드·CIP·스카이본 등 글로벌 에너지 거물들이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사업자는 타이완전력공사다. 전기를 배분하고 운반하는 타이완전력공사가 단순한 해상풍력 ‘파트너’를 넘어 단지를 직접 개발하는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타이완전력 1기’는 장화현 해안에 있는 109.2MW 규모 단지로 2021년에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타이완전력 2기’는 1기 규모의 2배 이상인 294MW 규모로, 타이완 대표기업인 신폭스에너지의 계열사 ‘폭스웰 파워’가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2026년 상업 운전할 예정이다. 〈시사IN〉은 타이완전력공사가 풍력발전 단지를 직접 개발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황메이롄 타이완전력공사 대변인은 “타이완전력공사는 전력 산업의 리더로서 해상풍력 보급을 확대하려는 흐름에서도 빠질 수 없었다. 우리가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는 2025년 9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이 선정된 것이 공공주도 모델의 첫걸음이다.
타이완전력공사는 풍력발전 산업의 장애물인 계통 문제의 해결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2017년 10년짜리 전력망 보강 계획인 ‘해상풍력발전 전력망 보강 계획 1기’가 행정원의 승인을 받아 통과됐다. 타이완전력공사는 이에 따라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밀집해 있는 타오위안시와 장화현에 각각 1.14GW와 6.5GW의 계통 연계 용량을 보강하고 있다.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타이완전력공사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황메이롄 타이완전력공사 대변인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높아지면서 전력 시스템의 ‘강인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은 5분, 풍력발전은 10분마다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러면 에너지서 산하의 조절처에서 재생에너지가 향후 168시간 동안 어떻게 공급될지 예측하고 제어한다.” AI를 도입해 기상청의 기상 관측 데이터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결합하는 등 재생에너지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타이완의 성장세는 여전히 매섭다. “지난해 설비용량 신규 증가량만 보면 세계 2위”라고 천충셴 경제부 에너지서 부서장은 설명했다. 이제 해상풍력은 타이완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필수재이자,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어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난관도 있다. 공급망의 국산화 문제다. 한국에 비해 풍력발전 공급망이 취약했던 타이완은 한때 사업자에 밸류체인의 국산화 비율을 강제했는데, 2024년 7월 유럽연합이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는 타이완이 2002년 WTO에 가입한 이후 처음 제소된 사건이었다. 타이완 경제부 장관은 2024년 9월 “온실 속의 꽃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현지 조달 의무를 완화하고 국산화 의무 없이 오로지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경쟁 입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가 요구한 현지화 비율을 맞추기 위해 투자해 왔던 사업자의 반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속도전에서 보인 승패로 성공을 판단한다면, 타이완은 의심할 여지 없는 승자다. 10년 만에 세계 5등.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다. 성장은 숫자로 측정되는데, 숫자는 종종 사람을 놓친다.
〈시사IN〉은 타이완 서부 해안선을 따라 해상풍력 단지 앞에 살고 있는 어민들을 만났다. 윈린현 커우후(口湖)향의 어촌인 ‘타이쯔’에서 나고 자란 어부 차이마예 씨(69)와 린자룽 씨(48)는 “그곳(윈린 단지)을 지나갈 때마다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타이쯔 마을이 마주 보고 있는 윈린 단지는 2021년에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애초 계획보다 4년이나 늦어진 2025년 7월이 되어서야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어민들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2020년 초 윈린 단지를 낙찰받은 사업자 WPD는 사업 동의서를 받고자 지역 어민협회를 찾았다. 어민협회 구성원 90%의 동의를 받고 보상금 합의를 맺었다. 이 과정에서 간과된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풍력발전 단지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어부와 양식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르다는 것. 둘째, 윈린 어민협회 구성원 대다수는 양식업자였다는 것이다. 윈린에서 조업하던 어민들은 “윈린 단지 부지는 병어나 민어 같은 어종이 서식하는 어장”이라고 항의했지만, 사업자는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했다.

2020년 7월 어민들이 어선 20척을 몰고 사업자가 어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작업선을 가로막았다. 차이마예 씨도 당시 바다로 나가 항의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의 작업선이 우리 어선보다 훨씬 컸다”라고 말했다. 2020년 8월 어부들은 타이완 입법원(의회)을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에너지서가 나서면서 양측은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사업자는 어민들이 보상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손실액에 관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어민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법정 공방은 3년 동안 이어졌다. 2025년 8월 윈린 지방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일은 타이쯔 마을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린자룽 씨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어가며 말했다. “예전에는 지금 발전단지가 있는 곳에서 고기를 잡았다. 지금은 해안가로 밀려났다. 조업할 수 있는 공간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 자망(조류에 그물을 떠내려 보내면서 물고기가 그물코에 걸리게 하는 어획 도구)으로 조업해왔던 두 사람에게 해상풍력 단지는 더 이상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죽은 구역이다. 그물이 조류를 따라 흘러가다가 풍력발전기 하부 구조물에 엉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 최초 해상풍력단지 ‘포모사 1’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먀오리현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포모사 1은 해안에서 불과 2~6㎞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당시 먀오리현 어민들은 어선에 흰 깃발을 꽂아 항의했다.
해상풍력 단지가 마을 앞바다에 들어서기 전, 어민이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회를 열어야 하는 의무가 사업자에게 있다. 설명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단연 ‘돈’이다. 모두에게 가장 예민한 주제인 만큼 보상액 계산 방식은 매우 엄밀하게 규정돼 있다.

