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웨딩 사진 금기를 무기로... 결혼식 휘어잡는 사진가들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이 밀어 올린 사진 한 장이 스크롤을 멈추게 했다. 신랑 신부와 하객 수십 명이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결혼식 원판 사진. 사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하이앵글, 왜곡을 감수한 어안렌즈, 스트로보 직광이 한 프레임에 겹쳤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결혼식 풍경이 축제로 뒤바뀌어 있었다.
이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난 1월 서울 용산구의 한 웨딩홀에서 스냅 업체 ‘메크투(maketoo)’ 소속 작가들의 본식 촬영을 동행했다. 예식 두 시간 전, 이은별 대표 작가가 팀원을 불러 모았다. 약 50개 항목으로 정리된 체크리스트를 꺼내 장비 컨디션과 카메라 세팅을 확인한 뒤 식장 동선을 점검하고, 현장 관계자와 소통했다. 오늘 예식을 어떻게 풀어갈지 촘촘히 설계하는 시간이었다.

“신부님 너무 예쁘세요. 오늘 주인공이시니까 누구보다 즐기세요!” 고소연 팀장의 활기찬 인사가 신부대기실의 공기를 바꿨다. 신부 박아녜스 씨는 “외향적인 편이라 얌전한 콘셉트에 갇히지 않고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맞이하고 싶어서 이 업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부 측 어머니 강미숙 씨도 “에너지 넘치는 사진가들 덕분에 오히려 우리가 좋은 기운을 받는다”며 웃었다.

분위기가 풀리자 작가들은 포즈를 제안하고 동선을 정리했다. 더 좋은 각도를 위해 바닥에 몸을 낮추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신랑 신부는 요청에 웃으며 응했고, 예식 전부터 로비엔 웃음소리가 났다. 인물 사진의 출발점이 연출이기 이전에 ‘무장해제’라는 순서를 확인했다.
메크투를 이끄는 박현진 대표는 스무 살에 본식 스냅 아르바이트를 통해 상업 사진에 발을 디뎠다. “하루에 서너 팀을 기계적으로 찍다 보면 얼굴도 기억이 안 났습니다. 신랑 신부에게도 의미 있는 사진일까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공기업에서 일하면서도 개인 작업을 놓지 않았고, 결국 퇴직해 독립했다. 결혼식은 즐거운 날인데 사진은 왜 정적이고 격식에 갇혀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메크투는 시작됐다. 동종 업계 사람들은 사진 스타일이 ‘리스크가 크다’며 만류했지만, 방향에 동의하는 고객들의 문의와 입소문이 이어지며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예식이 시작되자 작가들은 각각 흩어져 흐름에 맞게 기록을 이어갔다. 하이라이트는 원판 촬영이었다. 메인 촬영자가 셔터를 누르는 동안 다른 작가가 하객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고루 보이도록 배치에 시간을 들였고, 바람잡이를 자처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사다리 위에 올라선 고소연 팀장이 하객들을 향해 외쳤다. “여러분, 오늘 축하해 주시려고 멀리서까지 와주셨잖아요. 진심 담아서 크게 한 번 소리 질러주세요!” 처음엔 어색해하던 하객들이 하나둘 호응하더니 금세 웃음이 번졌다. 그때 스트로보가 터졌다.
하객 우민지 씨는 “한 편의 쇼 같았어요. 결혼식에서 이렇게 웃어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 기록자라기보다, 피사체의 동선과 표정을 적극적으로 조율해 장면을 완성하는 디렉터에 가까웠다.

이런 방식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다. 메크투도 그 점을 전제로 출발한다. 박 대표는 “애초에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취향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며 “사전 미팅에서 ‘어느 정도까지 리드해도 괜찮은지’를 신랑 신부와 구체적으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의 에너지가 유독 높았던 것도 신부가 원하는 방향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을 마친 신랑 문파필 씨는 “처음엔 하객들한테 소리 지르라고 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막상 현장에서 하객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니, 사진가의 리드가 분위기를 바꾸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어안렌즈, 사다리, 스트로보는 특이한 장비가 아니라, 행복한 날의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도구라는 뜻이다. “식장의 퀄리티보다도, 그날 축하하러 와준 하객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소중하잖아요. 결국 사진에 남는 건 사람입니다.”

팀 내부에선 기술만큼 태도를 반복 훈련한다고 했다. 매월 실제 결혼식처럼 롤플레잉 연습을 하고, 사진가들이 돌아가며 신랑 신부 역할까지 맡아 본다. “사진 실력도 중요하지만 성향이 맞아야 해요. 고객을 향한 마음가짐이 사진에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예식이 끝났지만, 작가들의 셔터와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정돈된 사진’만이 결혼식을 대표해 온 관성에 다른 답안지가 현장에서 균열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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