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프스도 숨죽였다, 바이애슬론 유럽에서 왜 열광할까

[스포티비뉴스=안테르셀바, 배정호 기자] 알프스 산맥 아래에 들어선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입장게이트부터 인상적이었다.
설원으로 이어진 관중석은 이미 만원에 가까웠고, 각국 국기가 뒤섞인 응원 깃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겨울 스포츠 특유의 차분함을 예상했다면 오산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현장은 축구 경기장을 연상케 할 만큼 뜨거웠다.
선수들이 트랙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스키로 질주하는 구간에서는 환호와 함성이 쏟아졌지만, 사격대에 들어서는 순간 경기장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수만 명의 관중이 동시에 숨을 고르는 듯한 침묵. 그리고 표적에 명중하는 총성이 울리는 순간, 다시 폭발하듯 환호가 터졌다. 이 극단적인 대비가 바이애슬론의 정수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종목이지만, 유럽에서 바이애슬론은 확고한 팬층을 가진 메이저 스포츠다.
규칙이 직관적이라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스키로 빠르게 달리고, 사격을 맞히면 유리해지고, 빗나가면 즉각적인 페널티를 받는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 처음 보는 관중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간다.
이해는 쉽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간극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실제로 이번 경기 현장에는 방송사, 통신사, 전문 매체들이 대거 포진했다.
믹스트존과 중계 부스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현지 기자들 사이에서는 "치열하다, 예측불가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만큼 레이스 안에 긴장이 흘러 넘쳤고 담긴 이야기가 많았다.

팬들이 느끼는 바이애슬론의 가장 큰 매력은 ‘속도 이후의 정적’이다. 선수들은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설원을 가르며 체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사격대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흐름은 멈춘다. 심박수를 가라앉히고, 호흡을 조절하며, 단 다섯 발에 모든 것을 건다. 이 짧은 순간이 레이스의 흐름을 바꾼다.
만약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불발개수당 1분의 주행시간을 추가하고 스프린트와 추적 종목에서는 패널티 코스를 돌아야하기 때문에 사격도 매우 중요하다.
노르웨이에서 온 에이릭 한센은 “바이애슬론은 스키가 빠르다고 끝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마지막 사격에서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이 있어서, 여기 오면 긴장을 놓칠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주할 땐 축구 같고, 사격 땐 모두가 숨을 죽인다. 이 긴장감을 한 번 느끼면 다른 스포츠는 못본다"고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어필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하는 종목은 또 다른 매력포인트다. 이번 올림픽 배경인 코르티나 일대 알프스의 설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기의 일부였다.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 설원의 색이 달라졌고, 산맥 아래로 내려앉은 그림자는 중계 화면에 깊이를 더했다.
인공적인 연출 없이도 화면은 완성됐다. 특수장비 드론이 알프스의 풍경을 다 담기에 역부족이었다. OBS 중계팀은 “바이애슬론은 카메라를 어디에 둬도 그림이 된다”며 웃었다.

클라이막스는 피니쉬라인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의 ‘표정’이다. 모두가 녹초가 되어 그대로 쓰러졌다.체력과 기술뿐 아니라 멘탈까지 모두 요구되는 바이애슬론은 인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로이터 통신의 피터 홀 기자는 "바이애슬론은 기록보다 과정이 먼저 보이는 스포츠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발의 선택과 한 번의 호흡이 순위를 바꾸기 때문에, 매 경기마다 이야기가 생긴다. 기자 입장에서는 참 매력적인 스포츠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훈련 환경과 저변 문제로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한 바이애슬론의 완성도와 긴장감은, 동계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은 관중에게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길 만했다.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두뇌 싸움, 총성과 침묵 사이를 오가는 긴장, 그리고 알프스라는 압도적인 무대.
바이애슬론은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유럽이 왜 이 종목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날 경기장에 가장 높게 올라간 국기는 노르웨이였다. 금메달과 동메달을 모두 가져간 노르웨이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자, 관중석의 노르웨이 팬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수십 대의 셔틀버스가 오갔고,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중들은 펍에서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됐다.
많은 장면이 참 낯설었지만 바이애슬론이 왜 유럽에서 인기 스포츠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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