타이완 농업부 어업청은 2016년 어민들의 손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해상풍력발전소 어업 보상 기준’에 따르면, 보상금은 어업 손실액, 어선이 해상풍력 단지를 우회하면서 추가된 비용, 어획량 손실액, 시공 기간, 면적 등이 포함된 계산식에 따라 산출된다. 경제부는 전력 사업자가 전력 단지 운영 기간에 생산된 전력량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전력개발지원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전력개발지원금의 38.5%는 어민협회가 수령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와 육상 변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행정사무소에 할당된다.
변수는 어민협회의 대표성이다. 우페이쥔 타이완해양과환경지속가능성법률센터(Taiwan Ocean and Environment Sustainability Law Center) 연구원은 이익이 어민에게 직접 분배되는 게 아니라 기관에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어민협회가 어민을 대표한다고 간주하지만 사실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타이완에서 어민협회는 반관반민 형태의 기구에 가깝다. 지역 단위로 존재하는데 주로 정부가 지시한 일을 수행하고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게다가 해상풍력 발전소는 모든 어민에게 똑같은 타격을 주지 않는다.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 조업하는 어민이 영향을 더 받는다. 하지만 어민협회 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이다.” 어민협회가 해상풍력에 대한 어민 전반의 의사를 충분히 대변할 수 없다는 견해다.
숫자가 놓친 사람들, 공존할 수 있을까
‘윈린 사건’처럼, 입지와 보상금을 둘러싼 사업자와 주민의 갈등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타이완에서 ‘윈린 사건’을 오히려 드문 사례로 바라보는 시선도 마주할 수 있었다. 쉬룽룽 씨(37)는 장화현 셴시(線西)향의 ‘원쯔’ 어촌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수산물을 팔고 있다. 동갑내기 남편은 49t급 근해 어선의 선장이다. 쉬룽룽 씨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어머니의 고향 원쯔로 돌아왔다. 고령화가 심한 타이완 어촌에서 부부는 매우 젊은 축에 속한다. 오늘날 원쯔 어촌의 하늘은 거대한 송전탑과 송전선으로 뒤덮여 있다. 쉬룽룽 씨는 그런 풍경이 불편하지만은 않은 듯 “어릴 때 이곳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새로 단장하고 보수해서 훨씬 보기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요즘 어획량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예전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될 거다. 그런데 이게 풍력발전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짓는다고 했을 때 물고기들이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배를 타는 남편 말로는 물고기도 익숙해지면 (풍력발전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바닥에 사는 물고기들이 오히려 그곳을 은신처로 여긴다고 한다. 우리 세대에게 해상풍력은 새로운 변화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국제적인 추세다. 남편도 이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쉬룽룽).”

타이쯔와 원쯔 마을의 분위기를 가른 건 무엇일까? 쉬룽룽 씨와 인사를 나누던 중, 캐주얼한 차림새의 한 젊은 타이완 남성이 나타나 쉬룽룽 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덴마크 사업자 오스테드의 담당 매니저였다. 쉬룽룽 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다. 특히 이분은 일이 있든 없든 종종 시장에 찾아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다”라고 소개했다. 쉬룽룽 씨는 “(이런 기업은) 책임감 있는 기업 같다”라고 덧붙였다.
오스테드 타이완 지사에서 만난 리즈안 어드바이저는 “어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단지마다 마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 주민마다 생각이 다르다. 사업자 관점에서 해양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다른 사용자들, 특히 어민들과의 균형을 찾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 바다에서 일하는 분이 전부 어민협회의 회원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서류상의 합의나 보상금보다, 사업자 측과 즉각적인 소통, 긴 시간 쌓아 올린 신뢰가 어민을 설득하는 데 유의미했던 것이다.
한편 해상풍력과 공존하는 길을 직접 개척하는 어민도 있다. 원쯔 어촌에서 멀지 않은 장화현 팡위안(芳苑)향의 왕궁 마을에서 대합 양식장을 운영하는 천밍랴오 씨(57)를 만났다. 천밍랴오 씨는 전부터 마을에서 학생들에게 양식장을 소개하고 현지에서 난 식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체험형 교육 센터를 운영해왔다.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을 듣고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직업을 전환하는 일은 본인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 ‘재생에너지 교육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다.

천밍랴오 씨는 새해를 맞아 해상풍력 발전기에 관한 해설 자료를 커다랗게 프린트해 센터 내부의 한 벽면을 가득 채웠다. “그동안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풍력발전 단지들을 보여주고, 학생들에게 저게 무엇인지, 전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해줬다.” 올해는 실내에서도 재생에너지를 공부할 수 있는 해설 자료를 직접 만들었다. 천밍랴오 씨는 “재생에너지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면서 산업과 사람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공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한국의 해상풍력이 타이완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단순히 ‘어떻게 빨리 지을 것인가’라는 방법론만이 아니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바다에 뿌리내릴 때,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어민들과 어떻게 함께 살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온 경험이 한국에 더 소중하다.
이 순간에도 타이완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60~70%까지 끌어올리는 거대한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11.7%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는 해상풍력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매섭게 상승 중이다. 목표가 요원해 보여도 쉼 없이 나아가고 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타이베이/글 문준영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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